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차 정부지원사업에 모두 탈락한 사연, 그 이후의 기록
창업 3년 차인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정부지원사업을 준비했다.
지원사업보다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해마다 이맘때쯤 올라오는 지원사업 공고를 모른척하기 어렵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자기 사업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외부의 지원 없이도 자체적인 매출과 고객 기반만으로 차근차근 성장해 나가는 것, 정부지원사업에 의지하지 않고도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모든 창업자가 바라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명확한 '돈이 되는 파이프라인'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도 여전히 사업계획서를 쓰고 지원사업에 도전했다.
처음 사업계획서를 쓸 때는 모든 항목이 낯설고 어렵기만 했다. 하지만 이것도 여러 번 쓰다 보니 이제는 사업계획서의 흐름이 보인다. 어떤 내용이 어느 항목에 들어가야 전하고 싶은 내용이 설득력 있게 보일지 조금은 감이 생겼다. 쓰는 사람이 아닌 평가자의 입장에서 사업계획서를 보는 능력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서류를 쓰는 데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하고, 자료 조사에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지만 말이다.
사업계획서를 쓰는 과정을 통해 지금 내가 어디쯤에 있는지 점검하게 되고, 이번 해에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조금 더 분명하게 마주하게 된다.
1~2년 차에는 대표자의 열정이나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3년 차에는 실질적인 매출이나 성과 계약건이나 투자 실적이 중요해진다. 그게 없다면 아무리 기획력이 좋아도 선정되기 어려운 시기가 되는 것 같다.
올해 나는 두 개의 지원사업에 도전했다. 하나는 공방과 협업하여 인문학적 질문지가 포함된 공예 키트를 제작하고자 했다. 그 키트를 활용한 공예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과제였다.
공방의 실질적인 경험으로 앞으로는 공예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 키트를 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고, 다른 공예 키트와의 차별점을 인문학적 질문지에서 찾았다.
제주 전통 공예 키트를 개발해서 공예 키트를 브랜딩 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아무래도,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기업을 우선 선정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콘텐츠가 탄탄해도 지역 거점을 둔 기업이 선정되어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목적에 더 부합할 것이기 때문이리라. 지원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온라인 기반 사업자보다 오프라인 기반 사업자를 선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콘텐츠 제작 관련 지원사업이었다. 평소에 해오던 방향에서 살짝 방향을 벗어나서 사업계획서를 써보았다. 사실 기존에 하던 내용을 더 구체화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했지만, 하고 싶었던 일이 생겨서 '그래! 떨어지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써보자.!'라는 마음으로 진짜 해보고 싶었던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썼다. 다소 실험적이 아니었나 싶다. 이 또한 탈락이었으니 말이다.
올해는 도전했던 두 가지 지원사업에 모두 탈락하고 나니 처음에는 좌절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금세 마음이 잔잔해졌다.
탈락이라는 결과보다 더 중요했던 건, 사업계획서를 쓰는 동안 내 안에서 자라난 생각들이었다. 비록 도전한 지원사업에 선정되지 않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방향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좌절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이다. 탈락 이후에도 마음이 무너지지 않았던 것은 준비하는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도전은 더 많은 실패를 가져온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성공 확률을 높여줄 거라 믿는다. 지금의 실패가 성공의 씨앗이 되는 그날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