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리고 있던 봄이 기지개를 켰다
햇살을 두른 봄의 전령은
바람을 타고 나의 식탁으로 왔다
투명한 유리 화병에는
아침마다 햇살이 모이고
가장 향기로운 인사를 건넸다
프리지어 향기가 바람을 타면
내 마음에도 바람이 불었다
어느 날 아침,
환한 꽃의 웃음기가 사라졌다
향기를 소진한 샛노란 꽃종은
종이꽃이 될 시간을 아는 듯
서로를 안기 시작했다
온 힘을 다해 끌어안았다
꽃잎 하나 떨구지 않는 꽃
흐트러짐 없는 꽃송이들은
더 이상 표정이 없다
꼿꼿한 모습에는
그대로 멈춘 봄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