애정을 담아 관찰하고 연결하겠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용자와 지원사를 매칭하세요"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리스도인인 상사분에게 들었던 말씀이 떠오른다.
2020년의 2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나는 장애인활동지원 코디네이터로 입사했다. 노인복지에서 장애인복지로 갈아타게 된 이유는 단순히 집이 가까워서였다. 버스로 20분 정도 걸리는 출근길은 걸어가면 50분 정도 되는 거리였다. 전의 직장에서 크게 지친 마음이 있었다. '더 이상 일어설 수 있을까, 쉼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시기에 눈에 들어온 채용공고가 있었다.
하는 일은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었다. 장애인활동지원이라는 바우처사업이 있다. 한 달에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 시간이 있다. 이건 가사, 사회, 신체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활동지원사가 매칭되면 사용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은 그 중계를 하는 일이었다. 이용인의 욕구를 파악하여 상황에 맞는 활동지원사를 연결하기, 그리고 장기적으로 그 관계에 문제가 없는지 고충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일이었다.
간단하게 이용인댁 근처에 사는 지원사나, 가사활동을 원하는 이용인에게 그 부분이 가능한 지원사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서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다. 우울함이 커 보이는 이용자에게는 밝은 성격의 지원사를 매칭한다. 이용자나 보호자가 까다로운 경우 지원사가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 본다. 미성년자 이용인의 경우 지원사가 아이를 양육한 경험이 있는지, 아들을 키워보았는지, 딸을 키워보았는지까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정말 지원사 한 명 한 명을 제대로 관찰하고 결정해야 될 때가 많다. 정말 이용인과 지원사가 서로 잘 맞아서 좋은 관계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애정하는 마음을 담아야 할 때가 많다.
서류정리와 방문, 유선상담. 하는 일은 멀티잡종(내가 지은 말: 멀티적으로 잡다한 종류까지 하는 업무)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용자와 지원사를 매칭하는 업무에 회의적으로 변해버리지만 사람을 연결한다는 업무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어머, 마침 근처에 이런 이용인이 오늘 등록하셨어요. 한번 보호자 분이랑 통화해 보시겠어요?"
같은 업무를 하는 직장동료분은 사람을 연결하는 일에 애정이 가득해 보인다. 사실 나는 다른 업무를 하다가 매칭전화요청을 받으면 무심한 듯 메모만 하고 지나칠 때가 많다. "상황에 맞는 분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영혼 없는 건조한 목소리로 답하게 되는데 옆자리에 동료분은 영혼 있는 솔톤으로 응대한다. 다른 업무를 하다가도 상대방의 연락에 관심을 기울이고 애정을 주는 듯한 태도가 나에게 좋은 자극을 준다.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라는 키워드를 놓고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예수님이 떠오르던 적이 있었다. 기독교에서는 사람과 하나님의 관계가 멀어진 자리를 예수님이 이어주신다고 한다. 활동지원 업무를 하면서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 그렇게 느껴졌던 적이 있다. 서로가 고충이 있어서 오해하고 멀어진 부분이 있으면 중개기관으로서 삼자대면을 하고 맞지 않으면 서로 계약서상의 정리할 시간을 준다. 새로운 지원사나 이용인을 매칭한다. 당사자(이용인, 지원사)가 아니면서 당사자(이용인, 지원사)의 입장에 깊이 개입해봐야 하는 순간들은 그들을 깊이 이해하려는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내가 하는 일의 무게를 애정으로 버텨보자고 다짐한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매칭하세요"라는 상사분의 말씀은 예수님의 마음이 기반되어 있음을 묵상해 본다. 애정을 담아 지원사와 이용인을 관찰하고 연결하겠다는 3월의 다짐을 쏘아 올린다.
요즘 통기타를 다시 들었다. 음악 속에서 존재감있게 들려오는 통기타소리를 좋아해서 놓았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배우고 싶은 욕심이 나온다. 다시 그 아이를 품에 안고 어떻게 해야 이쁜 소리가 나오는지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요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예쁜 소리를 내고 말 거야!'라는 애정 가득한 마음의 소리가 있다. 정말 좋아하는 악기라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이 사랑의 끈기에 선을 긋지 않으려 한다. 담 넘어가듯 넘어갈 수 있는 내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시키려고 한다. 사람을 연결시키는 업무까지도 말이다. '서로가 훈훈한 매칭을 하고 말 거야!'라는 진심을 내 안에 장착해보려고 한다.
<통기타 소리>
띠리리링~', 한 곡으로 완성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내 마음을 울리는 음악이 완성되었다. 노래 속에서 주연과 조연을 왔다 갔다 하며 다채로운 존재감을 드러내는 네가 좋다. 직장인으로 정신없이 살다가 '툭툭' 무심한 듯 들려오는 너의 소리는 내겐 감미로운 휴식처다.
내 품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는 묵직하면서도 너의 소리는 가볍게 내 마음을 날려버린다.
나이 들수록 이룬 것 없다고 불안하게 느껴지는 삶 속에서 너는 그 고민을 가볍게 날려버린다
왼쪽 손가락으로 코드를 잡고 오른쪽 손가락으로 통기타 줄을 튕겨줄 때 나는 화음 하나가 예쁘게 소리가 날 때 별거 아닌 걸 알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다.
나는 뭐든 배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항상 박자 빠른 음악은 어려우면서도 한줄한줄 거북이처럼 조심스럽게 연습해 본다.
거북이의 꾸준함이 토끼를 이겼던 것처럼 나도 꾸준함으로 승부 보려고 한다.
대체 바레코드는 언제 빨라지고 소리가 예뻐지게 될지는 모르지만 꾸준함을 무기로 연습하려고 한다.
3개월이든 6개월이든 1년이든 손가락을 다양하게 활용할 거다.
이런 자세에서는 소리가 이렇게 나네, 저런 자세에서는 소리가 저렇게 나네
매일 연습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아도 섬세한 관찰력과 병행하면 어느 순간 내가 봐도 '실력이 늘었구나!'라는 감탄과 함께 나는 더욱 통기타 소리를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관찰과 애정의 범위를 통기타소리에서 조금 더 넓은 범위로 확장시켜나가려고 한다.
너를 애정하는 마음이 삶으로 울려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