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을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새 글 알림도 받아볼 수 없습니다.
사물이 사람에게 갖는 의미는 사물마다 사람마다 다르다. 고딩1 하은에게 거울은 그 무엇보다도 참 귀한 존재다. 어떤 경우에는 거울이 하은이고 하은이가 거울 그 자체인 듯싶다. 아마도 제 엄마, 아빠보다 1순위가 거울이지 않나 싶다.
아침마다 마주하게 되는 풍경이 있다. 거울 앞에 하은이! 우리 하은이가 이쁘긴 이쁘다. 동민이는 늦잠을 자고 아내는 싱크대 앞에서 딸그락거리고 있다. 나는 하은이와 식탁에 마주 앉아 있다. 내가 하은에게, 하은아! 하은이는 거울 없으면 못 살지? 아빠가 들은 얘긴데, 여자는 거울만 있으면 감옥에서도 살 수 있다고 하더라, 라며 약을 올리듯 말했다. 하은이가 처음엔 부정하는 듯했지만 이내 수긍을 했다. 이때! 바로 이때! 주방에서 딸그락거리던 아내가 한 손엔 주걱을 들고 한 손엔 내 도시락 밥통을 들고 큰 목소리로, 여보! 그럼서 미쳐가는 거야, 하는 게 아닌가.
오늘도 아내의 냉철한 철학이 푹푹 찔 것 같은 아침을 웃음으로 맞게 한다. 오늘 아침도 행복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