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는 꿈
잠들기 전에 쓴 글 때문이었을까? 지난밤 꿈에서 내가 죽는 꿈을 꾸었다. 앞뒤 내용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고 내 앞에 한 남자가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나와 사무 관계에 있거나 아니면 죽음에 관련한 일과 관련된 남자였던 것 같다. 그 남자와 나눈 대화의 마지막 부분만 떠오르는데 내가 죽는 줄 어떻게 알았냐고 내가 묻고 있었고, 남자가 답하길 방금 전에 내가 눈을 감으면서 흰 눈동자만 보인채로 고개를 떨궜다고 했다.
그 말에 내가 어이없어하면서 아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나는 지금 이렇게,라고 말하려고 고개를 들어 올리려는데 순간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고 주변이 빠르게 검게 물들어서 암전이 되는 것을 느꼈다. 어, 안돼, 안되는데 이.. 이렇게 죽는 건가? 이런 게 정말 끝인가? 하는 사이 나는 암전 속으로 사그라들었고 잠에서 깼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느낌, 소멸되는 그 느낌이 너무도 선명해서 마치 죽음이라도 체험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기가 죽는 꿈은 대체로 길몽이라고 하니 나쁠 것은 없는 꿈이겠지만 묘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 꿈은 무력감에 사로잡힌 내 무의식이 투영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무기력한 상황이 반복될 때의 느낌이 거의 위와 흡사하다. 무기력에 나를 휘감아 버리고 나는 옴짝달싹 못 하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채로 소멸되는 것 같은 괴로움을 느낀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무기력 때문에 괴롭던 날들이 꼭 꿈에서와 같았구나 싶어 졌다.
꿈의 상황을 복기하면서 물을 마시고 냉큼 푸로작을 한 알 삼켰다. 다시 무기력의 공포로 빨려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했다. 두 번째 상담 이후 두 알로 처방을 늘렸는데 아직까지는 괜찮다. 잠이 오지 않을 수 있으니 저녁 무렵에는 안 먹으려고 하고 가급적 오전과 오후에 한 알씩 먹는다.
적어도 무기력에 대한 방어력은 굉장히 높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종이 다이어리에 할 일과 한 일을 선후로 해서 적고 있는데 거의 100% 가까운 실행을 하고 있어서 스스로 놀랍다. 높은 실행률은 전처럼 도무지 달성하기 힘들어 보이는 계획을 세우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기록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도 아직은 충분히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