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그 말.
깨어 있는 시간 중에 이동 시간을 제외하면 의자 등받이에 몸을 맡긴 채 두 손을 키보드 위에 올려두고 생활하다 보니 몸이 조금씩 고장 나기 시작했다. 뒷골이 자주 땅땅해지더니 이따금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아침에 스스로 몸을 일으킬 수 없을 수만큼 목과 어깨에 통증이 느껴졌다. 손이 없는 물고기처럼 몸을 이리저리 뒤척거리고 나서야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았다. 신경외과, 도수치료 전문 병원, 재활센터. 실력이 좋다는 곳을 전전했지만 통증은 점점 만성적으로 찾아왔다. 병원에 다녀온 후에 누리는 무통의 나날은 너무도 짧았다. 긴 시간 몰입하며 작업을 하고 싶어도 통증 때문에 더는 쓸 수 없어서 조퇴하는 날들이 늘어갔다. 살기 위해 일을 해야 하지만 일을 하기 위해서는 또 살아내야만 하기에 얼마간은 성실히 약을 복용하고 작업실과는 반대 방향에 있는 병원을 꾸준히 다녔다. 그러다 조금 나아지니 다시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여름과 가을을 건너오며 서너 권의 책을 출간하고 여러 지역에서 행사를 치렀다. 그사이 모른 척했던 게 괘씸하기라도 했는지 간간이 찾아오던 통증은 이제 나를 삼킬 듯이 집요해지기 시작했다. 통증이 없는 게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가 되자, 멀고 용하다는 곳보다도 동네 가까운 곳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긴 대기를 끝내고 마침내 치료 센터에 들어섰다. 베드에 누워서 치료를 받던 중에 선생님(T)께 물었다. 고통스러운 이 통증을 아예 끝내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인지. T는 내게 이 통증이 내 삶의 질을 얼마나 떨어뜨리고 있는지 숫자로 표현해 보라고 했고, 나는 십 중 칠팔 정도는 될 거라고 답했다. 그러자 T가 지긋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아요. 함께 가는 거죠."
그런 끔찍한 말이 어디 있냐는 내게 T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통증을 없애는 것이 집중하게 되면 삶이 고통스러워져요. 없애는 대신 어떻게 다뤄야 할지 생각해 보자고요, 우리. 통증을 잘만 다루면 이전보다 삶의 질은 이전보다 더 올라갈 수 있어요. 목의 통증을 없애기 위해서는 등 근육을 키워야 해요. 근육을 키우는 과정은 쉽지 않아요. 통증을 느낄 테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어요. 그러나 목은 더 편안해질 거예요. 지금 가지고 있는 통증을 어디로 보내고 받아야 하는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그 사실을 알면 몸은 저절로 나아질 거예요.
지금 환자분이 느끼는 통증 중의 일부는 모르기 때문에 오는 두려움일 거예요."
한 시간 남짓의 치료를 받는 동안 T의 말을 잊지 않기 위해 반복해 되뇌었다. 분명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들어섰는데 밖을 나왔을 때의 기분은 도서관에서 마음을 흔드는 한 줄의 문장을 발견하고 나오는 것만 같았다. 통증을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절반의 통증은 사라진 것 같았다. 더는 통증에 끌려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평생 운동이라고는 유산소를 벗어나지 못하던 내가 아침 헬스를 시작했다. 가슴을 내밀고 턱을 당기고 코어에서 힘을 느껴야 한다는 그 말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운동 끝에 찾아오는 통증에는 반가운 마음이 든다.
고통이 사라지지 않고 함께 가는 것이라면 나는 이 고통을 이왕이면 더 잘, 근사하게 느껴보고 싶다. 더욱 부지런하게 근육을 키워나가고 싶다. 비단 몸의 근육만이 아니라 마음의 근육도.
현재는 목과 어깨 통증이 놀라울 만큼 사라졌어요. 운동은 지금도 꾸준히 하며 조금씩 벌어지는 어깨와 단단해지는 등을 느끼고 있습니다. 통증과 함께 자라나는 근육을 실감하는 계절을 보내며 마음도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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