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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Oct 18. 2024

@1205 <엎드려 절받기가 왜 나쁜가 : 늦었지만~

@1205

<엎드려 절받기가 왜 나쁜가 : 늦었지만 용기 있는 자세>     


1.

“지금이라도 사과하라고? 어차피 늦었으니 다 소용없어.”

철수가 술 한잔 들어간 김에 그때 무척 서운했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내가 한 말에 철수가 그렇게까지 상처받았는지 몰랐다. 지금이라도 사과를 해야 할까.     


2.

‘엎드려 절받기.’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이 인사할 생각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때, 이쪽에서 먼저 고개를 숙여 인사를 유도하는 상황이다. 이 말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인사 안 하는 상대의 무례함을 질책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과연 그렇게 안 좋은 면만 있을까. 마지못해 하는 행동으로 낙인찍고 비아냥거리기만 해야 할까. 다른 관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 템포 늦었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수를 만회하는 행동으로 바라보자. 어떻게든 관계를 회복하려는 용기 있는 시도처럼 보인다. 민망하다며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관계가 더 악화되니 말이다.     


3.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하는 행동은 결코 만만치 않다. 상대방이 그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리 예측하기도 어렵다. 큰 결심하고 어렵게 행동했지만 계속 불만스럽게 바라볼 수도 있다. 에라 모르겠다, 이왕 엉망이 되어 버렸으니 두 눈 질끈 감고 끝까지 뻔뻔하게 나가기로 한다.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두 배 더 아름답게 보인다. 상대도 그 불편한 마음을 뻔히 알고 있다. 자신이라면 그냥 가만히 있었을 텐데 이렇게까지 행동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놀랍다. 끝까지 본인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려는 태도에 감동한다. 오히려 더 멋져 보이기까지 한다.     


4.

인사받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상대가 절을 하지 않아 마음이 상했으면 그냥 가만히 있을 수도 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람 흉을 보고 험담하면 그만이다. 기분은 좋지 않지만 엎드리는 자세로 상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로 한다. 그만큼 상대방을 아낀다는 뜻이다.     


그 행동에 화답하여 지금이라도 절을 했으면 됐다. 상대가 나를 좋게 봐주길 기대해서가 아니다. 나 스스로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누가 보든 안 보든 나는 내 행동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긴다. 나 스스로에게 그만큼 당당해진다. 자존감도 한 뼘 더 올라간다.     


5.

“철수야, 그때 정말 미안했어. 내가 생각 없이 그런 말을 내뱉어서 너를 힘들게 했구나. 늦었지만 진심으로 사과할게. 이렇게 말을 꺼내서 사과할 기회를 주니 더 고마워.”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지금이라도 용기를 내어 수습해 보자. 이 기회를 또 놓치면 정말 후회한다.     


*3줄 요약

◯‘엎드려 절받기’는 서로 간에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주고 관계를 개선해 보려는 좋은 시도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수습하기 좋은 때다.

◯늦더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자기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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