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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번들링, 묶음의 단위가 바뀌었다

콘텐츠, IP비즈니스로 성장하다 #6, 일단, 마지막 원고(영상X)

by 이성민

이 글은 '콘텐츠, IP비즈니스로 성장하다'의 여섯번째 내용입니다. 본래 유튜브 영상을 '녹화'까지는 했으나, 편집을 마무리 못하고 업로드를 하지 못한 비운의(?) 파트입니다. 그럼에도, 앞의 이야기들과 연결해서 꼭 알았으면 하는 논의라고 생각해서 원고만이라도 업로드를 합니다. 이 글이 브런치의 100번째 글이네요. 1년에 몇개의 글이 안 올라오는 브런치이지만, 그럼에도 구독해주시고 방문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IP 비즈니스가 부상한 이유는 앞서 논했듯 '액체 미디어' 시대로의 전환, 즉 산업의 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IP 자체가 다시 산업의 판을 바꾸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IP'라는 새로운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이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규칙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그 첫 번째 규칙이 바로 '리번들링(Re-bundling)', 즉 콘텐츠를 묶는 단위의 변화다.


과거의 콘텐츠가 하나의 완성된 '묶음'이었다면, 이제는 그 묶음이 해체된 후 핵심 요소들이 추출되어 다른 요소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엮이는 '연쇄'의 형태로 변화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콘텐츠를 창작한다는 것은 새로운 연결을 위한 '재료'를 만들어내는 행위와 같다. 그리고 이 재료들 가운데 가능성 있는 것을 발견하고 집중적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바로 리번들링 전략의 핵심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이 문제를 고찰해볼 수 있다: '슈퍼 마리오'는 과연 어디까지가 마리오인가? 어떤 이에게는 패미컴 시절의 도트 그래픽 마리오가 '원경험'일 것이다. 그러나 이후 세대에게는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마리오가 원경험일 수 있다. 심지어 마리오라는 캐릭터 자체도 '동키콩'이라는 게임의 등장인물에서 시작하여,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단독 게임으로 독립한 후 수많은 시리즈를 거쳐 2023년에는 애니메이션 영화로까지 확장되었다.


이처럼 사람들은 각기 다른 시점의 마리오를 기억하지만, 이 모든 것을 포괄하여 '슈퍼 마리오'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부른다. 이것이 바로 IP의 본질이다. 개별 콘텐츠의 완성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들을 관통하여 연결하는 핵심 정신(Core), 즉 영혼(Soul)이 바로 IP인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유튜브 생태계에 익숙한 크리에이터에게는 이미 체화되어 있을 수 있다. 개별 영상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그 가치는 결국 '구독자'로 환원되어 '채널'에 축적된다. "나는 몇만 유튜버입니다"라고 말할 때, 그 채널의 이름과 규모가 곧 크리에이터의 IP 가치를 대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IP 비즈니스에서 개별 콘텐츠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 때, 그 안에 어떤 '내부의 재료들'이 있는지 항상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2년 큰 인기를 끌었던 '잔망 루피'는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뽀로로'라는 영유아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이었던 루피는, '잔망 루피'라는 독립된 캐릭터로 분화하면서 기존의 타겟을 완전히 벗어났다. 영유아 대상의 '뽀로로' 브랜드로는 불가능했던 2040 세대와의 소통을 '잔망 루피'가 해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뽀로로'를 보고 자란 2000년대생들이 성인이 되면서, 그들의 어린 시절 추억을 '잔망 루피'가 새롭게 자극한 것이 자리 잡고 있다. 특정 세대에게 '슬램덩크'가 어린 시절의 추억이듯, 이들에게는 '뽀로로'가 그 역할을 한 것이다. 그들이 더 이상 '뽀로로' 원작을 보지는 않지만, '잔망 루피'를 통해 과거의 향수를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하게 된 셈이다. 이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개인의 매력을 발산하고, 이를 통해 그룹 전체의 인지도를 높이는 '유닛 활동'과 유사한 전략이다. 콘텐츠의 특정 요소(등장인물, 제목, 이미지, 명대사, 심지어 폰트까지)를 분리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IP를 설명할 때 흔히 사용되는 '프랜차이즈'와 '스핀오프'라는 용어 역시 이러한 묶음의 변화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는 프랜차이즈는 개별 작품들을 '페이즈'라는 단위로 묶어 거대한 세계관을 형성한다. 팬들이 "나는 MCU를 좋아한다"고 말할 때, 이는 특정 작품 하나가 아닌, 여러 작품에 걸쳐 축적된 캐릭터의 서사와 세계관 전체를 향유한다는 의미다. 프랜차이즈는 이처럼 개별 콘텐츠들을 묶어주는 거대한 우산 역할을 한다.


반면, '스핀오프'는 프랜차이즈 내부의 특정 요소를 떼어내 확장하는 것으로, 아이돌의 개별 활동과 같다. 따라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사업화하는 주체는 개별 작품의 완성도를 넘어, 이 작품이 어떤 다른 작품들과 연결될 수 있는지, 작품 내부에 매력적인 개별 요소는 무엇인지 항상 탐색해야 한다. 그리고 전체를 묶는 '프랜차이즈'로 비즈니스를 전개할 것인지, 혹은 매력적인 '개별 요소'를 '스핀오프'로 키워나갈 것인지를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IP 비즈니스의 관점이란, 이처럼 개별 작품의 경계를 넘어 상위 혹은 하위 단위로 콘텐츠를 자유롭게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바라보는 시선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한 권의 책, 한 편의 영화, 한 시즌의 드라마가 소비의 기본 '묶음'이었지만, 이제 이용자들은 반드시 그 단위로 소비하지 않는다. 유튜브 쇼츠(Shorts)가 대표적이다. 영상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만 짧게 편집해 확산시키고, 이를 통해 본편 시청을 유도하며, 궁극적으로는 크리에이터 자신의 채널 브랜드, 즉 IP 전체의 가치를 키우는 전략이 보편화되었다.


따라서 콘텐츠 창작자는 개별 작품에 쏟는 노력과 더불어, 그 안에서 대중의 인기를 끌 만한 매력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또 그것들을 총괄하는 더 큰 묶음을 구상하는 유연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변화된 게임의 규칙이다. 이러한 규칙은 이미 OTT의 시즌제와 스핀오프, 유튜브의 구독과 쇼츠 등 산업 전반에서 작동하고 있다. 좋은 콘텐츠에서 IP로서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어떻게든 길게 이어가고 그 내부를 깊이 파고들어, '물고 늘어지면서' IP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핑크퐁컴퍼니'가 '아기상어'를 슈퍼 IP로 키워낸 과정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다음 슈퍼 IP가 무엇일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들은 수많은 시도 속에서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하나를 발견했을 때, 그것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파고들어 그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 즉 '물고 늘어지는'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했다. 이러한 경험과 시각을 갖추어야만 지금의 액체 미디어 환경에서 새로운 게임의 규칙에 적응하고 성공할 수 있다.


IP 전략은 마치 연애와 같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과 모든 요소가 사랑스럽게 느껴지듯, IP즈니스는 팬들이 사랑하는 총체적인 경험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그 기억의 조각들을 활용하여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다. 과거 '전원일기'나 '전국노래자랑'처럼 오랜 시간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IP화된 사례도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스스로 그런 기회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대다. 콘텐츠를 바라보는 사고의 틀을 '리번들링', 즉 새로운 묶음의 관점으로 전환할 때, 이 새로운 산업의 판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보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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