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어쩌면시대사
대기업을 떠난지도 2년이 지났다.
'그땐 뭐가 힘들었었나? '
고민의 발단은 지난 주에
또래의 직딩들과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 일 겁내 하기 싫어. "
즉,
회사에 가기가 싫단다.
회사가 어떻길래 이리도 힘들어할까?
나의 과거를 더듬어보았다.
그 친구들은 대부분 삼성계열사 소속이었다.
높은 경쟁을 뚫고, 승리한 직장. 삼성
초면에
"삼성전자 다니는 아무개 입니다."
라고 자신을 소개할 때 참 뿌듯하다.
내 직장의 주가와 내가 동일시 되는 것일까?
대외적으로는 나의 주가를
동반상승 시켜주는 고마운 대기업이,
생활적으로는 삶을 너무 힘들게 했다.
허나 힘들어도
대기업이란 포장지는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잔류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생각들 ...
"입사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데..."
"지금도 얼마나 치열한데"
치명적 매력의 대기업을 과감히 버리고
홀연 떠난이가 있었으니 바로 필자 올시다.
한때 삼성맨이었으나 ( 정확하겐 제일기획 )
업에서 느끼는 보람이 없고
야근이 고되서 과감히 떠난것.
(그래도 3년반이나 버틴것도 대단하다 !)
삼성 간판이 더이상 내 것이 아닌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허나 그것에 발이 묶여서는 안된다.
마치
포커에서 패가 안좋으면 과감히 버리고
다음 판을 기다리듯,
잃는게 아깝다고
(내가 아니라고 느끼는 곳에서)
남들이 좋게봐준다고 머무를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을까?
인생은 한시적인데 현재란 시간을 부정하는 것 만큼
안타까운 일이 있을까?
즐거우면 시간을 잡고 싶어지고,
그 반대면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
회사에 있는 시간은 후자였다.
매주 월요일이 무섭다.
월요병이란 증후군으로 직장인의 비애는 잘 설명된다.
출근과 함께 시작되는 피로
_
회전 문이 돌고
그 안으로 발을 내미는 순간 문제적 일상이 시작된다.
그 시간과 그 공간이 합쳐지는 순간
카드가 찍히고 삑 소리가 나는 순간
궁금해진다.
' 오늘은 몇시에 퇴근할까? '
야근이 많았던 광고업의 특성상,
다음날 아침에 퇴근할 수도 있다.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내려놓은 표정으로..
최악의 경우지만,
늘 최악의 경우 때문에 불안에 시달렸다.
종종 일어났기 때문이다.
우려보다 일찍 퇴근하면 기뻤다.
그만큼 늘 퇴근을 기다렸다.
보람없는 일
_
업무시간이 싫은 이유는
많은 일을 해서 힘들다가 아닌 아니라
보람없이 일을 해서이다.
즉,
노동 강도는 약하고, 노동시간은 길다는 것이다.
보람이란
스스로 미래를 진단하고,
동기의식에 의해 움직여서
성공했을때 주어지는 것인데
대기업에서는 미래를 진단하는 것은
소수에게만 맡겨지며,
다수의 사람들이
수발이되어 움직이는 시스템.
동기의식이 없다보니 보람도 없다.
보람없는 업무의 악순환은 묵인된채 이어진다.
감정없는 인간관계
_
출근후, 퇴근전 일어나는 대면은 서로 피상적이다.
10초전에 만난 사람과 무슨말을 했는지?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뇌가 불필요한 데이터로 인식하나보다.
중요하지 않기에 뇌에 저장되질 않는가보다.
피상적인 관계를 정상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보니
시크하고 차가운 도시인으로서 마음이 늘 허하다.
생활의 대부분을 보내는 장소인데..
그렇다고 팀원들과 정서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않는다.
팀원들이 ( 사람이 ) 별로여서가 아니라
환경이 별로인 것이다.
감정을 드러내고
관계에 노력하는 사람은 안쓰럽다.
회식이나 사석에서의 만남을 노력하는
상사의 모습은 억척스럽다.
'친구가 없나?'
외로움에 취약한 직장인은
퇴근 후 따로 사람들을 만나 정서를 충전한다.
단지 , 퇴근후에 사람을
만나서 뭘 하기엔 너무 피곤하다.
인간이 할 수있는 가장 수동적인 활동
카우치포테토의 탄생 배경은 이러한 것.
couch potato !!!
집중할 수없는 환경
_
늘 오전 시간이 애매했다.
쉬기도 애매하고, 활용하기도 애매하다.
수다떨거나 잡념으로 채우기 딱 맞다.
수다 = 쓸데없는 대화 혹은
잡념 = 쓸뗴없는 생각.
즉 쓸떼없는 시간.
'그럼 왜 일찍 출근한거니?'
오전의 어느 시점에 미팅은 시작되고,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기억하기 힘들정도로 길었던 미팅의 끝엔
점심시간이 기다리고있다.
삼성 급식회사 웰스토리의 음식은
기내식처럼 씹을 수록
건조함이 느껴지는 신비한 음식.
제임스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했을때
어셈블리라인으로 매끼니가
만들어질거라고 상상이나 했겟는가?
(남들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퇴사의 결정타는 급식으로 바뀐 것이었다)
고정자세
_
의자와 밀착된 엉덩이와 스크린에 고정된 눈
그리고 쭉 빠진 목.
거북이가 되어가는 내가 안쓰럽다.
종종 목을 뒤로 재끼는 최소한의 스트레칭으로
한 시간을 더 이겨낸다.
움직이는게 점점 둔해지는 내 모습과
고개를 돌렸을때, 만나고 싶지않은
나의 미래인 선배님들의 체형,
그 실루엣 앞에 등꼴이 오싹해지곤 했었다.
"
돌아갈 수 없다
"
다소 과장스럽지만 실재로 필자가 느꼈던
그 시절 그땐 그랬지 라며
담백하게 회자해보았다.
지금으로 부터 2년전 2013년의 일이다.
술자리에서 친구들에게 들어보니
변한건 별로 없단다.
PS_퇴사의 이유를 적다보니
물론 부정적인 방향만 부곽시킨 점은
독자의 몫으로 알아서 필터하시리라 믿으며
몇가지 떠오르는 장점은...
억지로 적어보려해도
간판외엔 정말 없네요.
그래도 입사초창기에는
이태원부근에서 맛집이라도 찾아다녔고
드믈지않게 고급진 식사를 했었는데...
아래 영상은 제이슨 프라이드의 TED강연 영상입니다.
사무실이 왜 비능률적인지 이야기합니다. 공감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