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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Nov 13. 2024

참기 힘든 체외충격파 치료

11월 어느 날

11월 초, 계단을 내려가다 조그마한 이물질(아마도 우유팩 크기의 단단한 물체로 추정)을 밟아 발목이 살짝 틀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지난 5월 말 와이어 제거 수술을 했던 오른발이었습니다. 속으로 큰일 났다는 생각을 하며 이리저리 발목을 체크해 봤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어 보였습니다. "아,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그날 신나게 운동을 했습니다. 다친 걸 알았지만 괜찮으니 열심히 운동한 제 탓일까요? 아니면 매번 여기저기 다치는 약한 몸 때문일까요? 그로부터 이틀 뒤 다친 발목에서 따끔한 통증이 시작됐습니다. 걸을 땐 괜찮았지만 앉았다가 일어나거나 방향 전환을 위해 몸을 돌릴 때 복숭아뼈 부근에서 뜨끔한 통증이 계속됐습니다. 나아지겠지 생각하며 사흘 정도를 지켜봤지만 통증은 사그라들기는커녕 오히려 빈도만 높아졌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아들과 함께 자주 치료받던 정형외과로 향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다친 발목 여러 부위를 눌러보시더니 수술 부위 아래쪽의 힘줄이 J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쪽에 충격을 받아 염증이 생긴 것 같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의사 선생님 : 치료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둘 중 하나를 고르시면 됩니다

나 : 뭔데요?

의사 선생님 : 돈 쓰고 빨리 낫는 법 또는 돈 안 쓰고 늦게 낫는 법이 있습니다

나 : 선생님은 뭘 추천해주시고 싶으신가요?

의사 선생님 : 저야 당연히 돈 쓰고 빨리 낫는 법이죠, 체외충격파 치료를 하면 치료 시기가 빨라지는데 문제는 그게 비급여라 한 번에 8만 원이 듭니다. 아마도 체외충격파 서너 번 정도면 낫지 않을까 싶어요. 그 뒤는 치료 경과를 보면서 물리치료만 할지 충격파 치료를 더 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나 : 빨리 낫는 게 낫겠죠, 충격파 치료 하겠습니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비급여 항목이라 환자 본인이 8만 원을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 대신 실손보험이 있으면 청구해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들었던 실손보험에선 소방관은 상해로 인한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없고 오직 질병으로 인한 보험금 청구만 가능(2008년에 가입했고 2010년 소방관으로 직업변경 고지를 하니 이렇게 바뀌었습니다)해서 이번엔 회사에서 들어둔 소방관 단체보험(보통 실손보험처럼 치료비 청구 가능)을 활용해 치료를 받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이게 전국 소방관이 다 누리는 혜택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경기소방은 매년 직원들을 대상으로 단체보험을 가입해오고 있습니다).


그 후 체외충격파 치료를 세 번이나 받았습니다. 진짜 아팠습니다. 이건 충격파 치료를 받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통증이었습니다. 아픈 치료도 웬만하면 내색 않고 참는 편인데 이건 참을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아픈 부위의 뼈가 시리다고 해야 할까요?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이었습니다.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기 전 숨을 내쉬며 맘을 다잡지만 1분도 지나지 않아 윽하는 신음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습니다. 억지로 참아봤지만 되려 눈물만 찔끔 흘렸습니다. 결국 견디다 못해 치료 도중에 "선생님, 강도 좀 낮춰 주세요"란 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처럼 체외충격파 치료 효과는 좋은 편이었습니다. 치료받기 전에 비해 통증의 빈도 수가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아직 어쩌다 한 번씩 찾아오는 뜨끔한 통증이 남아있지만 이 정도면 생활하는데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 통증 때문에 근 2주간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운동하기 싫은 마음도 살짝 있었지만 당분간 운동을 쉬라는 의사 선생님의 권고를 핑계로 마음 편히 쉬었습니다. 식욕은 그대로인데 운동을 안 하니 그새 몸무게가 2kg이나 늘었습니다. 걷는 것도 하루에 6,000걸음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오늘도 운동 좀 해볼까 마음먹었더니 이상하게 아침부터 발목에서 뜨끔하고 통증이 올라왔습니다. 아프니 잠시 쉬어볼까란 제 맘을 아픈 발은 알고 있나 봅니다. 올해는 체중 74kg에 근육량 36kg을 목표로 세웠는데 이 상태로는 목표를 달성하는 게 많이 힘들어 보입니다. 여러분의 건강은 다들 안녕하신가요?


이미지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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