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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윤 Oct 22. 2024

채식주의자도 노 프라블럼!

발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발리에서의 모든 시간이 좋지만, 그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애정하는 시간을 꼽자면 바로 이 순간이다.


나 : 잘 잤어?

남편 : 완전. 여보도 잘 잤어?

나 : 응. 나갈까? 커피 마시러?


"산책할까?"라는 말에 펄쩍펄쩍 뛰는 강아지처럼 우리는 순식간에 잠을 털어내고 이불 밖으로 튀어나간다.


6년 전 발리에 올 때만 해도 남편은 '커알못'이었다.(커피를 알지 못하는 사람) 그 사이 남편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고, 핸드드립도 배웠다. 나는 커피를 즐겨마시긴 했지만 딱히 커피 맛을 알지는 못했다. 이제는 우리 둘 다 커피 맛을 즐길 줄 알게 된 덕분에 발리에서 맞이하는 아침이 배로 즐거웠다.



Enjoy! Bali Coffee


6년 전 발리에서 마시는 커피는 대체로 이런 식이었다. 간장같은 색깔, 색깔만큼 진한 쓴맛, 커피를 마시다 보면 드러나는 커피잔 바닥에 묵직하게 가라앉은 커피 가루. 발리 사람들은 여전히 이런 모습의 커피를 즐겨마신다. 물론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나는 이 진한 발리 커피에 곁들여 나오는 실온의 우유를 살짝 넣어 마시는 걸 좋아한다.


발리 커피 (2018)


6년 전에 내가 우붓에서 가장 좋아했던 카페는 '스니만'이었다. 커피도 맛있고 커피와 물, 작은 쿠키를 함께 주는 플래이팅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때만 해도 발리에는 카페에서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흔하지 않았다.


Seniman Coffee (2018)


우리가 변한 만큼 발리의 커피 문화도 많이 변했다. 우리가 묵는 숙소 앞, 카페가 생겼다. 어두컴컴했던 오래된 건물이 카페가 되니 동네 분위기도 달라졌다. 카페는 아침 일찍부터 여행자로 북적거렸고, 덕분에 한적한 동네에도 생기가 돌았다. 카페에는 직접 만든 머핀 등 베이커리류도 있다. 우리는 처음 며칠간 눈 뜨자마자 이곳에서 커피를 즐겨마셨다.


Ubud Coffee Roastery - Sayan (2024)


커피 맛도 괜찮았지만,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가 아침을 커피로 시작하는 기분 그 자체가 좋았다.


동네 강아지들도 함께 즐기는 커피타임


그러던 어느 날, 여기저기 탐방하기를 좋아하는 남편이 아침 일찍 혼자 동네를 산책하다가 한 카페를 발견했다.


"여보, 아까 걸어가면서 보니까 저쪽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카페가 있더라고!"

"오 그래? 가보자!"


그렇게 우연히 만난 카페는 남은 발리 여행 내내 우리에게 큰 기쁨이 되어주었다. 매일 눈 뜨자마자 달려간 곳.

SCHAUBERGER in Ubud (2024)


고소한 원두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불호일 수 있지만, 산뜻한 풍미를 품은 커피를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극호였던 커피.


발리 카페에는 기본적으로 아몬드 밀크, 오트 밀크 옵션이 있다. 게다가 '홈메이드' 아몬드 밀크, 오트 밀크를 사용하는 곳이 많아 비건이 아니더라도 라테 러버에게 신선한 행복감을 안겨준다.


남편이 사랑에 빠진 아이스아메리카노
내가 사랑한 플랫화이트or카푸치노 with 아몬드밀크or오트밀크


브런치로도 유명한 피손(PISON)과 수카에스프레소(Suka Espresso)의 커피도 괜찮았지만, 우리에게는 샤우버거(SCHAUBERGER) 커피가 가장 좋았다. 샤우버거 커피에는 근처 요가원에서 요가를 마친 사람들, 노트북으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들이 많았다. 자리는 많지 않지만 콘센트가 있고 직원들도 친절하다.


발리에서 돌아온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지만, 우리는 샤우버거 커피에서 만난 직원을 종종 떠올린다. 커피를 가져다줄 때마다 경쾌한 목소리와 리듬으로 "ENJOY~!" 외치던 사랑스러운 그녀. 다음에 발리에 가면 카페 샤우버거에서 글 쓰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싶다.


+) 커피를 못 드시는 분들은 말차라테도 시도해 보시길!




채식주의자도 발리에서는 노 프라블럼!


카페에도 우유를 대신할 옵션이 있듯이, 발리의 식당에도 채식하는 사람을 위한 옵션이 준비되어 있다. 나는 과거에 1년 정도 비건(동물성 식품을 일절 먹지 않는 식생활)으로 살았다. 물론 개인적으로 비건생활은 만족스러웠지만 한국에서 비건으로 살기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발리에서는 어떤 식생활을 추구하든 자유롭다. 꼭 비건 식당이 아니더라도 비건과 채식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준비되어 있는 식당이 많았다. 내가 어떤 식생활을 추구할지는 나의 자유다. 발리에는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과 일반식을 하는 사람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메뉴판에 표시된 Vegan, Vegetarian 옵션
Vegetarian Menu


발리에는 과일과 채소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과일 주스와 한국에서는 밥값만큼 비싼 스무디볼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디톡스 여행


이번에 발리에 다녀와서 버킷리스트가 여러 개 생겼는데, 그중 한 가지는 '발리 디톡스 여행'이다. 한국에서는 착즙주스를 손수 만들어 먹기에는 번거롭고, 사 먹기엔 비싸다. 발리에서는 셀러리, 파슬리, 레몬, 케일 등을 착즙 한 주스를 2~3천 원이면 언제든 사 먹을 수 있다. 발리에 요가하러 장기여행을 온 사람들은 밥대신 착즙주스 한통을 사서 종일 먹기도 한다.


*생채소와 착즙주스를 지나치게 먹으면 몸이 냉해질 수 있다. 적정기간 디톡스 여행을 하면 좋지 않을까 :)



그 외에도 발리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은 다양하다. 마음껏 즐기시길!


코코넛 러버를 위한 코코넛 요거트, 코코넛 아이스크림, 생 코코넛.
알록달록 과일들
다양한 식물 베이스의 재료들
내가 좋아하는 가야 젤라또와 남편이 사먹은 길거리 아이스크림
숟가락을 갈아 만든 도구로 쓱쓱 아이스크림 꽃을 만드는 중
발리를 사랑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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