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변경을 원하시나요?
커리어 개발에 욕심 있고, 현재 하는 일이 불만족스러운 사회초년생이라면, 이직을 결심했을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아마도 직무일 것이다. 학교 다닐 때처럼 여러 과목을 수강해 보고 그중에 적성을 찾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사회에서는 그런 과정이 없다. 그렇다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에 대해 "저 죄송한데 잠깐씩만 일해볼게요!" 할 수도 없는 노릇.
나는 <커리어 고민하기 대회>가 있었다면 아마 최상위권을 차지하지 않았을까, 하는 제법 웃기고 오만한 상상도 해본 적이 있을 만큼,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네 번의 인턴십과 두 번의 정규직으로 직장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적성에 맞는 직무 찾기 방법론을 개발해 보았고, 이 글에서 그것을 나누고자 한다.
따라서 이번 글이 직무 변경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나에게 맞는 직무를 찾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엄청 대단한 것도, 족집게처럼 진단을 해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직무에 대한 고민을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만약 현재 하고 있는 것과 동일 직무로 이직하려는 분들이라면 굳이 이 글은 읽지 않으셔도 좋다.
그럼, 직무 변경을 위해 아래의 간단한 두 단계를 밟아보자.
일단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이해”이다. 여기에서 “나에 대한 이해”란 “파스타 좋아해요”, “보라색 좋아해요” 같은 기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내가 선호하는 일의 종류와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나에게 적합한 직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추천하는 방법은 굿라이크 그리드 (Good-Like Grid)*를 채워보는 것. 그리드를 채우는 방법은 간단하다. X축은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Y축은 내가 선호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사분면 각각에 기술(skill), 성격(personality), 습관(habit), 상황(situation), 일의 성질(type of work) 등을 적는다.
어디에 제출하는 것이 아니니, 본인의 그리드를 가능한 한 자세하고 솔직하게 적어보자. 아래 예시는 많은 부분 덜어낸 간소화된 버전으로, 실제로 여러분이 작성하실 때는 더 많이 적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드에서도 표현되어 있지만, 가장 이상적인 것은 내가 잘하고 (good at it), 좋아하기도 하는 (like it) 영역에 들어맞는 직무를 찾는 것이다. 이 영역과 대척점에 있는 것은 최악의 궁합 (못하는 데다 싫어하는 것), 반드시 피해야 할 영역이다. 나머지 두 영역은 그나마 한 가지씩 긍정적인 부분이 있는 “잠재력”(실력만 쌓으면 되는 영역)과 “비빌 언덕”(내가 좋아하지 않지만 먹고살게 해 줄 수 있는 영역)으로, 이상적인 영역의 직무로 이직이 어렵다면 차순위로 고려해야 할 영역들이다.
이 그리드가 유용한 점은,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던 내용들을 시각화하여 정리해 주어, 개인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데 있다. 하나씩 써 내려가다 보면 "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지!"하고 새삼스럽게 깨닫는 것도 생기게 되는 것이 묘미라면 묘미겠다. (게다가 촘촘하게 넣을수록 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만 같아서, 꾸준한 버전 업데이트에 대한 이상한(?) 욕심도 생기게 한다.)
내가 잘하는 것과 선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후에는 이것이 어떤 직무와 연결될 수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직무에 대해서 책 (종이책, 전자책), 아티클, 동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여러 콘텐츠에서 직무 관련 설명을 읽어보며, 앞서 채운 그리드에서의 이상적인 영역에 부합하는 일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직무에 대한 개괄 소개는 매거진 등을 통해 대략적으로 감을 잡은 후, 해당 업무를 실제로 하고 있는 현직 담당자들의 인터뷰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현재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꼽는 필요 역량과 업무 환경 등이 현실과 가까울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
직접 만나서 물어볼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아래와 같이 동영상 사이트에서 “직무 인터뷰”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또, “마케팅 인터뷰”와 같이 직무와 인터뷰를 결합한 키워드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냥 내 적성이고 뭐고 모르겠고, 지금 하는 일만 아니면 된다”의 상태의 분들도 있을 수 있다. 번 아웃된 상태이거나, 호불호가 강하지 않은 무던한 성격이거나 등의 이유로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이때에는 아래와 같은 소거법을 추천하고 싶다.
먼저 현재 직무에 대해서 좋아하는 점과 싫어하는 점을 리스트로 써 보자. “이런 것까지 적어야 하나?” 싶은 것까지 모조리 적어 보자.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좋아하는 점은 하나도 없어도 되지만, 싫어하는 점은 반드시 적어야 한다.
리스트가 완성되었다면, 싫어하는 점 중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그런 다음 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직무들만 이직 대상으로 삼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이전 회사에서 가격 할인 프로모션이 주 업무였는데, 마케팅의 다양한 업무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업무라 선호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업무를 아예 하지 않거나, 비중이 낮은 곳으로 이직하기를 희망했고, 지금은 그런 곳에서 만족스럽게 근무하는 중이다.
이직에 있어서는 운도 따라야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본인과 직무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고민하는 단계를 생략하게 되면, 나와 직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마구잡이식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다. “어디든 가야지”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옮겼다가는 합격하더라도 롱런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위의 방법을 따르지 않더라도, 예를 들어 “친구가 저런 일을 하는데 재밌어 보이네? 왜 내 일보다 저게 재밌어 보이지?”라는 식으로 가볍게라도 꼭 한 번쯤은 생각해 보기를 추천한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그런 사소한 순간의 생각이 평생의 업을 결정할 수도.
*Writer’s note (저자 주)
- 글 내용 중 굿라이크 그리드는 2020년 6월 대학 후배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리어 콘서트에서 1회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 글에서 언급했거나 사진에 있는 회사와 제품은 모두 저자와 이해관계가 없음을 밝힙니다.
※Image source (이미지 출처)
Cover(커버): https://bit.ly/3h4EaHP (No changes were made/수정 없었습니다)
P1: https://bit.ly/2Q1dYC5 (Image was cropped to adjust to screen size/스크린 크기에 맞게 '자르기'하였습니다)
P2: 저자의 창작물입니다.
P3: http://www.jobkorea.co.kr/starter/jobTimes (2020. 8. 17. 기준)
P4: YouTube "직무 인터뷰" 검색 후 첫 화면 (2020. 8. 17. 기준) (인물 모자이크 처리)
P5: https://bit.ly/3iNATxf (Image was cropped to adjust to screen size/스크린 크기에 맞게 '자르기'하였습니다)
*Images without sources were made by the writer. 출처가 명시되지 않은 이미지는 작가 본인이 직접 만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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