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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Nov 22. 2023

장밋빛 미래, 그건 니 생각이고!

발목 안쪽 복숭아뼈 수술 6주 후

지난주 화요일에 통깁스를 제거하고 14일부터 18일까지 발목보호대를 감은 채 보조기로 덧대어 고정한 채로 지냈다. 다친 발로 바닥을 딛는 조그만 동작만으로도 앉았다 다시 일어설 때 휘청이지 않고 중심을 잡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 깁스를 풀기 전만 해도 1시간만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면 다리가 부어올라 깁스를 압박해 아파왔다. 그럴 때면 재미있게 책을 읽다가도 별수 없이 침대에 누워서 퉁퉁 부은 다리를 진정시켜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늘 집에만 있는 내겐 맘껏 앉아서 지낼 수 있다는 새로운 선택사항이 하나 늘었다.    


혹시라도 급한 마음에 재활을 서두르면 다칠까봐 5일간 다친 발을 바닥에 닿는 동작에만 집중했다. 이를 닦을 때도 전과는 달리 한 발을 들지 않고 발을 내려 살짝 체중을 지지할 수 있었다. 다친 후로 매일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니 자주 거실 밖의 풍경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깁스를 푼 이후로는 양 발 모두 바닥에 발을 딛고 서서 5분 남짓 산책로에서 걷는 사람들, 강아지, 자전가 타는 모습, 바삐 오가는 차를 멍하니 바라봤다. 내가 없어도 바깥세상은 잘만 돌아가는구나 혼자 피식 웃었다.        

  

피스톨 스쿼트

다리를 다친 후부터 화장실 변기에 앉고 서는 일이 새로운 문제로 등장했다. 멀쩡한 왼쪽 다리에 온 힘을 주며 앉거나 일어서야 했기에 그때마다 내가 피스톨 스쿼트를 하는지 화장실에 가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평소에 하지 못하는 피스톨 스쿼트를 다리를 다치고서야 한다는 생각과 그래도 이건 너무 힘든 동작인데 이걸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지라는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2달 가까이 왼쪽 다리에 힘을 많이 줬더니 평소에는 없던 무릎과 허리 통증을 얻는 부작용이 생겼다.      


운동을 못한 지 2달이 다 되어간다. 여전히 바닥에 눕거나 앉는 동작은 할 수 없다. 할 수 있다면 예전처럼 1시간 동안 팔굽혀펴기나 턱걸이, 맨몸 스쿼트, 물구나무서기 등 순환 프로그램으로 운동하며 땀을 흠뻑 내고 싶지만 현실은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면서 10걸음 정도 걷다 쉬고 다시 또 반복하는 게 전부다. 그래서 운동 대신 체중관리를 위해 평소 성공하지 못했던 식단조절을 하고 있다. 아침은 두부나 계란프라이, 아이들이 먹다 남긴 샌드위치 반쪽, 과일 조금을 먹는다. 그리고 점심은 건너뛰거나 삶은 계란 2~3개를 먹는다. 배고픔을 견디기 힘들 땐 견과류 한 주먹을 먹기도 한다. 저녁은 일반식을 먹지만 배가 부르기 전 멈춘다. 대신 주말은 조금 배불리 먹거나 라면이나 짜장면 등을 먹을 때도 있다. 병가를 내고 쉰다고 해서 몸이 급격하게 불어나는 것은 식단 조절로 막았다.  

     

다음 순서는 제대로 걷기 위한 재활 운동이다.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니 여러 가지 운동이 있었다. 그중 내게 맞는 운동을 골라 운동하며 내 몸에 적용시키고 있다. 침대에 누운 채 벽에 발가락 닿기(발목), 앉아서 아픈 다리를 올리고 30초 동안 버티기(허벅지), 앉아서 뒤꿈치 들기(발목)를 하고 있다. 다친 발은 복숭아뼈부터 발가락까지 퉁퉁 부은 상태다. 발등은 평소보다 1cm 정도 두꺼워진 느낌이다. 마치 발등 위에 메모리폼이 고이 놓인 것 같다. 부종 탓에 오른발은 지금도 신발을 신을 수 없다.  


발목이 덜 풀려 가동 범위가 좁아진 건지, 걷는 연습을 할 때마다 바깥쪽 복숭아뼈와 발목이 만나는 부위에서 시작한 통증이 무릎 아래 정강이 오른편으로 이어지는 부위까지 올라오고 있다. 마치 발목을 삐었을 때 느끼는 통증과 비슷하다. 천천히 견디면서 차츰 부하를 늘리는 식으로 걸으려 노력하고 있다. 글을 쓰는 지금(보조기와 발목보호대는 모두 풀었다, 어차피 집에 있으니 위험할 일도 없다)도 앉은 상태에서 발목을 회전하는 것은 어렵고 발목을 굽히는 것 역시 평소의 30%만 움직일 수 있다. 여러 글을 읽어보니 제대로 걷기 위해서는 발목의 유연성이 예전처럼 회복되어야 하는데 5주 동안 깁스를 한 결과 발목이 굳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걷는 게 이리 힘들 줄이야, 깁스만 풀면 금방 회복하겠지라는 장밋빛 미래는 내 생각일 뿐이었다.      


5년 전 양팔이 부러지고 난 후 2달 만에 면도를 할 때 팔이 제대로 펴지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이 불현듯 생각났다. 그때는 1~2주 정도만 팔 펴기가 힘들어 고생했었는데 지금은 제대로 걷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실망하지 않고 그냥 의사 선생님 말씀을 따르기로 했다. 양쪽에 목발을 한 채 체중의 30% 정도만 지지하고 걷는 연습을 틈나는 대로 하고 있다. 대원칙 한 가지! 걸을 때는 뒤꿈치부터 닿고 힘을 주며 앞꿈치를 내딛는다. 내심 다음 주 정도면 목발 떼고 자유롭게 걷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게 내 맘처럼 쉽지 않다. 안된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계속해서 움직여야 오늘보다 내일, 발목 움직임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며 걷기 연습을 한다.     


목발 조정 팁

둘째 아들 방에서, 내가 쓰는 목발

1. 자신의 키에 맞는 목발을 고르세요(네이버, 쿠팡에 많아요)

2. 양쪽 어깨에 목발을 받치고 키에 맞춰 높이 조절(목발의 맨 아래 부분이 높이 조절 부위)

3. 목발 손잡이 위치 조절(목발 사용한 지 4주가 지나서야 손잡이 위치를 바꿨네요, 손잡이 위치가 바뀌니 손목에 가해지는 힘이 줄어들어 손목이 덜 아파요)    


1. 각질 제거 후                                                                               2. 각질 제거 전

통깁스를 제거한 후 발 각질이 엄청 많았습니다. 병원에서는 따뜻한 물에 10분 정도 발을 담갔다가 씻어내라고 하는데 저는 그냥 샤워하면서 해결했습니다. 다만 발 각질은 물이 닿으면 보이지가 않으니 손가락과 손바닥의 느낌만으로 밀어야 합니다. 샤워를 마치고 발에 로션을 발라주면 어느 정도 남아있는 각질은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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