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기다리는 마음은
더도 덜도 보태지 않아 좋다
좀처럼 늦는 법이 없으니
사람들은 묵묵히 평온하다
침묵의 시간이 열리고
내 한자리 끼어 탈틈만 내주어도
운수 좋은 것이다
걱정은 어느 날에 꽂히어
마주하지 않은 미래를 밀어낸다
돌아보니
만나지 않은 미래에는
먼저 갈 필요가 없었다
떨리는 마음을 달래어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예정된 역에 정차하기 전까지
고민은 등을 기대고
지친 생각은 잠시 주저앉는다
흔들리던 불안이 숨을 돌리는 시간
소음과 사라진 미련은
정적만 남긴 채
플랫폼을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