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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구름 Mar 23. 2024

20240317~0319


2024_03017(일)

 악몽 2일 차 

 아니, 이쯤 되면 해보자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어제에 이어 악몽을 꿨다. 이번에는 고통스럽게 구토하는 꿈,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갑작스레 무대에 올라서 공연을 해야 하는 꿈이었다. 왜 악몽을 연달아 꾸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마음속 어두운 곳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 들여다보기 싫은 걸 어쩌란 말이야. 

 무적의 오뚝이 정신으로 재무장하고 버티기에 돌입했다. 도망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누군가 그랬던가? 악몽은 쫓아오고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중. 그래도 와르르 무너지지 않은 게 장한 요즘이다.





2024_03018(월)

 불면의 습격

 악몽에서 좀 벗어나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불면에게 제대로 당했다. 새벽 3시 반까지 말똥말똥 눈을 뜨고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는 괴로움은 정말 오랜만이다.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수면유도제를 먹고 간신히 잠이 들었다. 아직도 나는 도망치고 있는데, 도망치는 용기만 가득하고 내 마음속으로 딥다이빙 할 용기는 없는데 어쩌면 좋나. 

 힘들어하는 나를 달래주는 마음으로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을 닭강정을 시켜서 먹으면서 봤다. 그래, 내가 나로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야. 불면과 악몽에 시달리며 괴로워하지만 나는 닭강정으로 변하지 않고 나로 있다는 게 다행일지도 몰라. 아니, 차라리 닭강정으로 변하는 게 다행이려나? 킬킬 대며 정주행 했더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2024_03019(화)

 내 마음의 안전기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정면돌파 외엔 답이 없다는 마음으로 6개월 전 휴직하고 쓴 원고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썼던 글을 워드 파일에 넣고 한데 묶어서 정리하면서 읽어 나갔다. 맙소사! 정말 내가 이렇게나 힘들고 괴로웠구나. 죽고 싶다는 생각을 이렇게 많이, 자주 했다니. 놀라움의 연속 그 자체였다. 아프고 난 뒤에는 아팠던 기억을 대체로 잊는데 그게 몸이나 마음이나 매한가지인가 보다.

 충격을 받았던 최초의 마음 상태에서는 벗어났지만 그래도 이런 상태로 매일을 살아가는 것은 위태롭다. 고민할 것 없이 내 마음의 안전기지를 찾아갔다. 예약하고 찾아가지만 매번 사람들이 많아서 북적이던 대기실이 오늘따라 한가로워서 도착하자마자 주치의를 만날 수 있었다. 분명히 조금 길게 이야기한 정도인 것 같은데 왜인지 리셉션으로 나와보니 시간은 거의 40분이 지나 있는 마법 같은 일.

 여러모로 힘들었던 상황과 내 생각을 걱정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내 마음의 안전기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든든하고 힘이 된다. 생각이 많고, 분석적인 나의 특성이 독이 되어 나를 아프게 하는 건 맞지만 하나의 현상을 확장해서 사유의 폭을 넓히는 것은 본받고 싶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처방받은 약은 이미 많아서 오늘은 약 처방 없이 상담만 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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