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발은 바닥만 지지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목발 없이 안방 침대에서 화장실까지 걷는 걸 성공했다. 목발 없이 걷기 성공에 이어 내친김에 2달 만에 운동화를 신었다. 아직 발에 부기가 빠지지 않았기에 신발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신발을 벗고 꽉 묶여있는 운동화 끈을 전부 느슨하게 풀었다. 그런 후에야 겨우 앞발만 넣을 수 있었다. 제대로 신발을 신으려면 뒤꿈치를 아래로 누르며 힘을 줘야 했다. 바로 그때, 수술 부위에서 뜨끔하고 통증이 올라왔다. 아! 이것은 금방 지나가는 통증인가, 무시하면 안 되는 건가, 혹시 아물어가던 뼈에서 이상이 생긴 건가 여러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발에 힘을 줄 때 나타나는 무시해도 되는 통증이었다. 이 통증은 잊을만하면 걸을 때나 발목을 스트레칭할 때 나타나 날 잠시 멈칫하게 만들었다.
오늘은 아내의 출퇴근차량인 티볼리의 엔진오일을 바꿔야 하는 날이다. 2주 전 동네 공임나라를 예약했고 미리 주문해 놓은 kixx bio1 5w30 4리터와 오일필터, 에어필터를 전부 챙겼다. 여전히 10걸음 이상은 목발 없이 힘들었기에 아내가 엔진오일 3종세트(오일, 에어필터, 오일필터)를 들고 움직여야 했다.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공업사에 도착해 대기실로 들어갔다. 15분쯤 지나 엔진오일 교환이 어느 정도 진행될 때쯤 일부러 밖으로 나가 정비기사님이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보통 엔진오일을 채운 다음 탱크 밑에 있는 드레인볼트로 잠그기 전 드레인볼트 앞에 동와셔라고 “0”모양의 쇠로 된 제품을 넣어준다(엔진오일 누유 방지 기능, 와셔가 있어야 볼트가 과하게 조여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안 그러면 토크렌치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볼트를 지나치게 조이게 되고 그럴 경우 오일탱크의 나사선이 뭉개져 오일탱크를 교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요청하지 않으면 개당 몇 백원 정도 하는 와셔를 갈아주는 곳보다 갈지 않는 곳이 많다).
QM6 드레인볼트, 와셔(정확한 명칭은 드레인 플러그, 드레인플러그 개스킷)
엔진오일을 교환할 때마다 볼트는 다시 써도 와셔는 갈아주는 게 맞다고 배웠다. 기사님께 와셔 갈아주냐고 물어봤더니 여기에 와셔 없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잘못 들었나 생각했다. 정말 기본인데 카센터에서 이런 기본적인 부품도 갖춰놓지 않는다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잠시 주황색 경고등이 내 머릿속에 켜졌고 그 기사님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게 됐다. 아이고, 엔진오일을 넣자마자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더니 10초가 지나기도 전에 다시 시동을 껐다. 그 후에야 엔진오일 게이지를 빼내어 오일 양을 측정하는데 내가 알고 있는 방법과 달라 의아하게 여겼다. 그러고는 대뜸 엔진오일 양이 Low에 있으니 나중에 엔진오일을 조금 보충하라고 일러준다. 이건 뭐지? 티볼리 엔진오일 정량인 4리터를 들고 갔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지, 측정하려면 제대로 된 방법으로 해야지 이게 뭔가 싶었다. 여태껏 공임나라 다른 지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집 가까운 곳으로 왔더니 정비를 이상하게 하고 있다.
내가 아는 엔진오일 측정 방법은 평지에 주차 후 시동을 멈추고 15분쯤 기다렸다 엔진오일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혹시나 내가 모르는 새로운 방법인가 싶어 네이버나 유튜브에서 찾아봤어도 엔진오일을 채우자마자 시동을 걸고 바로 꺼서 확인하는 법은 없었다. 그 정비기사님의 방법으로는 정확하게 오일 측정이 되지 않을 텐데, 와셔 같은 기본 부품이 없다는 대답부터 오일 양이 부족하다는 말까지 어이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엉터리 오일 측정 방법이 맞냐며 한 마디 하려다 꾹 참고 그냥 계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는 이 카센터에 오지 않겠다는 생각과 함께.
11월 23일 목요일
다음 날인 목요일에 목발을 짚고 주차장에 내려가 다시 엔진룸 열고 오일 양을 확인했다. 어제 하루동안 아내가 100km를 운전한 것(엔진오일을 새로 교환한 후 충분한 워밍업을 거치고 평지인 주차장에 차를 세운 지 11시간이 지나 엔진오일 측정의 필수조건이 달성됨, 보통 운행을 마치고 평지에 차를 세운 후 15분쯤 지나 엔진오일을 체크한다, 난 이렇게 배웠다, 차량 매뉴얼에도 나온 방법이다)때문인지 오일 양은 full과 low의 가운데인 정상범위에 찍혀 있었다. 허탈했다. 혼자서 이런 엉터리 정비기사를 봤나 투덜댔다.
오전 10시에는 주행거리가 50,000km에 도달한 티볼리의 타이어를 갈기 위해 2달 전에 찜한 타이어 가게로 향했다. 수도권에 5개의 지점이 있는 업체였다. 바꿀 타이어는 금호 ta51 2056016 4 본이었다.
타이어 사이즈(출처 네이버)
미리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가성비 최적의 타이어였다. 그것도 타이어 장착비와 얼라인먼트(타이어 정렬, 자동차 운행 중엔 여러 요인들로 인해 미세한 틀어짐이 생겨 타이어 편마모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음, 타이어 교환할 때 한 번씩만 얼라인먼트를 받아도 운행하는데 이상 없음)가 공짜인 타이어 가게였다. 예약을 확인하고 아내와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직원이 타이어 2개를 가지고 들어왔다. 타이어 생산연도를 보여주려고 가져왔나 싶었다.
그런데 이상한 호객행위가 시작되었다. 내가 예약한 금호타이어는 승용차 전용 타이어라서 suv인 티볼리와 맞지 않는다(어디서 이런 개소리를, 타이어는 옆면에 있는 사이즈(2056016 숫자)만 맞으면 아무 상관없다). 금호 본사가 중국으로 이전해 예전과는 달리 품질이 엉망이다, 금호는 모두 중국산이다(광주공장 잘 돌아가는 중, 몇 년 전 타이어 뜯김 현상이 있었으나 현재는 개선됨)는 그런 헛소리를 지껄였다. 그러고는 조금 전 같이 가지고 온 다른 외산 타이어를 보여주더니 이게 훨씬 더 좋은데 개당 2만 원만 더 주면 된다며 일부러 내가 고른 ta51이 아닌 외산 타이어 구입을 유도했다(외산타이어 트레드웨어(수명) : 400, 금호 ta51 트레드웨어 : 580 금호타이어 가성비 勝).
옆에서 가만히 얘기를 듣던 아내는 귀가 솔깃했는지 “이걸로 바꾸는 게 어때”라며 타이어 가게 직원의 말에 넘어간 듯 보였다(QM6 타이어 바꿀 땐 왜 이리 비싸냐며 구박하고서는... 제 차 역시 가성비 타이어인 한국타이어 hl3 2255519 씁니다). 그러나 난 14년 차 소방관이었다. 회사에서 대형 트럭을 운전하고 있으며 매일, 매주 단위로 소방차량 점검을 하기 때문에 현대, gm대우, 볼보 대형차의 매뉴얼을 5번도 넘게 정독한 사람(차 사고서는 매뉴얼 안 읽어본 사람들 많습니다)에게 이런 사기를 치다니. 그런 얄팍한 상술에 넘어가기엔 쌓아놓은 배경지식이 많았고 그 힘들다는 제약영업을 하면서 전국 1등까지 해봤는데 속셈이 훤히 보이는 저질스런 꼬임에 넘어갈 수 없었다. 나와 아내를 살살 꼬시는 직원이 진심 어린 표정으로 얘기하고 있어 매몰차게 자르지는 않고 약간 고민하는 척 연기했다. 조금 후 그냥 “원래 예약했던 금호타이어로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직원이 권한 외산 타이어는 2056516으로 티볼리와는 사이즈가 맞지 않았는데 괜찮다며 우기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바퀴 크기가 다르면 차 계기판의 주행거리와 실 주행거리의 차가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타이어는 순정 사이즈만 고집합니다). 이래서 차 고칠 때는 남자가 가야 한다는 말이 생겼다는 걸 몸소 깨닫게 됐다. 아내 혼자만 보냈다가는 여기저기 각종 눈탱이(정비소나 타이어 가게에서 과잉정비나 더 비싼 제품으로 구매 유도)를 맞고 왔을 게 눈에 선했다. 목발을 짚고서라도 이틀간 아내와 같이 움직인 것이 다행이었다.
타이어 교환을 마친 목요일도 두 발로 걷기는 힘들었다. 혼자 조급해진 마음을 달래며 걷기 연습을 하는 나를 본 장모님은 "너는 치유받았느니라"라는 책을 주셨다. 치유에 관련된 기독교 서적인데 내 생각이 나서 집에서 가져오셨다고 한다. 그 책을 읽으며 맘은 급해도 의사 선생님의 조언대로 하라는 장모님의 권유를 되새겼다. 그래도 바지를 입을 때 누워서 입지 않고 서서 갈아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11월 25일 토요일
계속 지하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QM6를 탔다. 기온이 낮은 요즘, 배터리가 방전되는 걸 막기 위해 1주일에 30분씩 시동을 걸고 차에서 시간을 보냈다. 발목 움직임이 좋아진 것 같아 다친 이후로 첫 운전을 해봤다. 지하 1층에서 지하 2층까지 서행한 결과 이 정도면 운전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아내의 강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집으로 올라와 브레이크와 엑셀 페달을 번갈아 밟을 때 필요한 발목 위로 올리기 연습을 하니 상태가 호전되는 게 느껴졌다. 그동안 앞꿈치, 뒤꿈치 들기 연습을 주로 했다면 토요일부터는 운전하기 위해 발목을 위로 드는 연습을 추가했다. 마치 발목에 있는 봉인이 한 꺼풀 벗겨진 느낌이 들었다. 발이 괜찮아지기까지 물 한 양동이가 필요하다면 지금 내가 하는 연습은 물을 한 방울씩 양동이에 담고 있다는 상상을 했다.
11월 27일 월요일
일어나서 걸을 땐 목발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10분 정도 워밍업을 하면 다시 목발 없이 걸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바깥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집에서 틈나는 대로 걷기 운동을 했다. 발목 스트레칭 3종 세트는 앉아있을 때 연습을 했다. 얼른 나으려고 집에 있는 약은 모조리 챙겨 먹고 있다. 부산에 사는 친구가 부기 빼라며 보내준 호박즙을 마시고 장모님께서 주신 공진단을 먹었다. 오후에는 2달 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당첨된 홍삼스틱 세트가 도착했다. 아직 홍삼은 안 먹어봤는데 도전~~~!
11월 28일 화요일 병원 진료 요약
1. 운동 : 원하는 만큼 해라. 대신 걷기만, 발목 스트레칭은 정상이 될 때까지 계속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