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AI 영상 도전기

짧은 영상 하나를 만들면서 알게 된 것들

by 나디아

이번 주 내내 영상 하나를 만들었다. 딱 1분 정도 되는 짧은 영상 하나이다.

나는 책을 소개하는 도서인플루언서이다. 블로그를 통해 책을 소개하고, 인스타그램이나 클립에서는 책 소개 영상을 올린다. 이때는 직접 찍은 동영상에 책을 소개하는 내레이션을 직접 녹음해서 숏폼 영상을 만든다.


올해 꼭 유튜브를 시작해 보려고 결심했는데, 그동안 해오던 영상으로는 성공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유튜브는 정보를 주거나 재미있어야 하는데, 한 권의 책 소개 영상은 타겟층이 좁고, 정보를 준다거나 재미를 준다기에는 부족하다. 내가 내레이션을 정말 재미있게 잘하면 또 다르겠지만....

이런 영상들을 유튜브에 올리면 과연 누가 보겠는가?

나라면 볼까? 생각했을 때, 자신이 없으니 시작하기 어려웠다.


'좋아! 책 소개가 아니라 책 속 에피소드 하나를 영화처럼 만들어보는 거야!'



기획부터 제작까지, 내가 다 해본다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하나를 골랐다. 그리고 그 장면을 8개의 컷으로 나눴다. 각 장면마다 어떤 순간을 담을지, 어떤 구도로 표현할지 고민하며 콘티처럼 구성했다. 이후 AI 이미지 생성 툴을 사용해 컷마다 이미지를 생성했다.


같은 인물인데 장면마다 머리 길이가 달라지고, 바지가 치마로 바뀌거나, 그림체도 2D에서 살짝 3D 느낌으로 변하는 등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지브리풍처럼’ 어떤 기준점이 있다면 좋았을 텐데, 딱 잘라 설명할 수 없는 그림 스타일을 표현하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1컷부터 순서대로 제작하다가 4컷쯤 되었을 때 더 마음에 드는 분위기가 생성되면, 그걸 기반으로 다시 1컷부터 제작했다. 아쉬운 점이 있으면 다시 만들기를 반복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서평을 요청받은 책들이 노트북 옆에서 나를 노려봤다.

'읽어야 할 책이 산더미, 할 일이 쌓여 있는데.... 지금 내가 이걸 하고 있는 게 맞나?'

시험 기간에 딴짓을 하는 학생처럼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했다.

그만두고 지금 당장 할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멈추고 싶진 않았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보자.'

엉망진창 영상이 나오더라도 그냥 끝까지 해보기로 결심했다.


이미지 제작만 3일이 걸렸지만, 영상 제작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생성된 이미지가 있으니 이미지를 기반으로 영상을 만들면 크게 장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2D로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이미지와 프롬프트의 충돌이 있어서 그런지 중간에 실사장면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건 편집으로 잘라내면 그만이었다.


이미지가 잘 못 생성되었을 때는 좌절했지만 영상이 잘못 나왔을 때는 실제로 소리 내어 웃기까지 했으니 한 단계 앞으로 나간 것이 여유로웠는지, 영상이 주는 재미가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 일수도...)



TTS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 그렇다면 내가 직접?


영상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 이제 자막과 내레이션을 넣을 차례.

그동안은 책소개 영상을 제작할 때 내가 직접 음성 녹음을 해서 영상에 넣었기 때문에 TTS 사용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젠 해봐야지, 가장 많이 쓴다던 AI툴부터 실행했다.


'너무 기계적인데...'


주인공이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장면은 대화체로 구성했는데,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인공지능인지 구분이 안 되었다. 인공지능의 목소리는 찰떡이었지만, 긴박하고 감정이 격한 장면을 표현해야 하는데 TTS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다. 물론 내가 무료사용자라서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유료 결제를 할 수 없으니 내가 직접 녹음해 보기로 했다.


"아... 한적한 시골길 달리면 좋겠네...."라는 읊조리는 장면, "무슨 소리야? 경로를 유지해 줘."라고 당황하는 장면, "조용히 좀 해! 너 때문이잖아!"라고 소리치는 장면을 직접 녹음했다.


결과는 대참사... 발연기 인증이다.
옆에서 아이들이 웃다가 쓰러졌다.
“엄마… 진짜 이런 연기는 처음이야.”
'그래, 나도 연기는 처음이야.'

몇 번을 다시 연기해보려고 했지만 결과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대사 부분은 전부 자막 처리로 바꾸고 TTS로 스토리를 설명하는 내레이션을 넣었다. 조금 어색해도, 지금 내 수준에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영상 하나를 만들며 알게 된 것들


AI 덕분에 전혀 시도해 본 적 없던 영상 제작이 가능했다.

그림을 그리지도 이런 종류의 영상도 만들지 못하던 내가, 책 속 한 장면을 꺼내어 이야기로, 이미지로, 영상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이다. 이제는 AI기술 덕분에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더 분명히 알게 된 것이 있다.

"AI는 도구일 뿐, 방향은 사람이 정한다는 것."

책을 읽고 어떤 장면을 영상으로 만들지 고른 것도, 장면을 어떻게 분할하고 어떤 감정으로 전달할지 결정한 것도, 이미지의 흐름과 영상의 템포를 조율한 것도 결국 내 역할이었다.

어느 부분에서 어떤 AI툴을 활용할 것인가, 어느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부분도 인간이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다.


유튜브에서는 마치 모든 것을 AI가 모든 것을 해주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AI는 사람의 지시가 없으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어떤 작업을 할지 지시하는 것은 인간이 할 일이다.


사람들은 AI가 인간을 퇴화시킬 거라고 말한다.
이젠 생각도 안 하고, 글도 쓰지 않으며, 모든 것을 자동화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나는 AI 발전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다. 물론 그 안에 수많은 문제와 부정적인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긍정적인 면을 보는 이유는 예전 같으면 시도조차 못했을 많은 일들이 AI의 도움으로 가능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시도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가능한 일'로 바꾸는 경험을 했다.

물론 영상은 완벽하지 않았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일주일에 한 콘텐츠를 만들면, 유튜브 채널을 꾸준히 운영할 수 있는가? 하는 현실적인 고민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한 가지는 내가 도전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도구는 계속 진화할 것이고, 내 능력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다. 그 기술을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융합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기획자의 시선으로 모든 상황을 통합적으로 보는 능력이 진짜 미래 능력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나는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시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만든 클립 영상▼

https://m.blog.naver.com/ywkim0327/clip/9008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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