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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서

by 리시안


지하철을 기다리는 마음은

더도 덜도 보태지 않아 좋다

좀처럼 늦는 법이 없으니

사람들은 묵묵히 평온하다

침묵의 시간이 열리고

내 한자리 끼어 탈틈만 내주어도

운수 좋은 것이다


걱정은 어느 날에 꽂히어

마주하지 않은 미래를 밀어낸다

돌아보니

만나지 않은 미래에는

먼저 갈 필요가 없었다

떨리는 마음을 달래어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예정된 역에 정차하기 전까지

고민은 등을 기대고

지친 생각은 잠시 주저앉는다

흔들리던 불안이 숨을 돌리는 시간

소음과 사라진 미련은

정적만 남긴 채

플랫폼을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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