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IP는 브랜드, 인플루언서, 그리고 법적권리다

콘텐츠, IP비즈니스로 성장하다, #3. IP 개념 잡기

by 이성민

콘텐츠 IP(지식재산권)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IP를 단일한 개념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법적 권리인 동시에, 시장 가치를 지닌 브랜드이며, 대중과 소통하는 인플루언서의 성격까지 포함하는 다층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IP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여러 차원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IP 개념의 출발점: 법적 권리의 묶음

필자는 2016년 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콘텐츠 IP에 대한 초기 정의를 시도한 바 있다. 당시 IP를 '콘텐츠에 기반하여 다양한 장르 확장과 부가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지식재산권 묶음'으로 정의했다. 이 정의는 IP의 핵심 작동 방식을 법적 권리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였다.


구체적으로, 하나의 콘텐츠가 다른 장르로 확장(OSMU)될 수 있는 근거는 저작권법상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이라는 권리에서 비롯된다. 반면, '뽀로로 음료수'처럼 콘텐츠가 특정 상품과 결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상품화 사업은 상표법에 근거한 '상표권' 을 통해 가능하다. 이처럼 초기에는 IP를 장르 확장(저작권)과 부가 사업(상표권)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권리들의 결합체로 파악했다.


이 정의는 당시 콘텐츠 IP에 대한 정책적, 학술적 논의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IP 비즈니스의 현실을 계속해서 마주하며, 이러한 법적 접근만으로는 IP가 지닌 막대한 가치와 영향력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고민이 깊어졌다. IP는 단순히 '저작권과 상표권을 잘 관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IP의 법적 기반 심층 이해: 저작권과 상표권

그럼에도 불구하고 IP 비즈니스의 가장 근본적인 토대는 법적 권리의 확보다. 이 권리가 없다면 다른 모든 논의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콘텐츠 IP의 핵심 법적 권리는 저작권과 상표권이다.


1) 저작권: 창작과 동시에 발생하는 원천 권리

콘텐츠 IP의 가장 원천적인 권리는 저작권이다. 상표권과 비교했을 때 저작권의 가장 큰 특징은 별도의 출원이나 심사 절차 없이 창작과 동시에 권리가 발생하는 '무방식주의' 를 채택한다는 점이다. 즉, 창작자가 창작물을 만들어 대중에게 '공표' 하는 순간, 그 권리는 자연적으로 창작자에게 귀속된다.


과거에는 창작물을 공표하는 행위 자체가 방송사나 출판사 같은 특정 사업자를 통하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공표를 매개할 힘을 가진 플랫폼이 창작자의 저작권을 가져가거나 공동 소유하는 관행이 형성되었고, 이는 '오징어 게임'의 IP 귀속 논란과 같은 문제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은 개인이 자신의 창작물을 손쉽게 공표하고 저작권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열었다. 이는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IP에 대한 권리를 더욱 예민하게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큰 기대를 갖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플랫폼이나 제작사와 계약을 체결할 때, 저작권 내의 세부 권리들을 어떻게 배분할지 면밀히 따져보는 전략이 매우 중요해졌다. 특히 IP 확장의 핵심인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이나 온라인 전송권 등 개별적으로 나눌 수 있는 권리(지분권)의 귀속 문제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2) 상표권: 상업적 확장을 위한 전략적 권리

저작권을 바탕으로 캐릭터 상품화 등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전개하려면 상표권 확보가 필요하다. 상표권은 저작권과 달리 특허청에 '출원' 하여 심사관의 심사를 거쳐 등록되는 절차를 밟는다. 심사관은 해당 명칭이나 디자인이 상품의 출처를 나타내는 '표지'로서 식별력이 있는지, 혹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일반 명사에 해당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2022년 DC코믹스가 '슈퍼맨'이라는 단어를 한국에 상표로 출원하여 등록된 사례는 많은 논쟁을 낳았다. 이는 '슈퍼맨'이 DC코믹스만의 고유한 자산인지, 아니면 사회적으로 널리 쓰이는 일반 명사인지에 대한 인식의 충돌을 보여준다.


상표권은 문구류, 완구류, 의류 등 상품 분류별로 각각 출원해야 하며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IP 인지도와 사업 계획을 고려하여, 어느 범위까지 상표권을 확보할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창작만으로 자동 발생하는 저작권과 달리, 상표권은 비즈니스의 단계에 맞춰 적절한 시점에 비용과 노력을 들여 확보해야 하는 전략적 권리인 셈이다.


법적 권리를 넘어선 가치: 브랜드와 인플루언서

법적 권리가 IP를 보호하는 울타리라면, 그 안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은 브랜드와 인플루언서로서의 역할에 있다.


1) 콘텐츠, 하나의 브랜드가 되다

상표권이 보호하고자 하는 가치의 원천은 결국 '브랜드' 다. 스타벅스가 단순히 커피가 아닌 '공간과 경험'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통해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듯, 콘텐츠 역시 강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소비자가 특정 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의 기능보다 그 위에 그려진 '슬램덩크'나 '뽀로로'라는 콘텐츠의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기꺼이 지갑을 연다면, 그 콘텐츠는 이미 하나의 독립된 브랜드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BTS에 대한 팬들의 충성도와 신뢰가 정수기라는 상품의 구매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콘텐츠가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팬들의 신뢰와 애정을 다른 산업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


2) IP 속 인플루언서의 발견

나아가, 콘텐츠 IP의 특정 요소가 분리되어 독립적인 '인플루언서' 로 활동하기도 한다. '뽀로로'의 캐릭터 '루피'가 '잔망 루피'라는 새로운 페르소나를 얻어 인스타그램에서 팬들과 소통하고 명품 브랜드의 앰버서더가 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기존 IP의 일부였던 캐릭터가 팬들과 직접 소통하며 주목과 영향력을 창출하는 인플루언서로 진화한 사례다. 좋은 IP를 보유한다는 것은, 이처럼 24시간 나를 위해 일해주는 '전속 인플루언서'를 갖게 되는 것과 같다. 이 인플루언서는 다른 브랜드나 IP와 협업하며 자신의 생태계를 확장하고, 이는 곧 모(母) IP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자신의 IP 안에 인플루언서로 기능할 잠재력을 가진 요소가 있는지 분석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IP'는 법적 권리, 브랜드, 인플루언서라는 여러 차원을 동시에 포괄하는 복합적인 개념이다. 이러한 다층적 의미를 이해할 때 비로소 IP의 잠재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 법적 개념의 이해는 권리를 '확보'하고 '보호'하기 위한 전략을, 가치 개념의 이해는 그 권리를 토대로 부가가치를 '축적'하고 '확장'하기 위한 전략을 가능하게 한다. 이 두 가지 차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IP 비즈니스를 위한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콘텐츠IP에 대한 이해, IP비즈니스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 유튜브에 업로드한 내용이라도 마무리해서 업로드하려 합니다. 이 영상에서는 콘텐츠IP를 법적 권리와 브랜드, 인플루언서라는 시각에서 바라봅니다.

#콘텐츠IP #IP비즈니스 #콘텐츠IP비즈니스 #저작권 #상표권 #브랜드 #인플루언서


https://www.youtube.com/watch?v=oSenA_bFVc8&t=21s

keyword
이전 03화IP는 액체미디어 시대, 팬덤-경험의 구심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