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사십 살 花鳥 자수 8폭 병풍이 1톤 트럭에 올라탔다
딸은 두고 가라 하고 어머니는 데려간다 하고 더 이상의 실랑이가 무색하게
가지 말라는 말을 못 들은 척 천덕꾸러기처럼 트럭 구석에 몸을 숨겼다
누렇게 묵은 세월은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되었는데
어머니는 다 괜찮다며 살살 닦으면 된다셨다
자식들을 품고 있던 어머니의 화양연화가 병풍과 함께 나이 들었다
연꽃 옆의 봉황도, 오동나무 위의 꿩도 노쇠했다
얘야, 저 스테인리스 커다란 대야는 꼭 가져가야 한다
어디에 쓰실 거냐고 오래됐으니 새로 사준다 말해도
막내딸을 목욕시키던 것이라고 꼭 가져가야 한다신다
닦아도 이제는 빛이 나지 않는 대야는 슬픈 미련처럼 뿌해졌다
어린 딸을 앉히고 닦아 주던 그 기억 속에 어머니는 젊고 아름다웠을 테지
오십 살 커다란 스테인리스 대야도 트럭 안에 들어갔다
덜컹덜컹 달리는 트럭 안에서
병풍은 고목처럼 서 있고, 대야는 호수처럼 미동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