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율리 Oct 27. 2024

좋아하고 잘하는 게 별로 없을 때,...

세바시 빽가 강연 

 좋아하고 잘하는 게 이것저것 많은 다재다능한 사람이 좋을까? 좋아하고 잘하는 게 별로 없는 사람이 좋을까?


 가끔 보는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그룹 코요태의 래퍼이자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는 빽가가 연사로 나왔다. 강연을 시작하며 그는 ‘좋아하고 잘하는 게 많지 않아서 좋아하고 잘하는 걸 오래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미지 출처 : 세바시 



 그는 어린 시절 여러 집이 하나의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가난한 동네에서 자랐다고 한다.  

가난하고 힘든 시절이었지만 집에 있던 카메라로 친구들을 찍어주고 사람들이 자신이 찍어준 사진을 보고 좋아하는 걸 보며 그는 사진가의 꿈을 키운다.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원하는 대학에 합격도 했다. 하지만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갈 수 없었다.


 ‘내년에 가면 안 되겠냐’는 어머니의 말에 괜찮다고는 했지만 꿈을 위해 노력한 지난 시절을 모두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돈 때문에 원하는 걸 하지 못하게 되자 ‘이건 해서 뭐 해?라는 생각과 사진은 돈 있는 사람이나 하는 거지’라 생각하고 아끼던 카메라도 팔고 사진을 포기한다. 그리고 그가 시작한 것은 춤. 이태원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춤을 좋아했다고 한다. 


 JYP라는 회사가 막 생기면서 비, 박지윤, 박진영의 안무팀을 하게 되면서 댄서로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본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그룹 코요태의 객원 래퍼로 참여하게 되었다. 한 앨범만 참여하기로 하고 시작했지만 코요태가 대중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게 되면서 정식 멤버로 활동하게 된다. 



댄서로, 래퍼로 인기도 얻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지만 사진가가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이 가슴속 어딘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코요태의 정식 멤버가 되면서 받게 된 계약금의 일부로 그는 사진가의 꿈을 포기하고 다 팔아버렸던 옛날 카메라를 다시 산다. 당시는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시절이었고, 빽가는 자신의 이름을 딴 by100이라는 이름(그의 본명은 백성현이다)으로 싸이월드에 자신이 찍은 사진과 간단한 글을 꾸준하게 올렸다고 한다. 그 사진이 보그 잡지를 통해 알려지면서 엘르, 코즈모폴리턴 등 여러 매거진과 일을 하게 되고, 타블로의 앨범을 시작으로 에픽하이, 자우림, 비, 김태우 등 여러 가수의 앨범작업에도 참여하며 포토그래퍼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 뇌종양으로 큰 수술을 하기도 하고, 여러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지금도 그는 여전히 춤을 추고 여전히 사진을 찍고 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좋아하고 잘하는 게 많지 않아서 좋아하고 잘하는 걸 오래 한 사람입니다.
저 지금도 사진 찍고 있고, 지금도 춤추고 있어요.
 


이것저것 좋아하고 잘하는 게 많은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아마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좋아하고 잘하는 게 많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 최고의 실력을 갖추게 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미지 : freepik




나 역시 관심 있는 것도 별로 없는 데 그마저도 실력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지 못해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필코 이걸 끝까지 파고들어야겠다 시도하고 노력해 본 적은 없다. 하다 안 되면 포기하기도 하고, 다른 걸 시도하다가도 미련을 놓지 못하고 이쪽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내 노력과 관심은 일관적이지도 지속적이지도 못했다.



놓아 버리지 않고 끝까지 하는 것,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 그 힘의 바탕은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 잘하고 싶은 일을 정말 잘하고 싶은 순수한 열정과 마음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기억, 과거 또는 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