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 공간이 내 인생을 이렇게 바꿔놓을 줄은 몰랐다. 단순한 기록, 개인적인 생각의 정리,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한 감상을 적어나가는 일은 그저 작은 습관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작은 습관이 내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일은 때로 지루하다. 내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내는 글은 즐겁지만,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는 일은 책을 통해 내 안에 깊이 들어갔다 나와야 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가끔은 ‘쓰지 않고 그냥 읽고만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유혹을 매번 이겨낸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블로그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매일 글을 남긴 것은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3~4번은 꾸준히 글을 썼다. 그렇게 쌓인 글들은 예상치 못한 기회들을 내게 안겨주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정부지원사업에 도전했다. 자본이 넉넉하지 않았고 빚을 내는 것은 내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었고,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도 있었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내 돈 들이지 않고 시도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도전을 시작했다.
정부지원사업 중 특히, 창업지원은 꼭 돈이 될만한 사업에만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 필요하거나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도 지원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대표자의 역량이다. '대표자가 말뿐인가', '상상 속의 주장을 하는 것인가?', '도전할만한 자세와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을 본다. 아무리 사업 아이디어가 좋아도, 그것을 실현할 "사람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다.
이런 면에서 블로그는 내 역량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근거자료가 되었다. 특히, 내가 준비하는 사업분야가 "책과 여행을 통한 자기 발견"하는 아이템이었는데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정성적인 부분이라 사실 사업지원을 받기 힘든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된 이유는 블로그를 통해 내가 이 분야에 얼마나 진심인지, 이런 부분을 원하는 사람들과 얼마나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서 인플루언서로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게 되었다. 처음 출판사로부터 협찬 메일이 왔을 때는 너무 신기해서 모든 출판사의 제안을 수락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관심 분야의 책, 내가 정말 읽고 싶은 책만 골라 수락하게 되었다. 이것이 블로그 수익화의 시작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다 보면, 그 분야의 사람들이 협찬 제안을 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책이나 물건을 제공받고 글을 쓰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원고료까지 받을 수 있다. 원고료의 액수는 분야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책을 누구보다 먼저 만나볼 수 있다는 설렘, 그리고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일이다.
가장 큰 변화는 온라인 독서모임을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운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고전문학 필사모임인 <펜클럽 필사모임>은 2024년을 하루 앞두고, 블로그에 새해 계획을 쓰다가 우연히 시작하게 된 모임이다. 처음 모집 글을 올릴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이렇게 깊게 이어질 줄 몰랐다. 그저 책꽂이에서 ‘이방인’이 나를 째려보는 것 같아 ‘이제는 읽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고전문학을 읽으며 나는 스스로 더 성숙한 인간이 되어감을 느낀다.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면도 많지만, 전보다 더 깊고 넓게 생각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것은,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이다. 전국 각지에 사는 사람들과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독서라는 공통점으로 연결되었다. 블로그가 아니었다면 이들과 어떻게 만날 수 있었을까? 오프라인에서만 만나는 사람들로 내 인생이 채워졌다면, 지금처럼 다양하고 풍요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또 다른 독서모임은 <책마법 독서모임>이다. 처음에는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저학년 모임 요청이 많아 저학년 모임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고학년 친구들이 예비 중학생이 되면서 중학생 반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책마법 독서노트를 채운 뒤, 온라인 줌 모임을 통해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이 모임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마음을 배운다. 자기 생각만 옳다고 믿기 쉬운 세상에서, 타인의 생각을 듣고 존중하는 과정은 이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인터넷 세상에는 "월 천만 원!"을 버는 법을 알려준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온라인 수익화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나는 꼭 직접적인 금전적 수익을 위해 SNS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SNS는 돈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통해 나는 인생의 방향을 바꾸고 전혀 몰랐던 기회의 문을 열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되었고, 나 자신을 이해하며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면 절대 일어나지 못했을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고 있다.
지금 내 자리에서 앞으로 내가 어디로 갈지, 또 어떤 기회를 만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블로그가 또 다른 기회의 문을 열어줄 것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