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포항에 있는 포항공대에서 교수 자리가 있다고 했다.
10월 무렵 포항공대에서 나의 그간의 전문성을 피력하는 면접을 보게 되었다.
당시 정부 지원으로 포항공대에 엔지니어링 전문 대학원이 생기게 되었는데, 프로젝트 관리 분야를 강의할 교수직을 뽑는 것이었다.
한번도 일생에서 교수직을 한다는 것을 예상 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내가 쌓아온 전문분야가 대학에서 필요할 줄도 상상 하지 않고 살았다.
아무튼 절차를 거쳐 2012년 부터 강의를 맡으며 생전 알지 못하는 세계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실무적인 분야를 교육 하는 대학원 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다.
학생들은 기업체에서 근무하다 선발된 사람들로 대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석사 혹은 박사 학위 까지 받는 자리 였다.
내가 담당한 수업들은 "계약 관리와 협상", "(사업) 리스크 관리", "프로젝트 리더십" 등이었고, 주력했던 분야는 아무래도 "협상" 분야 이다. 국제 협상을 실무적으로 해야 하는 직장인 학생을 대상으로 협상을 보다 체계적으로 교육 하는 것이다.
협상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아직까지 체계적으로 교육 되지 못한 분야 중 하나이다. 협상은 그저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라 생각 하거나, 이를 체계적으로 교육 하는 것이고는 없다고 여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무튼, 포항공대에서 직장인 출신의 석사과정 생들을 대상으로 하버드의 협상 기술을 가르치게 되면서 나도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계속 체계화 할 수 있었다.
지금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경로 (기업 -> 대학) 이지만 당시에는 나의 경력 경로가 대학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신기 했다. 전혀 예상 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2012년 부터 이어진 새로운 일이 하루하루 신기하게 돌아갔다.
늘 해왔던 업무를 강의로 만들어 진행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강의도 어렵지 않았다. 직장에서 실무를 하고 온 사람들이어서 수업에 대한 몰입감도 있었다.
아마도, 직장생활을 하다 온 학생들 입장에서는 하버드의 협상법을 배운 다는 점이 신선했거나 신기 했을지도 모른다.
2012년은 당시 학생들이 연수과정으로 다니는 Purdue 대학과, Wisconsin-Madison 대학에 출장을 가 보기도 했다. 기업에 있으면서 출장을 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약 10연전 뉴욕 행 일등석에 앉아 뉴욕을 가면서 나는 10년 후 대학에서 일을 하고 있을 줄 알기나 했는가?
아무튼 우리의 인생 행로는 전혀 예상 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래도 내가 대학에서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인정 받은 것은 같은 분야를 지속해서 일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이것 저것 다른 분야를 했더라면 전혀 전문성을 인정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대학에서의 7 - 8년은 나의 전문성을 강화? 하는 좋은 시기 였다. 업무상 전문성을 가지는 것과 대학에서 커리큐럼을 만들고 교재를 만들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좀 더 풍부한 케이스가 필요했고 아무리 실무형 강의라 해도 어느정도의 체계와 레퍼런스는 필요한 것이었다.
지금 또 다시 생각 해 보면 그 시기를 기업체에서 더 많은 경험과, 연봉을 쌓아가야 했었지 않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래 좋은 게 있으면 아쉬운 것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 엔지니어링 대학원은 약 7년간 유지 되다가 지금은 없어졌다. 지금와서 알게 된 것이지만, 정부에서 5년간 지원하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학원은 없어 지곤 하는 것이었다.
나와의 인연은 그렇게 끝이 났다. 지금 생각 하면 그 대학원의 생존 기간은 나와의 운때가 맞았던 것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협상 강의를 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찍어 두지는 못했다. 아래 영상은 이후, 동내의 유명 PD 님이 남겨 주신 동영상이다.
https://youtu.be/VkohkT6BYQg?feature=shared
다음편: 100시간 협상 커리큐럼을 만들 이유
지금은 www.snrlab.com 을 통해 기업 대상 협상 교육과 컨설팅을 하고 있다.
#포항공대, #하버드협상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