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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 Mar 15. 2017

발인을 마치고

누구나 이러한가..


몇십년 상대를 증오하고 그를 용서하고자 자신과 무던히도 싸우고

아 ... 그래도 맞딱뜨리면 부지불식 기억도 안날 법한 오래전 그 일들이 

또다시 나를 괴롭히고

그래서 용서는 물건너가고...


그 상대가 갑자기 영면했다...

나와 다른 세상에 존재한다...

어딘지도 모를 삶 이후의 세계에 있을 그를 나는 이제 어떤 감정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내 집으로 돌아와 술을 마시고 있다.

알콜 중독이긴 했지만 

이번 핑계만큼은 누구하나 돌을 던질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가 정리하고 싶었다.


그... 그녀라고 하기엔 나에게 거의 무성이나 마찬가지 이므로... 

그는 13일 밤인지, 새벽인지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냈다.


여느 날 처럼 출근해서 랩탑을 열고 부팅을 하는 와중에 

이시간에 남편에게 전화가 온 적 이 없는데... 의아해 하며

발신자 남편의 전화를 받았다. 

" 엄마가 돌아가신거 같애. "

" 뭐? 무슨 소리야?

" 어.. 어.. 목을 맸어."

" 무슨 소리야 대체, 그 방에 목을 맬 데가 어딨고 노인네가 무슨 힘으로 그 짓을 해! "

" 어.. 어... 아무튼 빨리 와.. "


7시 39분

그룹장 회의 준비로 부장님은 잔뜩 인상을 찡그리고 계신다.

내가 가니 예의 그 주름이 몇개 더 생겼다.

" 부장님... 저 시어머니가 오늘 새벽 갑자기 돌아가셧답니다..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돌아오면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이 단어만 계속 지껄이고 있었던 것 같다.

왜  왜    왜       왜         왜 


역시 집에 와보니 

집이 1층이라 경찰이 들이닥쳐 현관은 마치 속보이는 입마냥 너절하게 우리 집을 외부인에 개방해준다.

쪽팔리다.... 그 와중에도.. ㅆㅍ


엄마 방에 과학수사대에서 온 사람들이 지문이니 뭐니 감식하고 난리도 아니다.

세 평 될까말까한 방을...

엄마는 예의 그 촌시려운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있다.

나는 일단 둘쨰를 등교해야한다는 책무를 맡았기 때문에

발가벗고 자고 있는 둘째를 주말에 하듯 애정을 듬뿍 담아 살살 잠을 깨운다.

그 지겹고 힘든 둘째 등교과정은 생략하고 싶다.

어찌어찌해서 녀석은 무사히 9시 전에 학교에 집어넣었다.

남은 건 이제 어머니 문제다.

돌아와 보니 아직도 어수선하다.


지문감식이 끝났는지 엄마 방이 열려있다. 

" 어떻게 돌아가셨어요? 목을 매다뇨? 어떻게요?"

참고로 내방을 설명하자.

내 방은 원래 이층침대가 있고 그 맞은 편에 2단 행거가 있다. 먼지가 앉을 까봐 그걸 샤워 커튼으로 가려뒀다.

경찰 왈... 중간 행거에 전기선을 이용해서 그러신 것 같습니다.

아니... 엄마가 키가 작어도 그 정도 높이에 목을 달아도 발이 닿지 않습니까!!!

이런 경우가 많아요.

자기 의지가 강하면 아무리 높이가 낮아도 일단 고리에 목을 걸고 한참을 있으면 

질식에 가까운 상황이 되고요 그렇게 되면 

아무리 발이 땅에 닿아도 자기 스스로 그 고리에서 목을 뺴지 못해요.

이렇게 돌아가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참.. 노인네... 총명도 하시지...

그리고 참 잔인도 하시지.

어쩜 아들네서 죽고 싶다고 

정말 온지 한달이 됐을까, 진짜로 죽어버리냐... 그것도 스스로.

온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몇번째 고모인줄 모르겠지만 한 고모 말대로 ... 진짜 못됐다. 시어머니.

진짜 잔인하다.

오죽했으면 싶기도 하지만 ... 그걸 본, 자기가 그토록 사랑하던 아들은 어떡하라고.


그리하야 어머니는 사망 판정을 받았고 

그 이후로 모든 일들은 마치 경찰과 상조회사, 병원의 상호 긴밀한(?) 체계 덕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처리되고 마무리 되었다.


깃발 여행 알잖는가.

모이세요. 타세요. 내리세요. 한 시간 뒤에 모이세요...

인정하긴 싫지만 다 돈이더라. 

죄다 돈이야. 

사람의 마음이 허공에 붕 떠있을 때를 이용해 

저가의 상품과 서비스로 폭리를 취하고 

입에 발린 소리만 좌르르.


유일하게 진실했던 시간은 

조문객을 맞을 때 였다.


사실 내 가족을 직장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설마 그런 날이 이토록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한 떄는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누구에게든 자랑하고 싶은 날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서 정리해서 차라리 싱글로 타인을 대면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나의 회사 사람들은 줄줄이 나의 사적인 세계로 들어와 기꺼이 그 고통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생각지도 못했던 타 부서 사람들 특히 타부서  그룹장, 관리부서 실무책임자들까지 와준 건 ...

진짜 감동이었다.

흐흐 내가 아직 죽진 않았나...


그러나 친구나 기타 협력사에겐 일절 알리지 않았다.


수원 연화장에 일단 납골을 모시고 

곧 산을 알아봐서 묘를 쓴댄다.


자 이제 나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나.

사실 장례식장에서 

고모들, 또 그들의 자식들이 나와 허물없이 술을 마시면서 하는 공통된 얘기

" 지영아 너 마저 진섭이 버리면 안된다. 응? "


이미 마음 먹었다. 오래됐고 굳기 또한 강하다.

내가 못됐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누가!!!!





둘쨰를 축구반에 데려다 주고 

바로 동사무소에 갔다.

" 이혼서류 있어요? "

" 이젠 없어요. 코드가 없어서, 구청으로 가거나 인터넷으로 다운 받으셔야 되요 "


이미 회사에서 다운 받은게 있지만 혹시나 빠진게 있나해서 갔는데 허탕이다.


빨리 정리하고 싶다.

*씨 일가와의 인연.

물론 아이들은 성과 무관하게 내 아이들이니 죽을 때까지 내 운명이고.


뭣때문에 왔다갔다 했더니

글 흐름이 뒤죽박죽이다.


에이 이쯤..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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