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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ibi Mar 18. 2024

#01. 귀촌을 결심하다

어느 날 문득, 서울살이에 의문이 생겼다

어느 날 문득, 나의 서울살이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주말마다 캠핑이나 등산으로 서울을 탈출하고 있던 때였고, 40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쇼핑이나 문화생활(영화, 연극 등등)에 흥미를 가진 적이 없다. 쇼핑은 온라인이나 집옆 편의점으로 충분했고, 문화생활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전자책으로도 차고 넘쳤으니까. 줄 서고 기다리는 것이 싫어 맛집은 한 번도 자의로 찾은 적이 없다.


작년 10월, 설악산 대청봉 올라가던 길. 매일 이런 산을 보고 살고 싶어졌다

다정한 사람으로 살자는 매일 아침의 다짐이 무색해지는 지하철 출퇴근 시간을 보내야 했고, 한번 차가 밀리면 20분 거리도 2시간이 걸리는 마법 같은 일이 서울에서는 종종 (거의 매일) 일어났다. 서울에 살면서 그 혜택과 편의를 누리는 사람이 분명히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자주 만나는 친구나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 집 또는 동네에 꼭 살아야 하는 이유도 없었다.      


내가 왜 서울에 살고 있는지 며칠 동안 이유를 곱씹어봤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서울에 있는 직장에 다닌다는 것. 그때부터 생각이 빠른 속도로 전개됐다.     


직장? 직장은 옮기면 되잖아?!!


이런 단순한 생각에 이르자 내 고민을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결혼한 지 8년, 남편은 도시를 좋아했다. 나처럼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심지어 캠핑, 등산을 즐기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2023년은 무슨 일인지 우리 둘의 삶에 약간의 변화가 찾아오던 그런 이상한 시간이었다. 남편은 너무나 흔쾌히 좋은 제안이라고 했다. 본인 역시 다른 삶을 살아야겠다고 고민하고 있었다고, 100살까지 살려면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고.


그래서 서울을 떠나기로 했다. 다행히 우리에겐 교육 환경을 걱정할 아이는 없었다. 함께 사는 두 마리의 고양이에게는 충분히 양해를 구하고 설명은 했지만 영 시큰둥한 눈치였고.


뭐라고?? 이사한다고???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이냐, 집사!!!

그렇게 이슬비 내리는 날, 우리는 귀촌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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