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에필로그

by 인플리

세 곳의 대행사에서 세 가지 직무를 경험하면서, 수많은 분으로부터 배웠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분들의 마음속에는 단 하나의 진심이 있었습니다.


좋은 광고를 만들고 싶다.


물론 ‘좋은 광고’의 기준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의견이 하나로 빠르게 모이는 프로젝트는 거의 없었죠. 제가 좋아하는 ‘진실을 전하는 스토리텔링’ 방식도 누군가에겐 ‘한가한 소리’로 여겨졌습니다. 제품명을 연호하거나, 제품의 강점을 뾰족한 컨셉으로 전달하는 광고가 실제로 시장에서 더 효과적일 때도,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취향을 반영한 광고가 현실적으로 더 필요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업계의 높은 업무 강도와 무수한 야근도 버틸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머릿속이 확 트이는 듯한 새로운 관점과 그것을 오래 기억되게 할 좋은 스토리텔링을 늘 접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국내외 광고 사례들로부터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 같은 말도 비유로 더 와닿게 전하는 법, 특정 대상을 둘러싼 관점을 완전히 재구성하는 법을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이야기에 대한 동료와 선후배들의 진심도 많이 배웠고요. 책을 쓰는 동안, 그 진심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경쟁 PT 전날 함께 에너지 드링크로 새벽잠을 쫓던 순간, 밤샘 광고 촬영을 마치고 다 함께 환호하던 순간, 상황상 아쉽게 접은 좋은 아이디어를 회식 자리에서도 두고두고 아쉬워 한 순간…….


부끄럽지만, 그 많은 순간을 거쳤음에도 이 책에 담긴 사례만큼 울림 있는 이야기는 아직 만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좋은 이야기를 만들려고 분투하는 저, 그리고 이 책을 펼친 당신을 위한 진심 어린 응원을 이 책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당신의 이야기도요.

keyword
이전 08화여행지라는 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