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업들은 자신들의 조직이 체계가 없다는 점을 늘 고민한다. 경영진들도 그러하지만 직원들도 그러하다. 체계가 잡히지 않은 회사에 입사하는 것 자체가 페널티를 안고 시작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해서 회사가 여러 규정과 제도를 만들고 R&R를 정하고 업무 내용 및 평가 요소까지 디테일하게 채워간다. 그래서 업력이 수십년 된 외국계 회사의 경우 KPI Book이 정말 보험약관 수준이다.
자, 그렇게 되면 스타트업도 대기업처럼 되고 공조직처럼 된다. 모든 것이 문서화된 규칙대로만 하면 되니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렇게 일하는 대기업들은 정말 R&R 이슈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조직 안에서 싸울 일이 없고 논쟁할 일이 없다면 건강한 조직일까?
오늘날 경영 환경은 경영학 교과서들이 쓰여진 시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연간 목표'라는 것도 방향성에 관한 것이지 12개월 뒤에 뭐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예전에는 5개년 계획 같은 것도 많이 있었는데 오늘날 이를 쓰는 곳은 거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장기목표는 Align의 기준을 삼기 위함이기 그 숫자 자체는 예측할 수도 없고 맞힐 수도 없다.
OKR도 1분기(3개월)을 기준으로 관리하고 스프린트는 1주, 4주, 6주 주기를 가장 많이 하는 것 같다. 스크럼은 Daily Scrum이 가장 중요해진 시대다.
이렇게 시장 상황과 경쟁 환경이 급변하는 속에서 정해진 방식, 정해진 규칙으로 일하는 것은 너무나 큰 리스크다. 그래서 스타트업 또는 스타트업 처럼 일하고자 하는 조직들은 수시로 조직과 R&R이 변화하고, 심지어 아이템 조차도 상황에 맞춰 피벗할 수 있는 유연함이 건강한 스타트업 조직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규칙들을 없애는 것이 정답일까? 물론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규칙을 없애는 것'이 아닌 '모두가 스스로 규칙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경쟁 환경에 따라 조직도, 업무도, 심지어 전략과 아이템도 변할 수 있다. 다만 그런 상황에 맞추어 개인의 업무와 조직의 업무를 빠르게 구조화 하는 작업을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
과거처럼 전 직원의 직무분석과 성과지표를 Top-down으로 내리는 방식은 가능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 넷플릭스의 CEO가 쓴 책의 제목 <규칙없음>의 핵심이 이 내용이다. 이 책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하자면 '규칙을 파괴하라'가 아니라 '스스로 규칙을 만들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고 지원하라'에 가깝다.
둘째, 이렇게 업무가 바뀌더라도 회사의 미션과 비전, 장기 목표에 Align되어 자신의 업무를 정렬해야 한다. Pivoting의 핵심 개념은 Core competency를 한쪽발로 디디고 다른 발만 이동하는 것이지, 양발이 다 뛰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이게 농구에서 말하는 Pivot의 규칙이기도 하다. 시장, 제품, 경쟁환경 모두가 변하더라도 널뛰기 하듯 이동하는 것을 Agile이라 호도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건 아니다.
이걸 조직에 적용하자면 이렇게 하면 좋다.
'체계화된 조직'을 만들겠다고 온갖 템플릿과 매뉴얼을 이식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업무 방식을 프레임 안에 갇히게 하기 쉽다. 다만 초반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맞는 업무의 프로세스와 매뉴얼을 백지 상태에서 함께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회고하면서 그 내용(1단계 회고)와 방식(2단계 회고)을 계속 업데이트 한다. 그러면서 임직원들의 해당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기초 체력도 안되는 군인들에게 비싼 중화기를 주는 것보다, 맨손으로 일당백을 할 수 있는 람보를 만들어주는 전략이다.
내가 비즈니스 코칭을 하면서 현장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일이자, 이론과 현장의 갭이 큰 부분 이다. 대부분 다른 회사의 양식과 매뉴얼을 달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줘 본들 변화가 일어나는 조직을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