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업계획서 작성, 탈락도 괜찮아!

by 나디아

첫 사업계획서 작성, 사회적기업 지원사업 도전


내 첫 사업계획서는 사회적기업 지원사업에 도전하기 위해서 작성된 것이었다. 나는 청소년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청소년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청소년 지도사는 1년에 한 번 있는 국가자격증으로 청소년을 지도할 수 있는 공인 자격을 갖게 되는 자격증이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청소년 우울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나는 그러한 원인으로 청소년들에게 학습을 강요하는 것을 문제로 삼았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건 학습을 통한 지식 습득보다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습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한때 독서토론논술학원에서 일했는데 그곳에서 아이들이 학원 스케줄에 치이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학원은 당연히 학습을 하기 위한 곳이라 어쩔 수 없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곳이 아니라 책을 싫어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지는 않았지만, 많은 아이들이 독서를 학습 도구로 느끼고 있었고,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상당수가 독서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시험과 성적 향상을 위한 독서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학원에서는 한 달 중 3주는 교재를 통해 독서토론논술을 진행하고 1주는 교재가 아닌 진짜 책을 읽고 맞춤형 발문지를 제작해 수업을 진행했는데, 교재를 사용할 때와 다르게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과학 관련 책을 읽고 간단한 실험을 준비했는데, 평소 소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던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를 통해 나는 독서와 체험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실제 삶과 연결하는 과정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읽기 - 체험 - 쓰기 - 적용' 4단계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1단계에서 책을 읽고, 2단계에서 관련 체험을 진행하고, 3단계에서 그에 대한 글쓰기를 하며, 4단계에서 실생활에 적용하는 방식이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다.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사람은 아이들이고,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는 부모인 것이 문제였다. 아이들이 좋아해도 부모님이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없으면 아이를 보낼 리 없고, 부모님이 참여를 시키고 싶어도 아이들이 원치 않으면 참여를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결국, 참여자와 소비자 둘을 모두 만족시켜야 프로그램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사회적기업 형태로 운영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첫 사업계획서를 쓰게 된다. 다행히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했고, 2차 대면 심사를 준비한다.


"그럴 거면 학원을 하지 그러세요?"


2차 대면 심사에서는 1차 서류를 기반으로 7분 동안 발표해야 했다. 심사위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한 심사위원이 못마땅한 말투로 말했다.

"그럴 거면 학원을 하시지 그러세요?"

나는 내가 학원으로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 이유를 명확하게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대답했다.

"부모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이유는 성적 향상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기획한 프로그램은 단기적인 성적 향상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우리 기업은 학습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학원이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학교가 가진 공공의 영역에 집중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공공의 영역이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사회적기업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에, 사회적기업 형태로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대부분의 심사위원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결국 나는 탈락했다. 당시에는 큰 충격이었다. 합격할 것이라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탈락이 오히려 나에게 더 좋은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인생은 새옹지마


그때 내가 합격했다면 사회적기업으로 창업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기업 운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행정 서류가 많고, 지원 혜택은 줄어들었으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무엇보다 사회적기업이라는 타이틀이 예전만큼의 가치를 지니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받을 수 있는 세금 혜택도 수익이 있을 때나 의미가 있는 것이지,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별다른 장점이 되지 않는다.

그 후 나는 몇 번의 사업계획서를 더 작성했다. 첫 번째 사업계획서를 수정하고, 심사위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며 보완해 나갔다. 결국 나는 일반기업으로 창업에 성공했다. 물론 창업지원사업에 선정되서 말이다.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탈락을 통해 다른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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