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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 May 23. 2017

이혼 최종 기일이 다가오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아니 거꾸로 아무 생각이 안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무감해졌다.

비참한 것도, 슬픈 것도, 아픈 것도 덜해졌지만 그렇다고

막 즐겁고, 행복하고, 살맛나고.. 또 그런 것도 아니다.

설탕물 같기도, 소금물 같기도 한 이도저도 아닌 그런 상태...


다만 이 와중에도 고개를 빳빳이 들고 일어나는 생각은 있다.


아이들.

아이들의 행복.

그것을 위한 최선의 선택.


그것이 '나', '나의 행복' 보다 솔직히 다음이었는데...

그만큼 절박했으므로 그만큼 괴로웠으므로...

자꾸 그 순서가 바뀌어 애초에 내가 원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기억나게 하지 않는다.


남편과의 관계가 좋아졌느냐고?


전혀 바뀐 것은 없다.

그냥 서로 부딪히지 않고 아이들의 부모 노릇에만 충실할 따름이다.


여전히 대화는 없다.


다만 내가 아플 때,

병원가보라고 문자 하거나 호박죽을 사오거나

식사를 준비해주거나 내가 좋아하는 강냉이를 박스채 구매해주는 정도...


그가 아프고 돈이 없다고 할 때,

그가 신경쓰여 내가 좀 더 많이 그 집에서 살림을 많이 하게 되거나

비타민을 챙겨주는 정도..?


그리고 둘째 녀석의 어이없는 언행이나 장난에 둘이 같이 웃게 되는 정도?


그래서 가끔은 그냥 이대로 살아줄까.

이 프레임 안에서 안정적으로 살아버릴까.

왜... 애들한테는 좋지 않겠는가...

나는 버릴지라도. 여자로서, 배우자로서 더이상의 행복은 포기할 지라도...

예전처럼 그에게 의지한채, 잘 안되면 본전이고, 잘 안되면 온 통 그의 탓으로 돌리려 하겠지.


무슨무슨 스님, 무슨무슨 유명하신 신부님들은

나에게 과연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 가정으로 돌아가라"?

" 네 심장이 가리키는 데로 행동하라 "?


분명한 건 더 삶이 고달파지더라도 이젠 그와 그만 살고 싶다. 

유치찬란하고 황당무계하고 어불성설일지 모르나...

나도 인생에서 단 한번 찾아오는 확실한 느낌의 사람을 만나길 기대하면서

살아보고 싶다. 설령 죽는 그날까지 그 기대가 물거품이 될지라도...


" In a universe of an ambiguity, this kind of certain feeling comes only once, and never again,

  no matter how many lifetimes you live"

- 매디슨 카운디의 다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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