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시간의 세월이 어깨를 넘고
날개뼈를 지날 무렵
심장엔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묵은 시름을 돌돌 말아
정수리에 올려 묶었더니
무게에 목이 휘청거리곤 했다
조명 밑 거울 속의 나를 본다
익숙한 듯 낯선 눈동자 차라리 눈을 감는다
들리는 건 슬픔이 소멸되는 소리
침묵의 세상이 끝나고
실눈사이로 빛이 들어오니
늘어진 시간들이 싹뚝 잘려 나갔다
떨어진 한 뭉텅이 미련 위엔
무심한 시선이 주저 앉았고
건져 올리지 못한 마음은 버려졌다
거울 속의 내가 나를 본다
희미한 미소가 흐릿하다 선명해진다
아주 낯설고 아주 익숙한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