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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윤 Oct 18. 2024

발리에서, 신과 함께

치유와 정화의 물이 있는 사원

발리의 묘한 매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발리는 신들의 섬이다. 발리에는 영성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그들 삶은 영성 그 자체다. 그렇기에 요가나 명상수행자가 아니더라도, 발리 사람들과는 영성에 대한 대화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아침이면 집집마다 볼 수 있는 '짜낭 사리(Canang Sari)'


*짜낭 사리 : 신에게 바치는 봉헌물. 제단이나 상점, 오토바이, 차 등등 여기저기에서 짜낭 사리를 볼 수 있다. 바닥에 놓인 건 신이 아닌 악귀를 막기 위한 용도라고 한다.


발리 사람들은 아침마다 신에게 기도를 올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우리는 발리 가족이 살고 있는 숙소에 묵었기 때문에 그 모습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발리 가족들은 매일 아침 새벽 기도를 올리며 하루를 시작했고, 밤기도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보름달이 뜬 날, 엄마 아빠 아이가 쪼르르 무릎 꿇고 앉아 기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시장에 가면 짜낭에 넣을 꽃을 팔기도 하고, 짜낭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그들은 각자의 집 안팎의 제단에서 매일 기도한다. 여유롭고 미소를 띤 평소 모습과 다르게 신 앞에서 그들은 부지런하고 진지한 모습이다.


매일 기도하는 사람들


아침에 눈 떠서 테라스에 나가면 어김없이 기도하는 할머니가 제일 먼저 보인다.


온 집 안의 제단을 돌며 기도하는 할머니
부처 위에 매일 다르게 올라가는 꽃도 할머니 작품 :)


아이들도 예외는 없다. 학교 안에 있는 제단에는 아이들이 직접 봉헌물을 올리고 기도의식을 치른다.


하루는 카페에 앉아있다가 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이들은 오토바이에서 내려 엄마(혹은 아빠)의 손을 자신의 이마에 갖다 댔다. 그 모습이 신기하고 궁금해서 숙소 주인 마데에게 물어봤다.


"아이들이 등교할 때 부모님 손을 자기 이마에 가져다 대던데, 그건 왜 하는 거야?"


"아하 그거. 인사하는 거야. 그리고 부모님께 '나의 안녕을 기원해 주세요.'하고 기도하는 의미이기도 해."


"오. 정말 좋다!"


그들의 인사방법과 인사에 담긴 의미가 정말 멋져 보였다. 그만큼 부모를 믿고 공경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엄마, 아빠, 나 잘 다녀올게요. 오늘도 학교에서 무탈하게 잘 지낼 수 있게 기도해 주세요."


*발리에서는 타인의 머리를 만지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발리에서는 특히 아이들의 머리를 신성하게 여기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Pura Tirta Empul


띠르따 음뿔 사원은 '신성한 샘물, 땅에서 솟아나는 물'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이 사원은 신성한 물을 통해 몸과 영혼을 정화하는 의식으로 유명하다.


발리의 문화를 하루 체험으로 알기는 어렵겠지만, 그들의 문화 속으로 조금 더 가까이 들어가 보고 싶어서 선택한 일정이다. 입구에서 입장료 1인 5만 루피아(약 4천 원) 내면 허리에 두르는 천을 대여해준다. 사원에 입장하려면 남녀구분없이 이 천을 둘러야 한다.


나마스떼 :)


정화의식을 하지 않고 사원 구경만 할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문화 속에 몸을 푹 담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정화 의식 체험을 하려면 의식용 사롱을 다시 빌려서 갈아입어야 한다. (1인 1만 루피아로 기억) 초록색 사롱으로 갈아입고 물에 들어가 물줄기를 하나씩 거치며 정화 의식을 치른다. 성스러운 물이 몸과 마음을 정화해 주고 소원을 들어준다고.


물은 생각보다 굉장히 차갑고, 저 물 안에는 커다란 물고기도 살고 있다.... 정화 의식을 하는 방법은 대답해 주는 사람마다 그 방법이 달라서 아직도 헷갈린다. 띠르따 음뿔 사원 역시 가이드와 함께 온 여행자가 대부분이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면 친절히 알려줄 듯!


대략적으로 물줄기마다 기도하고, 세 번 얼굴(&머리)을 적시고, 세 번 마시고, 물줄기 아래에서 머리를 흠뻑 적시는 순서로 진행한다. 망자를 위한 두 곳의 물줄기 앞에서는 의식을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몰입하게 되는 정화 의식. 초반에는 이것저것 소원을 이야기하다가 결국 '감사합니다'만 반복했다. 무언가 바라는 바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감사의 마음으로 기도할 때, 오히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정화되는 걸 느낀다.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됐는데 우리가 '감사합니다'라고 알고 있는 '뜨리마까시(terima kasih)'는 인니어이고, 발리 사람들은 '쑥스마 (suksma)'라고 한다고. 발리를 네 번 다녀오면서도 몰랐다. 나의 발리 친구들에게 "쑥스마~" 하고 인사하려면 또 발리에 가야겠네.


사원에는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미국, 유럽, 인도, 일본, 중국 등)로 가득했지만, 한국인은 우리밖에 없었다. 서양인이 가장 많았던 것도 의외였다. 우리는 9시 정도에 갔는데 2시간 정도 체험하고 나올 때는 줄도 길고 북적거렸다. 정화 의식 체험에 참여하려면 오전 일찍 가는 것을 추천한다.



*사원에서 지켜야 하는 주의사항도 팻말에 적힌 내용을 보며 숙지하고 실수하지 않도록 하자. 예를 들면 물속에는 사진기를 들고 들어가면 안 되고, 정화 의식을 치르는 공간에서는 수건을 두르면 안 되고, 입고 있는 사롱을 제외한 다른 옷을 들고 들어가면 안 된다. 또, 내가 갔을 때는 나를 비롯한 많은 긴 머리의 여성들이 머리를 묶지 않았고 따로 제지가 없었는데, 원래는 머리를 묶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남의 실수를 지적하는 걸 무례하다고 여기는 발리 사람들이지만, 사원 내에서는 엄격한 편이다.


춥고 어렵고 낯설긴 했지만, 어디에서도 접해보지 못한 발리 사람들만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발리를 여행한다면, 발리 곳곳에서 마주치는 그들의 문화에도 관심을 기울여보자.


8년 전에는 꾸따에서 만난 '피피'라는 친구를 통해 그들의 행사에 초대받아 놀러 간 적이 있다. 발리 사람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제사와 같은 행사를 자주 치른다. 다 같이 음식을 하고 행사를 준비하고 동네 사람들끼리 모여서 잔치를 벌이는 듯한 모습이 정겨웠다.



하루 종일 행사 준비로 바쁜 발리 여성에게 물었다.


"준비하는 거 힘들지 않아?"


"힘들어....^^ 정말 할 게 많거든. 며칠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준비해야 해."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공동체 의식을 갖고,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그리운 사람들 (Kuta, Bali, 2016)


+) 며칠 전 발리 가족에게 온 메시지.

말도 참 예쁘게 하는 사람들


너 나 우리, 모든 존재에 신성이 깃들어 있다.

Sending a BIG hu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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