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가 자꾸 나를 불러.“
"우리 오늘 뜨갈랄랑 갔다 왔어."
"뜨갈랄랑? 자띠루위를 가야지! 뜨갈랄랑은 스몰~하잖아."
오늘 뭐 했냐는 숙소 주인 마데의 물음에 뜨갈랄랑에 다녀왔다고 하니 그는 자띠루위를 가라고 했다. 어차피 계획 없는 여행자인 우리는 또다시 '와이낫?'을 외치며 다음 날 오토바이를 타고 자띠루위로 향했다.
우붓시내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40~50분쯤, 한적한 길을 달리다 보니 나타난 풍경.
"으와. 여긴 또 뭐야."
숙소 주인 마데의 말대로 자띠루위는 광각 버전의 뜨갈랄랑이었다. 한눈에 담기지도 않고, 사진으로는 더더욱 담을 수 없는 파노라마 논 뷰(Rice field view). 드넓은 계단식 논뷰를 감상하고 싶다면 여기로 가자.
하지만 트레킹은 고려해봐야 한다. 땡볕 트레킹이 될 수 있다. 넓은 만큼 트레킹 코스도 다양하다. 만약 작정하고 트레킹을 하고 싶다면 3~4시간 걸을 걸 예상하고 준비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땡볕을 걷던 우리도 1시간 정도 가볍게 산책하는 코스로 돌아 나왔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어쩐지 사람들이 걷지를 않고 구경만 하더라니."
자띠루위는 트레킹보다는 계단식 논뷰를 눈으로 감상하며 즐기는 여행으로 적합하다. 탁 트인 뷰의 식당에서 밥을 먹고 광활한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
브런치북 <발리의 무시무시한 오라오라병>의 아이디어는 자띠루위 레스토랑에서 시작됐다.
내 옆자리에서 식사하던 싱가포르 여성이 인사를 건네왔다. 서로 어디에서 왔는지, 지금 어느 지역에서 묵고 있는지, 몇 번째 발리 여행인지, 소소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녀도 나처럼 이번이 네 번째 발리여행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말,
"발리가 자꾸 나를 불러. 그렇지 않니?"
여행 내내 그녀의 말이 맴돌았다.
'발리가 자꾸 나를 불러....'
'내 착각이 아니구나. 나만 느끼는 게 아니구나.‘
‘발리의 묘한 매력이 분명히 있구나.'
'뭘까? 나를 자꾸 부르는 발리의 매력이.'
그 후로 발리에서 마주하는 모든 순간에 더 깨어 있으려고 했다. 얄팍한 판단은 지우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남들의 말도 지웠다. 있는 그대로의 발리를 마주하려 내가 가진 모든 감각을 깨웠다.
그리고 또다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또 한 번 발리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는 걸…. 이미 지독한 오라오라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덕분에 정체 없는 오라오라병을 시름시름 앓으며, 내가 느낀 발리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갔지만, 자띠루위에 온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가이드와 함께 왔다. 택시를 타고 오기에는 다소 멀기 때문인 걸까? 특히 단체 관광객이 많았다. 단체 투어 프로그램 중에 자띠루위 투어가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꿀팁
정글 뷰는 보고 싶은데 풀빌라(4화 참고)를 예약하지 않았고, 뜨갈랄랑(8화 참고)에서 걷기는 힘들고, 거리상의 문제로 자띠루위에 갈 수 없다면?
_정글뷰와 선셋을 볼 수 있는 레스토랑
우붓 시내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정글뷰가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이다.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우리가 갔던 날은 구름이 많아 일몰은 볼 수 없었지만, 맑은 날에는 저녁식사 하며 정글뷰와 일몰을 한 번에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우리는 식사를 하지 않아 음식 맛은 알 수 없고, 1인 기본 100루피아만큼 주문 필수다.
발리를 즐길 방법은 많다.
나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자.
En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