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문틈으로 슬며시 들어오는 바람이
보드라운 햇살이 되어 내 뺨을 어루만진다
나는 눈을 감고 바람과 바람 사이에 선다
마음과 마음 사이에 서 있다
바람의 막과 막 사이
차갑고 때로는 따뜻한
만개를 기다리는 도화의 봉우리마다
볼그레 수줍은 봄바람이 살랑거린다
당신은 몸을 굽혀 꽃과 꽃 사이에 선다
기다림과 기다림의 사이에 서 있다
꽃의 첫향과 잔향 사이
진하고 때로는 연한
머뭇거리다 놓쳐버린 계절보다
오지 않는 찬란한 계절보다
나와 당신이 꽃피울 계절은 선하다
사랑과 사랑의 사이에 서 있다
시작과 끝이 아니어도 되는 세상
애매모호한 그래서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