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발목에 3군데 골절상을 입은 지 드디어 38일이 지났다. 수술 후 2주간 붕대를 감은 반깁스(수술 부위를 이틀에 한 번씩 소독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반깁스를 해야 함)를 했다. 그리고 수술 부위의 실밥을 제거한 후 3주 동안 통깁스를 했다. 통깁스하는 동안에는 절대 다친 발을 바닥에 딛지 말라는 의사 선생님의 당부가 있었기에 실수로 다친 발이 바닥에 닿는 서너 번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했다. 또 통깁스 안에 물이 들어가면 깁스 안의 솜이 물을 먹어 다리를 압박할 수도 있으니 샤워할 때 깁스 안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게 주의하라는 당부도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지켰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는 씻을 때마다 큰 비닐로 무릎 아래를 칭칭 감고 그 위를 테이프를 몇 바퀴나 감은 채 샤워했는데 그래도 물이 조금은 들이쳤었다. 통깁스한 상태에서는 예전처럼 비닐로 물을 막았다가는 큰 일이 날 거 같아 네이버를 뒤졌더니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 출시된 제품이 있었다. 방수 비닐팩이었다. 수영장에서 핸드폰을 담기 위해 쓰는 일종의 방수팩인데 다리나 손이 들어갈 정도로 제품의 크기를 키워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리를 넣는 입구 부분이 실리콘 재질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죽죽 늘어나고 원래 크기로 복원이 잘 되었다. 그런 신축성 덕분에 다리에 착 달라붙어 샤워 중 물이 들어갈 염려가 전혀 없었다. 돈이 아깝지 않게 잘 사용한 제품이었다.
오늘 나를 진료한 의사 선생님의 계획은 아래와 같다.
1. 통깁스 해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발목보호대 착용 및 발목 보조기 착용
통깁스를 빼는 방법은 생각보다 무섭다. 일단 통깁스 안으로 쇠로 된 보호대를 넣는다 → 보호대를 따라 통깁스 표면을 핸드그라인더로 자른다 → 다 자르면 반대쪽으로 발을 돌린다 → 다시 보호대를 삽입 후 핸드그라인더로 자른다 → 통깁스를 벗겨내고 피부를 감싼 천은 가위로 자른다
1. 핸드그라인더, 2. 그라인더로 자르는 모습
그라인더로 자르는 소리가 코앞에서 들리니 다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살짝 불안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처치하는 선생님을 믿어야지 별 수 있나? 차분히 마음을 다잡으며 기다리자 금세 통깁스 해체는 끝이 났다.
2. touch the floor
14일인 오늘부터 18일까지 5일 동안 다친 발은 체중을 싣지 않은 채로 바닥에 닿는 훈련을 해야 한다. 양쪽 목발은 걷게 되는 그날까지 계속 함께할 예정이다. 다친 발을 땅에 닿지 않는 것에서 이젠 바닥에 닿는 걸로 대원칙이 바뀌었다. 드디어 회복의 시작인가 싶어 내심 혼자 기뻤다.
3. 18일 ~ 25일까지 체중의 30%까지 지지하는 걸로
움직이는 건 여전히 목발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다친 발로 체중의 30%까지 지지하는 걸로 연습해야 한다. 25일부터 다시 진료를 받는 28일까지는 체중의 50%까지 지지하는 계획이 있지만 일단 30%, 50% 이런 식으로 정확하게 조절해서 연습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그냥 다친 발 상황에 맞게 천천히 땅에 딛는 연습을 해 볼 예정이다. 28일에 진료받을 때 상태가 호전된 경우 목발 없이 걷는 걸로 재활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인터넷에 발목 골절로 검색하며 다른 사람들은 수술 후 얼마 만에 걷게 되나 찾아봤는데 워낙 환자마다 경우의 수가 다양해서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의외로 회복 기간에 물리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아 나도 그들처럼 1주일에 서너 번씩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나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얘기가 없었다. 내 생각대로만 된다면 12월 초에는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언제 회사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다친 발을 씻을 수 있게 된 것이 어디냐? 이제는 38일 만에 다친 발을 씻는 기쁨을 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