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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금 Aug 09. 2020

첫 입사 후 만 3년은 무조건 버텨라?

누군가에겐 아주 틀린 "만 3년 버텨라" 조언



첫 회사에서 3년은 있어야 돼.
그래야 나중에 어딜 가든 경력 인정받지.



    처음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때, 주변에서 정말 한 분도 빠짐없이 이런 말씀을 주셨던 듯하다. 그리고 아마 이 가이드를 보는 많은 사회초년생 분들께서도 한 번쯤은 들으셨을 이야기일 것 같다. 이 “절대 3년 설”(이라고 한 번 말을 붙여본다)이 어찌나 강렬한지, “이직하고 싶은데 3년이 아직 안됐어요. 그래도 괜찮을까요?”라는 고민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P1] 새벽 2시까지 근무하면서도 “절대 3년 설”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직전 회사. 다시 보니 피곤한 나와 달리 느긋한 곰이 인상적이다.


    물론 한 회사에서 3년을 보내면 좋은 점이 확실히 있다. 상대적으로 “조직 부적응자”라는 딱지가 덜 붙을 수 있고, 경력을 인정받기가 수월할 수 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숫자 “3”이 주는 안정감이라는 것이 있다 보니까(?).


    하지만 3년을 버티는 것이 실(失)인 경우가 있다.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마이너스가 되어, 오히려 옮기는 것에 대해 빠르게 결단하는 것이 훨씬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 아래에서 어떤 경우들이 있는지 알아보며, 자신이 여기에 속한다면 “절대 3년 설”에 흔들리지 않고 현재 보유한 경력으로 빨리 이직해보자.






1. 내가 원하는 직무로의 경력 전환이 필요할 때

    

    안타깝게도 학교는 모든 회사의 직무를 세세하게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입사한 이후에야 본인에게 맞는 적성과 원하는 업무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입사 전에 열심히 알아봤어도 실제 업무와 괴리가 있어서, 회사를 다니면서 적성에 맞는 새로운 직무를 찾아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일 내가 현재 직무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하루빨리 이직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3년 이상 연차가 쌓이고 나서는 직무 변경이 훨씬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고? 이것은 이직 시장에서 경력직을 채용하는 회사의 눈으로 보면 답이 나온다. 연차가 높을수록 이전 회사에서의 성과가 가장 중요하지만, 연차가 낮다면 상대적으로 애티튜드나 기본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


    따라서 첫 회사에서 3년을 보내고 난 후에 이직하려면, 그다음 회사에서는 당신이 싫어하지만 이미 잘하는 일만 맡길 가능성이 높다. 그 직무에서 성과를 보였기 때문에 채용한 것이니까.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아닌, 다른 직무로 경력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면 최대한 신속한 방향 틀기가 필요하다.



2. 성장 기회가 제한되어 물 경력만 쌓이고 있을 때

 

   물 경력이란 실력은 쌓이지 않고 단순히 시간만 채워지는 경우를 뜻한다. 다행히 처음부터 원하는 직무로 입사했으나, 회사 자체가 개개인의 경력 개발에 큰 역할을 못해줄 때 물 경력이 생긴다. 팀에서 업무가 잘게 쪼개져 있어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인 경우, “실패”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여 새로운 도전을 지양하는 경우, 회사가 개인의 경력 개발에 큰 관심이 없는 경우 등, 사유도 다양하다.


[P2] 물 경력하니까 생각난 유인나 씨의 <진심이 닿다> "날 물로 보지 마!" 대사. 연상법이 너무 올드한가요? (출처: tvN 유튜브 티저)


    이럴 땐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이고 나서 이직하려고 하면 스스로가 불안감을 느낄 뿐 아니라, 실제로 장기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물 경력을 쌓고서 이직한 후, 이직한 회사에서 속된 말로 실력이 “뽀록”나게 되면, 그 회사에서의 승진이나 이후 새로운 곳으로의 이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좁고, 소문은 빠르다.


    하루라도 빨리 더 “제대로”—여기에서 “제대로”란, 스스로 “나 이 업무 잘해”라고 자신감을 내비칠 수 있을 정도—업무를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옮겨가 기반을 다져야 한다. 사회생활 초반에 배워야 하는 업무는 그때가 아니면 나중에는 배울 수 없는 경우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을 짧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면 더 잘 배울 수 있는 곳으로 빨리 이직해보자.



3. 산업 또는 회사의 미래가 기울고 있을 때 


    먼저 극단적으로 생각해보자면, 회사가 급격히 기울어서 명예퇴직을 실시한다고 상상해보자. 이런 집단 퇴사의 상황에서는 동일 산업 유사 직무의 경쟁자가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경력이 가장 낮을 3년 이하 사회초년생들에게 가장 불리한 상황. 물론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많지는 않겠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니까.


[P3] 미래가 손에 잡히지 않을 때


    사실 회사의 위기는 (어느 정도 업력이 있는 회사라면) 서서히 오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위기 시그널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회사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능력 있다고 소문난 사람들을 회사가 어떻게 대하는지 보는 것이다. 인정해주는지 (승진 또는 보너스), 혹은 견제하는지 (좌천성 인사발령). 또는, 그 능력 있는 사람들이 자꾸만 퇴사를 하거든 한두 번쯤은 회사를 의심해야 한다. 내가 보지 못한 시그널을 그 사람들은 보았을 수 있기 때문에.


    기억하자. 미래가 불투명한 회사에 머무르면 내 미래도 함께 저당 잡힌다.



4.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사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사람으로 힘든 건 버텨, 바뀔 수도 있으니까”라고 조언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사회에 처음 나온 신입사원들은 자신을 괴롭게 하는 사람을 두고 “저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하기보다 본인 스스로에게서 문제점을 찾으려고 한다. 아직 사회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본인의 미숙함을 먼저 탓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본인을 반복적으로 탓하다 보면 자존감이 떨어지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사회생활 초반에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면 연차가 높아져도 계속해서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하고, 마음이 병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의 병은 억울하게도 잘 티도 나지 않는 데다 쉽게 낫지도 않아서 오래도록 고생할 수 있다. 그 상사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면 하루빨리 이직하는 것이 낫다.



5. 야근과 주말 출근을 열정으로 인정하는 기업문화가 있을 때


[P4] 기네스에서 사내 이벤트로 방문해 맥주 거품 위에 찍어줬던 문구. 정시퇴근은 제시간에 가는 것이라구요!


    신입사원이라면 젊어서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건강 잃는 건 정말 한순간이다. 우리네 인생이 다만 한 회사에 충성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 건강을 잃게 되면 회사 밖에서의 인생도 무너지기가 너무 쉽다. 

    

    몸을 축내가면서까지 애쓰지 말자. 그리고 기업문화 바꾸기는… 한낱 사회초년생이 이행하기에는 너무 큰 과제다.






    위에서 적은 것 외에 다른 사유도 있을 수 있으나, 일단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들만 추렸다. 흔히들 많이 이직의 조건으로 고려하는 연봉이나 복지는 사회초년생의 경우 좀 더 후순위로 두라고 얘기하고 싶다. 연봉과 복지보다는 명확한 커리어를 쌓는 것이 먼저고, 좋은 커리어를 쌓으면 대개 연봉과 복지는 따라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무조건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고 조언하는 시대는 갔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것, 나에게 도움되는 것을 명확히 파악하고 움직이는 자가 이긴다. 우리 모두 더 나은 조건에서 근로할 미래를 위해!






※이미지 출처

Cover (커버): https://bit.ly/3abtaGa

P1, P4: 저자 촬영물

P2: 드라마 <진심이 닿다> 티저 https://bit.ly/3krzxtv

P3: https://bit.ly/2XIsmmW

*No changes were made to the images. 이미지에 추가 수정은 없었습니다.

**Images without sources were taken by the writer. 출처가 명시되지 않은 이미지는 작가 본인이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

***영문 사이트에서 가져온 이미지들이기에 영어 안내도 함께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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