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브랜드 팬덤 만들기
팬덤 브랜드가 고객에게 주는 것 중 하나는 지역 이익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지역에 브랜드가 직접적인 이익을 제공할 때 친근감을 느끼고, 내 브랜드라는 신뢰를 갖게 됩니다.
MZ세대는 ‘인스타 감성’이 넘치는 매력적인 비주얼과 감동적인 스토리를 찾아 어디든 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 지역만이 보유한 독특한 문화는 가장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되어 순식간에 퍼져 나갈 수 있는데요. 이때 브랜드는 단순히 매장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미디어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호기심 많은 사람들을 유인하는 로컬 브랜드는 그 지역에 직접적인 이익을 제공하면서 로컬 팬덤을 형성해 갈 수 있습니다. 팬들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지역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한 후에는 그곳을 떠나더라도 그러한 삶을 열망하게 됩니다. 그 지역에 특화된 브랜드 체험이 지역 한계를 넘어서 전역적인 문화 현상으로 퍼져 나가게 됩니다.
지역 이익을 제공하는 로컬 브랜드로서 브랜드 팬덤을 만들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침대회사 시몬스는 2018년부터 이천 ‘시몬스 파머스마켓’을 운영하며 지역 농가들과 현지 상권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매년 봄, 가을에 시몬스 공장 바로 옆 테라스에서 지역 농·특산물 직거래장터를 운영하는데요. 기업이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금을 내는 것 외에도 지역사회와 공존하고, 같이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지역 특성과 어울리는 ‘소셜라이징(Socializing) 콘셉트’로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2020년 시몬스 창립 150주년 때는 서울 성수동과 부산 전포동에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라는 팝업스토어를 기획했습니다. 브랜드 유산을 일방적으로 소통하는 대신 브랜드를 매개로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색다른 공간을 제공했지요. 시몬스를 상징하는 '침대' 이미지를 '하드웨어'로 확장해 침대 너머의 라이프스타일에 관해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기획인데요. ‘철물점’ 같은 공간으로 작업복, 안전모, 목장갑부터 각종 공구와 문구를 팝니다. 운영 시간이 아닐 때도 매장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주민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동네분들의 환영과 관심은 결국 내 브랜드라는 애착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2017년에 일본 시부야에 설립한 ‘트렁크 호텔’은 사람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지역의 중심 커뮤니티 센터’의 역할을 합니다. 이 호텔은 스스로를 ‘소셜라이징 (Socializing) 플랫폼’이라 부르며 로컬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별명도 로컬의 크리에이터, 로컬 힙스터들의 아지트라고 하네요. 트렁크 호텔은 지역민에게는 멋진 카페/라운지 공간을 제공해줍니다. 지역 주민들은 커피를 결제하지 않아도 누구나 와이파이를 즐길 수 있고, 로비 바에서 언제든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습니다.
트렁크 호텔은 로컬 브랜드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며 여행자에게는 로컬의 일상을 피부에 와닿게 느끼게 하는 효과를 제공합니다. 지역 사회와의 공존을 위해 호텔 인테리어는 업사이클링 자재를 활용하고, 객실 슬리퍼는 샌들 공장에서 폐기되는 고무를 재활용해 투숙객이 집으로 가져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찻잔은 상처 난 그릇을 분쇄해 새로 만들지요. 트렁크 호텔에서는 지역 예술가, 지역 크리에이터들의 전시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 지역 장애인들이 만든 작품과 소품들을 전시하면서 장애인들과도 공생하고 있습니다. 트렁크 스토어에서 파는 제품은 모두 로컬 제품입니다. 식당에서는 로컬 식자재를 활용한 건강식을 제공하지요. 트렁크 호텔은 지역의 이익과 연결되는 확실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오픈 이후 2년 만에 코로나19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여행자에게는 로컬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작은 일탈이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여행의 가장 본질적인 콘텐츠가 됩니다. 요즘 MZ세대 여행자가 추구하는 여행 방식은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 다른 삶의 방식과 문화를 경험해보는 것인데요.
우리나라에도 로컬 소셜라이징 호텔이 제주에 있습니다. ‘베드 라디오’가 그 주인공입니다. 베드 라디오는 호스텔(BED)을 통해 로컬의 경험을 전달(RADIO)하는 회사라는 의미입니다. 로컬 커뮤니티 호스텔을 표방한 베드 라디오는 숙소로써의 본질인 '편안한 쉼'뿐만 아니라 MZ세대 여행자들이 원하는 로컬의 경험들을 만들고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루 묵으러 간 숙소에서 지역 주민에게 뜻하지 않은 좋은 여행 정보를 얻고 마음이 맞아 친구가 되는 장면,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이곳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2019년 4월에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예약률 100%를 기록하며 코로나19가 한참이던 2021년 평균 예약률 85%를 기록했습니다.
한껏 들뜬 표정으로 체크인을 하는 여행자들, 스텝과 친근하게 인사하는 디지털 노마드족, 테이블 위 문서를 보며 진지하게 미팅 중인 비즈니스맨,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동네 아저씨들의 모습이 호스텔 ‘베드 라디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