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로 무너져버린 것 같다. 그 뉴스를 접한 날 이후로. 그동안 잘 유지해오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일상의 조각이 무너졌다. 다이어리를 펴 들기 어려웠고 겨우 요약정리하듯 기술하는 내용 이외엔 무엇도 적지 못했다. 브런치에 세이브 원고도 쓰지 못했다. 하려고 했던 원고 편집도 모두 미루고 그저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혼자 영화를 보러 갔지만, 하필 영화에서도 나를 찌르는 말과 내용들이 있어 도무지 편하지 않았다. 내용을 아예 모르고 간 것도 아닌데 내 상황에 대입시켜서 생각해보지 않았던지라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
결국, 기분전환은 실패로 돌아갔고 무기력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 전 마광수 교수가 자살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지난 상담 시간에 의사에게 첫마디로 그런 말을 했더랬다. 마광수 교수 자살 이야기를 지인에게 전하다가 나도 모르게 "나 같아도 자살했을 것 같아."라고 말해버렸다고. 그렇게 말해 놓고 나도 깜짝 놀랐다.
평소 마광수 교수에 대해 각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의 작품을 아끼는 팬도 아니다. 다만, 뉴스를 접하고 되돌아보니 어쩌면 그에게는 아무것도 안 남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희망도, 가치도, 의미도. 작가, 교수로서의 명예와 입지 등 모든 것이 상실되었고, 자녀 없이 이혼했고. 우울증 치료를 받던 중이라는 내용이 기사에 언급되었는데 힘들어서 이겨내려던 과정에서 결국 다른 선택을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정신분열증을 오래 앓던 오빠도 자살이라는 선택을 했고, 명예가 실추되는 불운한 일을 겪으신 외할아버지도 자살이라는 선택을 했다. 가족을 두 명이나 자살로 잃은 내가 저렇게 무의식적으로 말을 한 이유는 뭘까. 결국 의사에게 내가 한 말은 우울증은 정말 무서운 병이구나 싶었어요,였다.
맞는 말이다. 우울증에서 뜻하는 우울은 그냥 기분이 쳐진다, 다운된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이런 정도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그냥 정신적 컨디션이 좀 안 좋은 하루, 바이오리듬이 별로인 하루 정도에 해당하는 게 아님을 의미한다. 이 우울은 늪과 같아서 한 발 들어간 이후로 온전히 발을 다 빼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 그리고 무릎만 들어간 것 같아서 금방 빠져나올 것처럼 보여도 나오려고 허우적거릴수록 점점 깊이 빠져들어버리기도 한다. 난 여전히 허우적거리는 중임을 잊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