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아세요?
1994년 여름. 제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선태가 운전병과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넓은 철원평야에 흙먼지가 일었다. 운전병 옆에 앉은 선태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말했다.
"박상병! 천천히 몰아. 천천히...."
"김병장님, 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아세요?"
거칠게 차를 몰던 박상병 퀴즈에 선태는 머릿통이 복잡했다. 한참 동안 짱구를 굴리고 대답했다.
"엔진?"
"아니에요. 브레이크예요. 브레이크!"
"아~ 그렇구나!"
그렇게 선태는 가슴팍에 브레이크를 꽂고 군생활을 마쳤다.
기사님! 자동차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브레이크람서요?
제대를 하고 5년이 흘러 1999년 겨울. 전주 송천동으로 향하는 택시 속으로 선태가 몸을 던졌다. "기사님! 송천동 비사벌아파트요." 알딸딸하게 취한 선태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파트에 거의 도착한 선태는 택시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갑자기 동공을 확대하는 선태. '헐!' 호주머니에 천 원짜리 몇 장과 동전만 있는 게 아닌가! 집까지 가기에는 500원 정도가 부족한 순간이었다.
"기사님! 그냥 여기에서 세워주세요. 죄송합니다."
"왜요? 아직 더 가야 하는데...?"
"죄송해요. 택시비가 모자라서요."
"허허~ 그냥 갑시다. 몇 백 원 모자란다고 여기서 내리라면 사람이 아니죠!"
"아~ 네~ 고맙습니다."
거기까진 좋았다. 감동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기사님 운전은 철원평야를 누비던 박상병 이상이었다. 빨랐다. 난폭 그 자체였다. 머릿통 오른쪽 위 손잡이를 잡은 선태 오른손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마치 기사님이 나의 악력을 테스트하는 것 같았다. 선태는 기사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예의를 갖춰 확인하듯 물었다. "기사님! 자동차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브레이크람서요?" 기사님이 브레이크를 한 번씩 밟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말을 건넨 것이었다. 하지만 기사님 대답은 뜻밖이었다.
"브레이크요? 아니에요. 브레이크는 무슨... 클락션이에요. 우리는 클락션 없으면 운전 못해요."
기사님은 말씀을 실천하듯 연신 클락션을 울려대신다. 그렇게 선태는 택시에서 내리며 클락션을 가슴에 새겼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9년 봄이 되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거의 반백년을 살아가는 선태. 때론 누군가를 질투하고 미워하며, 때론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던 오늘. 김창옥 작가의 '브레이크' 책을 만났다. 선태는 책을 덮고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눈을 뜨고 이 글을 쓴다.
정지와 출발
반반치킨도 어차피 한 마리. 짬짜면도 어차피 한 그릇. 두 그릇을 먹고 싶으면 한 그릇을 비워야 하는 것. 새롭게 뭔가를 시작하고 싶다면, 새롭게 출발을 하고 싶다면 일단은 멈춰야 한다. 정지해야 출발할 수 있다. 그게 시작이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고 싶다. 아니 그럴 것이다. 행복하려면 잠시 멈추어야 한다. 행복할 준비를 해야 행복할 수 있다. 문제는 거창하게 준비하는 데 있다. 그냥 마음 하나, 시선 하나 바꾸면 되는 것을.
문제가 많아 보이는 그 사람은 진짜 문제가 아니다. 그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마음이 더 큰 문제다. 왜냐하면 그는 행복하다. 반면, 우리는 언제나 마음이 무겁다. 인문학적으로 '짜증'난다. 그는 우리 마음을 모른다. 우리는 매번 미움을 멈추지 못한다. 그리고 미움은 지속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죽을 때가 되어야 변한다 하지 않는가. 멈추자. 그리고 새롭게 출발하자. 내려놓고 출발하자. 그게 가볍고 좋다. 어쩌겠는가. 그가 변하지 않으니 내가 변해야지. 내려놓는다는 것은 마음을 고쳐먹는 것이다. 멈추면 내려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