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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구름 Mar 16. 2024

20240310~0313

2024_03010(일)

 욕심 내려놓기 

 나를 돌보며 많은 부분에서 잘 조절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잘 안 되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욕심을 내려놓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항상 조금씩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앞선다.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서야 할 시간 30분 전에도 내 몸 상태는 일정을 완강히 거부하며 침대에 누워있기를 원하고 있었다. 페널티가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고 나서야 당첨된 티켓을 포기하고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루틴이 있는 것은 좋지만 빼곡하게 일정 잡는 버릇에서 아직 다 벗어난 게 아니라는 것을 캘린더를 보며 다시 깨닫는다. 아직 더 내려놓아야 할 게 많다. 오늘 공연 포기는 참 잘한 일!




 2024_03011(월)

 정주행 발 담그기 

 드디어 지독한 기간에서 벗어났다! 이제 끔찍했던 날들이여 안녕~ 몸 컨디션 때문에 손발 묶인 기분으로 지내온 지난 일주일 남짓, 거기서 탈출하고 보니 막상 루틴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보다 일탈을 하고 싶어졌다. 뭐, 일탈이라고 해봐야 참 별 것 없지만; 

 웨이브 이용권이 거의 만료된 줄 알았는데 확인해 보니 5월 초까지 이용 가능한 상태였다. 웨이브 독점 정치 서바이벌 예능인 <더 커뮤니티_사상검증> 11회 차를 몰아보기 시작했다. 점심 무렵부터 슬렁슬렁 몰아보다가 새벽 2시 반까지 봐버리는 과감한 일탈. 이제 정주행을 할 체력이 된다는 것이 기쁜 나머지 밤을 새 버리려고 했다가 과욕은 금물이라 이를 꽉 물고 거기까지만. 물론, 다시 잠드는 데는 한 시간 넘게 걸렸다. 너무 오래 앉아서 봤더니 허리 통증이 심해졌지만 그럼에도 참고 볼 만큼 진짜 재밌었다. 이렇게 재밌게 정주행으로 볼만한 시리즈가 나와서 너무 신이 나버렸다. 가끔은 일탈하는 것도 칭찬해~ 





 2024_03012(화)

  어쩌다 10주년 

 와, 정말 10주년이 와버렸네! 남자친구와 어쩌다 10주년을 맞이했다. 어쩌다라는 말을 붙인 것은 내가 이렇게 오랜 기간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 수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오래오래 만나겠다는 굳은 다짐 같은 걸 하면서 만난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고 뭐 맨날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여러 일들이 많았지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나눈 의미 있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들이 있었다. 농담처럼 올해는 매일을 10주년처럼 보내자고 했다. 10년 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나, 칭찬해! 





 2024_03013(수)

 그래, 겨우 6개월

출간 원고를 정리하게 위해 지난 브런치북의 글을 살펴봤다. 한두 개 에피소드를 볼 때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3편째를 넘어서 이어보다가 그만 원고 보기를 중단하고 말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지금의 내가 괜찮기에,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6개월 전에 내가 겪었던 일을 기록한 글을 연달아 읽고 나서 마음의 균열이 일어났다. 헉, 내가 이런 상태였다고? 그때의 내가 지르던 비명이 귀에 생생하게 꽂혔다.

 그렇구나. 겨우 6개월이 지났을 뿐이구나. 본능적으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망각이 발동했던 것 같다. 원고를 보는 일이 이런 이유로 고통스러울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기에 너무 당혹스러웠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맥없이 무너지다가 출판사에 연락했다. 원고를 다시 보는 게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급할 것 없으니 천천히 해도 된다는 답을 받았지만 여전히 마음이 소란스러웠다. 

 멍한 상태로 간신히 약을 찾아 먹고 일단은 하루를 마무리하고 최소 수면시간은 방어했다. 무너지려는 리듬을 그래도 잡아낸 것, 오늘의 잘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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