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시다니.
사랑씩이야 하지도 않았지만
더 이상 증오하지도 않고...
이제야 연민 비슷한 감정이 생겨나고 있었는데
3월 13일 새벽,
그 기구한 삶을 뒤로하고
마지막 얼굴조차도 고통으로 일그러진채
그 분은 떠났다.
예고도 없이, 유서도 없이.
시형님들은 나를 둘러싸고 한데 입을 모아
이제 큰 굴레에서 벗어난 남편, 잘 돌봐주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미 난 마음을 먹은 터.
상황이 정리되는데로
내 신변도 정리해보자.
몇달 전 찾아갔던 점집 무녀 왈,
"당신과 남편 모두 상복입은 모습이 보입니다.
만약 장례를 치른다면 절대로 염하고 입관하는 건 보지마세요."
그래서 둘째 아이 핑계를 대고
난 입관식에 가지 않았다.
인간의 지력은 약해지고
허무맹랑하다 믿었던 점따위가 감히 내 인생을 조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