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의 변명(옹달샘 숲 이야기)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 검봉산 자연휴양림

episode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밀어낸다'


3년 동안 몸담았던 휴양림

나름 열심히 근무했고 직원분들과도 소통하며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분이 오게 되어 자리를 잃게 되었지요.


긴 시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밀치고 들어오는 사람에 대한 분한 마음

소속되어있는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배신감 등


한편

누가 내편 되어 줄 사람없으니

내가 나를 위로해야 했지요.

10여년 넘게 숲해설가로 근무하며

그동안 수고했다고 내게 주는 '안식년'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마음 먹기가 쉽지 않았지만

생각을 달리하니 한결 마음이 편하게 되었지요.

그동안 나로 인해 일자리를 갖지 못했을 사람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오늘은

탁란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탁란(托卵)

새, 물고기, 곤충 등에서 볼 수 있는 기생의 한 형태로

다른 종의 둥지에 알을 낳아 그 종으로 하여금 새끼를 기르게 하는 것


좁은 붉은오목눈이 둥지에 탁란한 커다란 뻐꾸기 알


다른 알보다 먼저 깨어나 눈도 뜨지 않은 벌거숭이 상태로 몸에 닺는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냄


둥지를 떠나서도 붉은머리오목눈이 엄마에게 먹이를 받아 먹는 뻐꾸기 새끼


뻐꾸기는 악마일까?


속담

'뻐꾸기 울면 참깨 심어야 한다'

'가을 뻐꾸기 같은 소리'(실없는 헛소문)


특징

봄 ~ 여름나고 강남으로 간다(3개월여 짧은 체류)

짧은 머무름으로 둥지를 짓지 않는다

다리가 짧아 알 품기가 어렵다



storytelling


'신의 섭리'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 부부가 숲속의 정령님을 찾아와 하소연합니다.

부부의 이야기


몸집이 작은 부부 새는 작은 나무들 사이 덤불 속에 아담한 둥지를 지었지요.

땅에 사는 뱀의 침입을 고려하여 잔가지가 많고 잎이 무성해 둥지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몇날 몇일을 둥지 재료를 물어다 정성을 다하여 완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소중한 알을 4개 낳아 애지중지 번갈아 품다

잠시 부부가 먹이사냥을 하고 돌아왔을 때

조금 이상한 점이 발견 되었지요.


4개의 알중 1개가 조금 커보이는 것이었는데

그 때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우리 부부가 둥지를 완성하고 알을 낳고 품는 동안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는 눈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소중한 알들을 보름 가까이 품었을 때

먼저 조금 큰 알에서 새끼가 깨어나왔는데

몸집이 커서 놀랐습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엄마 새가 보고 있는데

눈도 못뜬 벌거숭이 새끼는 몸에 닺는 알들을

등을 이용하여 힘겹게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었지요.


참으로

놀라운 광경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러나

마음으로 낳은 자식이라 생각하고

열심이 먹이를 물어다 주었고

얼마나 많이 먹던지 우리 부부는 녹초가 될 지경이었지요.


그렇게

또 보름후

엄마 새보다 몇배는 크게 자란 새끼는

둥지를 나와서도 먹이를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기른 정 생각하여 또 열심히 부양하였지요.


지금 생각하면

새끼가 둥지를 떠나기 전부터 주변에서 어미 뻐꾸기의 소리가

들리곤 하였습니다.


그 커다란 새끼 새는 뻐꾸기 새끼였던 것이지요.


뻐꾸기의 탁란 '신의 섭리', 멀리 보고 크게 생각해야 할까요?


이야기를 마친 붉은오목눈이 부부 새는

참담한 표정으로 숲속의 정령님을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애쓰시었어요! 아름다운 부부님!"

"........."

"내게 몇일 전, 그러니까 새끼 뻐꾸기가 둥지를 떠나기전에

뻐꾸기 부부가 찾아왔지요.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그 때 들었습니다.

송구스럽다는 말을 많이 하였지요.

그러면서

뻐꾸기는 다리가 짧게 태어나 알을 품을 수 없다는 것

이곳에 3개월여 머물기에 둥지 틀고 새끼 기를 여유가 없다는 것 등"

"........."

"그러면서 남쪽에서 가져왔다며 씨앗을 내놓더니

신세진 붉은머리오목눈이 부부에게 전해주라는 것이었지요."


붉은머리오목눈이 부부는 씨앗을 한개씩 물고

둥지로 왔습니다.

숲속 정령님 말씀따라 둥지 주변에 심었더니 신기하게

다음날 싹이 나오더니 무럭무럭 자라 둥지 주변을 감쌓지요.

뱀의 침탈이 유독히 많았던 그해

부부는 둥지를 안전하게 지켜내며

알 3개를 낳고 부화시켜 훌륭하게 키워낼 수 있었습니다.


그 씨앗은

뱀이 싫어한다는 비수리 씨앗이었던 것이지요.

사퇴초(뱀을 물리치는 풀)라고도 하고...


한편 이듬해

작은 붉은머리오목눈이 부부의 둥지가 뱀에게 심하게 공격을 당하고 있을 때

날렵하고 용감한 뻐꾸기가 날아와 부부를 보호하며

짧지만 강력하고 날카로운 발로 뱀을 물리쳤습니다.

그리고 많이 다친 부부를 위해 둥지를 보수해 주고 먹이를 물어다 주며

몇날 몇일 극진히 돌보아 주었는데

쾌유를 빌며 날아가기전 커다란 뻐꾸기는 작은 부부 새를 바라보며 말했지요.

"다행입니다! 제가 은혜를 갚을 수 있어서... 어려움이 있을 때 저를 찾으셔요!"


하여 지금도

뻐꾸기는 키워준 붉은머리오목눈이 어미새의 안전을 위하여

둥지 주변에서 '뻐꾹! 뻐꾹!'하고 운답니다.


그리하여

'신의 섭리'를 거역하지 않고 궁휼하게 행동한

붉은머리오목눈이 부부

은혜를 갚은 뻐꾸기를 숲에서 칭송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