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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걸려왔다.

협상의 기술 커리큐럼 130시간 만들기 프로젝트 

by 이성대 Mar 24. 2025

많은 기업들이 임직원들을 협상의 전문가 까지는 아니더라도 협상으로 회사의 많은 문제 (계약, 분쟁, 갈등)을 해결하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교육 이후 뜻대로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협상 전문가가 되려면 얼마의 시간을 어떻게 훈련받아야 하나.


이런 의문은 스스로에게 계속하는 질문이자, 많은 회사와 기관에서 직원들의 교육을 위해 HR 등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아예 회사 내에 협상 중심의 전문가 집단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도 있고, 협상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컨설팅을 해 달라는 경우도 있고, 협상장에 직접 참여해서 협상을 해 달라는 경우도 있다.


협상의 기술에 대한 어떤 비밀의 책이 있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싶어 할 것이다. 포항공대에 있을 때 이 비밀을 풀어 보고자 여러 가지 협상의 방법론들을 조사했다.






2015년 어느 여름 무렵, 전화가 왔다.


"이성대 교수님 이신가요"

KTX를 타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대개 이런 경우 강의 의뢰가 올 경우다.


"맞는데 누구시죠?"

"저는 oo 중공업. oo입니다.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



며칠 후 서울에 근무하는 3분이 포항공대 내 연구실로 찾아왔다. 회사의 사정을 간략히 설명한 후, 협상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회사 부회장님께서 직원들의 제대로 된 협상 교육을 지시하셨다고 한다.



협상은 최근 까지도 중요한 교육 과정의 경우 고위 임원의 지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협상이라는 역량이 일반적인 임직원보다는 회사의 전체적인 실적과 재무에 관심이 많은 최고 경영진, 오너가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그렇게 서울에서 오신 세분과의 미팅을 시작으로 협상 커리큘럼을 그 회사에 적합하게 개발하게 되었다. 회사 고위 임원이 지시한 경우라 당시 인사팀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아래는 이 교육 과정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순서이다. 한번 다시 기억을 되살려 정리해 보았다.


협상 강의 기획 및 실행 순서





그렇게 시작한 협상 교육 과정은 거의 3년에 걸쳐 협상 과정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커리큘럼은 총 100시간이 되었다.


기본과정을 위한 3.5일 (28시간), 심화 과정 5일 (40시간), 마스터 과정  (40시간), 임원과정 3일(24시간) 총 132시간의 커리큘럼이다.


기본과정에서는 협상의 체계를 처음 접하는 직원들을 위해 협상의 기본 이해, 하버드 대학 로져 피셔 교수의 Principled Negotiation을 중심으로 협상 준비를 위한 NPP(Negotiation Preparation Pad) 사용법 등을 교육하며, 거의 매일 1-2건의 협상 실습을 한다. 실습 과정에서 동영상 촬영을 통해 협상장에서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게 되며, 개선할 점을 피드백으로 전달한다.


심화과정에서는 기본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보다 심층적인 협상 분야와 전문적인 협상 기술을 가르친다. 협상 실습을 위한 케이스도 더 심화되고 어려운 상황으로 진행된다. 심화 과정에서도 2번의 동영상 촬영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며, 피드백을 전달받는다.


마스터과정은, 기본 - 심화 과정을 모두 이수한 사람들 중 회사에서 선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보다 심도 있는 분야를 대학원 수업처럼 진행 한다. 당시 Capstone Design 방식으로 명명하며 실무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제로 가져와 함께 풀어 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나중에 이 마스터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을 다시 선발하여 사내 강사 요원으로 만들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협상 교육을 위한 3과목 (3학점 * 3 = 9학점)의 분량이다. 지금 생각하면 협상을 전문적으로 훈련받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100시간 학습량은 필요하지 않을까.. 실제로 미국의 대학에서 Executive 과정에서 협상은 적어도 40-50 시간을 훈련한다.


포항공대에 와서 강의를 준비하며 개발한 커리큘럼 못지않게 이 회사와의 일로, 더 다양한 교육 과정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2003년으로 돌아 내가 뉴욕행 일등석에 앉아 가면서 이날의 일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미래의 일들은 생각보다 다양하게 펼쳐진다. 2003년 당시 나는 계속 회사를 다니면서 적어도 비슷한 분야의 일을 더 다양하게 할 줄 알았다.


이렇게, 나의 행로는 더 뾰족하고 좁아졌다.

그 수많은 회사의 일들 중에서 협상이라는 전문 분야로 더 깊이, 그리고 더 뾰족하게 날카롭게 되었다. 칼로 비유하자면, 칼은 더 길어지고, 더 날카로워졌다. 아무래도 이 칼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쓰일 곳이 없어 질지 모른다. 적당한 길이의 적당한 날카로움을 가진 칼이라면 범용으로 많은 곳에 쓰였을 것이다.


아무튼 당시 2015년에 기획하여 진행하 협상 교육은 2016년, 2017년을 거쳐, 2019년에 마무리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바쁘고 힘들지만 보람 있는 프로젝트이었다.


협상 교육의 커리큘럼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다양한 분들과 협상에 대해 토론하고, 실습하는 장면을 모두 동영상으로 찍어 밤에는 분석하고 개인별로 피드백을 일일이 달아 다음날 전달해 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기간 내내 한 번도 감기에 걸리지 않고 목소리를 유지하며 8시간 내내 하는 강의를 2-3일씩 이어서 했다는 것이 신기하다. 강의를 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8시간 강의를 3일씩 이어서 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그 프로젝트는 종료되었고 지금은 좋은 경험이 되었다.



다음 편에서...


#협상의기술, #협상기술, #협상교육


지금은 www.snrlab.com을 통해 기업 대상 협상 교육과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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