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 펀딩을 준비하면서 텀블벅에 들어가서 시장조사를 시작했다.
원래 목적은 간단했다.
성공한 프로젝트들을 분석하면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상세페이지를 분석하기 위함이었다.
'어떤 프로젝트들이 성공했지?'
프로젝트의 주제보다는 상세페이지의 구성이나 흐름을 분석을 위해 시작한 조사였는데, 보다 보니 점점 마음이 복잡해졌다.
나는 그동안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만든 '제꾸다' 디자인도 그랬다.
제주의 자연을 담아내고, 스티커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내면 성장을 위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그저 귀엽고 예쁜 스티커가 아니라, 의미 있게 쓰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그만큼 진지했고, 공도 많이 들였다.
시간도 오래 걸렸고, 정성도 듬뿍 들었다.
'이 정도 진심을 담았으면 사람들도 알아봐 주겠지.'
최종 완성품도 마음에 들었고, 당연히 매출로 이어질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텀블벅에서 펀딩에 성공한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다가 그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성공한 프로젝트들이 '유쾌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었다.
말장난 같은 문구가 적힌 스티커, 장난기 가득한 캐릭터 굿즈, 감각적인 색감과 위트로 무장한 디자인들.
처음엔 '이런 것도 펀딩이 되네?'싶었는데, 조회수와 후원자 수, 펀딩금액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제꾸다 스티커보다 훨씬 단순한데 펀딩 모금액이 상상을 초월했다.
'시장은 진지한 걸 원하지 않는다...'
'재미있고 유쾌한 것에 더 쉽게 지갑이 열린다.'
진지하고 정성을 들인 작품이 꼭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무리 '요즘은 시대가 달라졌지.'하고 머리로 이해해도, 내 안에는 아직은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많이 고민한 사람이 결국 이긴다'는 구태의연한 믿음이 남아 있었던 거다.
물론 유쾌하고 가벼워 보였던 작업들도 사실은 철저하게 기획된 것일 것이다.
단순해 보여도, 그 안에 감각이 있었고, 전략이 있었다.
'가볍게 보이도록 만드는 노력'이 분명 존재했다.
그리고 그 콘텐츠들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책상 앞에 그 스티커를 붙여놓고 웃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 문구 하나에 위로를 받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그 가벼움 안에도 분명 '가치'가 담겨 있다.
나는 이제야 그걸 조금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나는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무겁고 진지한 것'으로만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근데 꼭 그런 방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유쾌함 속에도 진심은 담길 수 있고, 어쩌면 그런 방식이 더 빠르게 사람들에게 닿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업이라는 건 결국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그 반응이 꼭 깊은 감동일 필요는 없다.
텀블벅 시작조차는 내 고정관념을 깨는 시간이 되었다.
'정성 들이면 성공할 거야'
'진지하면 감동할 거야.'
그 믿음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정답도 아니었다.
진심은 그대로 두되 그걸 전하는 방식은 조금 더 가벼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꾸다'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만약 내가 만든 상품이 누군가를 웃게 만들고, 그 웃으이 하루의 기분을 바꾸고,
그 기분이 어떤 긍정으로 이어진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