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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ibi Apr 01. 2024

#03. 우리가 원하는 집 찾기

도시나 시골이나 집이 문제...

내려가자마자 살 집부터 물색했다. 주말부부 생활을 즐기며 느긋하게 집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짐 싸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내게는 고양이가 필요하다...! (그리고 남편도) 가족이 만나려면 함께 살 집이 필요하다. 서울집을 처분하고, 이쪽으로 집을 옮기기까지 최소로 잡아도 3개월이 걸릴 텐데, 그 시간을 떨어져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영 힘이 안 났다. 귀촌 프로젝트를 생각할 때, 주말부부 생활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잠깐 떨어져 지내는 정도'라고만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 말처럼 그 시간이 오히려 좋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아니었다.



서울에 있는 남편의 주된 업무는 고양이들 사진과 영상을 찍어 공유보관함(아이폰 유저끼리 사진 공유하는 시스템)에 넣는 일이었다. 난 밤마다 고양이 영상을 보면서 화면을 쓰다듬고..


야심차게 결정하고 추진했지만, 정말 이 시골 생활이 내게 맞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전세 위주로 집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시골 마을에 주택은 전세도, 월세도 매물이 없었다. 전세는 면소재지에 있는 작은 아파트나 빌라 정도. 마당 텃밭 일구고, 주택살이를 하려던 내게 아파트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상황을 보니 단독주택은 전세는 거의 없다고 한다. 정말 간간히 하나 나오더라도 금새 계약이 되고, 그렇게 나오는 집이 내 마음에 들리란 보장도 없었다.


매매를 해볼까 싶어 부동산 매물 위주로 단독주택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보고, 뒤져도 영, 끌리는 매물이 없다. 너무 크거나 너무 작았다. 단독주택에 살아본 경험이 없는 우리가 너무 큰 주택을 관리하면서 살기에는 벅찼고, 그렇다고 너무 작은 곳을 가기에는 살기 불편할 것 같았다.


'월세나 전세로 먼저 살아봐야 한다, 시골살이가 만만하지 않다, 단독주택 관리하기 어렵다' 등 현실적인 조언이 많았지만 단지 살아보기 위해 원하지 않는 집에서 미래를 담보하며 견디며 살고 싶진 않았다. 하루를 살아도 흡족하게 살고 싶었다. 단순히 집의 컨디션이나 좋은 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 있었고, 필요한 조건이 명확했다. 


작더라도 텃밭을 일굴 마당이 있을 것

흙을 밟고, 직접 채소를 기르고, 철이 되면 수확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다' 같은 바람이 아니라 '해야 한다'라는 신념이다.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기후로 농사 환경이 근본부터 뒤흔들리고 있다. 쉽게 사 먹었던 식재료들이 점점 더 귀해지고 비싸질 것이라는 의미. 어떻게든 생산 활동에 참여해서 나의 몫을 하고 싶었다. 흙을 만지며 기르고 가꾸어봐야 나의 삶이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도 있었고.


전원주택 매매 가격도 보통이 아니다 ㅠㅠ

주변 편의 시설이 너무 멀지 않고, 외딴 곳은 아닐 것

편의시설이라 함은 병원과 약국 같은 것. 당연히 서울에서만큼 편리한 생활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차로 20분 이내로 면소재지에 갈 수 있는 곳이었으면 했다. 그리고 마을 안에 있는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나 홀로 외딴 곳에, 경치 좋은 곳에 있는 집을 상상해보기도 했지만 그건 좀 더 시골과 주택살이에 경력이 쌓인 후에 하기로 했다. 해가 짧은 겨울, 가로등도 별로 없는 시골 마을에서 출퇴근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고, 외딴 곳에 있는 집은 보통 산 아래쪽에 있는데, 밤에 산에서 내려오는 동물들과 마주할 일이 조금 겁이 났다.


집이 너무 크거나 작지 않을 것

서울의 좁은 아파트에서 벗어나 넓은 집에서 살아볼까 했던 생각은 2초 정도. 사실 서울 20평 아파트도 우리에겐 충분했다. 반나절 만에 청소도 끝낼 수 있었고, 집에서 축구경기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리 넓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주택을 보러 다니며 그건 알게 되었다. 아파트만큼 효율적인 공간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것. 너무 클 필요는 없었지만 아파트 20평과 주택 20평은 공간 효율에서 달랐다. '적당한' 크기의 집을 찾고 싶었다.


별거 아닌 조건 같았지만, 이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신 집을 매매하는만큼 마음에 꼬옥 맞는 집을 구하기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월세살이를 하든, 더부살이를 하든. 집도 결국 인연인지라, 연이 닿는 공간이 나올 거라고 대책 없이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너무 묘하게, 이 세 가지 조건에 딱 맞는 집이 느닷없이, 그것도 내가 내려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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