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상 요양 승인, 그게 뭐 대수라고
130일의 기다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공무상 요양 승인 결정서가 왔다. 막상 요양 승인 결정서(이하 결정서)를 받으니 여러 생각이 났다. 준비해야 하는 각종 서류(공무상 요양 승인 결정을 받기 위해 제출한 서류만도 5종류가 넘었다. 재해 발생경위서, 사고장소까지의 이동경로도, 회사에 보고한 사고 관련 업무보고, 퇴근 후 사고임을 증명하는 전 날의 근무일지, 경위조사서, 진단서, MRI 소견서 등을 살펴보고 작성했다)와 공무원 연금공단 홈페이지를 찾아 환급받을 수 있는 비급여 항목이 무엇인지 정독하던 것 등이 잠시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공무상 요양 승인, 그게 뭐 대수라고. 퉁퉁 부은 다리를 이끌고 목발을 짚은 채 절뚝거리며 병원을 돌아다녔던 기억, 단지 1개 층을 올라가지 못해 휠체어에 앉아 몇 분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일, 원무과에서 받은 3~4장 밖에 되지 않은 서류(진료비 영수증,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를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없어서 비닐봉지나 종이가방에 넣어 목발을 짚은 손으로 들고 다닌 것, 계속 집에서만 지내다 15일에 한 번씩 병원 진료를 받으러 나와 1층 카페에서 차 한잔을 마셨던 일 등 여러 장면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래도 심사과정에서 반려되지 않고 승인받을 수 있어서 다행(크리스천이라 당연히 주님께 감사기도 했어요)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리를 다쳐 쉬는 동안 인터넷에서 공상 관련 글을 찾아봤을 때 공무상 요양 승인 신청부터 결정까지 평균 3개월이 걸린다는 사람들의 말은 내겐 해당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평균 기간인 3개월을 꽉 채웠으나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이상하다, 몇 번이나 관련 서류 잘 챙겼는데, 제대로 접수된 건 맞아? 아니면 심사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별의별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딱 내 인내심은 사람들의 평균인 듯 싶었다. 궁금해서 참다못해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와 통화했을 때는 오히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 : 작년 11월 초 공상 승인 접수한 000입니다. 제 서류는 잘 접수가 됐나요? 언제쯤 승인 결정이 날까요?
관계자 : 아, 000님, 접수한 지 벌써 석 달이 지났네요. 많이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작년부터 공상 승인 요청건이 정말 많아졌네요. 접수하신 분들이 오래 기다리시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되도록 빨리 처리하기 위해 한 달 가까이 제가 주말에도 나와서 일을 하는데 이제야 10월 중순 이전에 접수하신 분들 처리가 끝났어요. 거기에 승인 판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접수 건도 여러 건이 있어서 000님의 승인 결정은 아마도 2월 말이나 3월 초에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제가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나 : (관계자가 주말에도 출근한다는 말에 도리어 내가 미안해졌다) 아닙니다. 주말에 나와서 일하시려면 힘드시겠어요. 그냥 언제쯤 처리될지 궁금해서 연락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왜 난 이렇게 승인 결정을 기다렸을까? 공무상 요양 승인이 되어 좋은 점은 치료비를 거의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단, 치료비의 전부를 지급하지 않는다.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면 아마도 총금액의 90% 정도를 지급받는 것 같다). 아직 치료비 환급이 되지 않아서 얼마 만에, 어느 정도의 금액이 환급될지는 알 수 없다. 내 경우엔 10월 8일부터 18일까지 11일간 입원 후 수술비가 포함된 병원비가 260만 원 정도와 7차례의 통원 치료, 서류 발급비용이 50만 원 정도가 들었다. 그중 영수증에 나와 있는 본인부담금(치료비의 40% 차지)은 별다른 청구절차 없이 공상 승인받은 날부터 4~5개월 안에 내 계좌로 입금될 예정이다. 하지만 병원비 중 나머지 약 60%의 비중을 차지하는 전액 본인 부담금과 비급여 부분은 따로 요양급여비용 청구서를 작성해 공무원연금공단에 다시 청구를 해야만 돌려받을 수 있다. 신청하지 않으면 안 준다. 요양급여 비용에는 간병비(입원 기간 동안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해 공동간병인을 써야 했다. 그분이 없었다면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제대로 갈 수 없었다, 비용은 하루 5만 원, 간병인 혼자서 4명의 환자를 돌봄), 부대경비, 재활 기구 구입비, 물리치료, 이송비(목발을 짚고는 버스를 탈 수 없었다. 택시나 승용차가 아니면 아무 데도 갈 수 없었다) 등 여러 항목으로 나뉘어 있고 그 기준에 맞춰 신청하면 된다. 다쳐서 쉬는 동안 미리 준비를 해놓아서 크게 할 일은 없었다. 병원 다녀올 때마다 각종 서류(진료비 세부명세서, 영수증, 진단서, 수술확인서, 통원확인서, 소견서(이송비와 상급병실-기준은 6인실이지만 병원에 4인실만 있어서 4인실 입원함- 사용료, 간병비를 지급받으려면 의사의 기록이 필요), 간호기록지 등)를 미리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해 놓았다. 공무원연금공단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어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아, 요양기간 연장 승인 신청도 해야 했다. 발목 골절로는 최대 12주 이상의 진단서를 발급해 주는 병원은 없다고 보면 된다. 내 경우에는 10주의 진단 기간이 나왔고 실제로 발목이 나아 출근하기까지는 약 75일이 걸렸다. 대신 퇴원 이후 7번의 통원 치료를 받았다. 더구나 올해 5월 말, 오른쪽 발목 복숭아뼈를 고정하고 있는 와이어 제거 수술이 예정되어 있어 이 수술까지 공무상 요양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요양기간 연장 승인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내 경우엔 기존의 통원치료는 통원확인서로, 차후 와이어 제거 수술은 수술 후 발급된 진단서로 관련 서류를 첨부할 예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들어놓은 단체보험이 있었다. 이 역시 공무상 요양승인 결정에 따라 해당되는 보험금 액수(공상진단비, 공상입원일당)가 달라진다. 비례보상 원칙에 따라 보험사에서 내가 개인 실비보험에서 적절한 보상을 받았다고 여기면 추가되는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어찌 될지 모르니 일단 신청해 본다. 받으면 좋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아직 발목은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여전히 달리기는 못한다. 줄넘기는 양발을 번갈아가며 느리게는 할 수 있다. 무릎 꿇는 자세를 해보면 아직 종아리 위쪽이 많이 당기고 발목도 정상인 왼쪽에 비해 85% 정도만 펴지는 것 같다. 무릎 꿇는 자세를 했을 때 아프지 않고 발목을 끝까지 펼 수 있다면 완전히 나은 걸로 여길 수 있을 텐데,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올해 안에 발목의 정상적인 움직임을 목표로 오늘도 힘내서 꾸준히 운동을 시작한다.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