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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구름 Apr 06. 2024

20240331~0403

2024_03031(일)

 감정의 널뛰기 

 이제는 이런 상태가 PMS 때문인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지나간 일기를 살펴보니 감정적으로 힘들어진 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원인이 불분명해 보이기까지 한다. 여하튼 오늘의 나는 감정의 널뛰기를 심하게 하다못해 하루에 두 번이나 울음을 터뜨렸다. 울면서 불안한 감정에 더 휩싸였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거 같은데. 나 좀 아니 많이 이상한 거 같은데. 아니 같은 데가 아니라 이거 너무 이상하잖아! 

 뒤죽박죽 엉망인 감정 상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니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그래도 전처럼 꾸역꾸역 괜찮은 척하지 않고 엉망인 채로 그냥 솔직하고 투명하게 다 드러냈다. 적어도 내가 아닌 타인 한 사람에게만은 그렇게 했다는 것이 칭찬할만하다. 창피할 거 없어, 솔직한 게 더 안 창피해!




2024_0401(월)

 만우절

 감정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만우절 장난을 어설프게나마 치고 깔깔 댔을 텐데 도통 그러지 못했다. 플랫폼에서 일할 때는 만우절 프로모션 기획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게 생각난다. 기획하는 마음은 아이데이션 할 때만 재밌었고 막상 일할 때는 기운 빠져서 빨리 일 치우기에 몰두했었지. 오늘은 만우절이고 뭐고 하루 일정 중 하나인 심리상담 소화하기도 버거울 정도로 힘든 멘털 상태다. 

 2회 차 심리상담을 하고 돌아오니 상담 시간에는 중구난방으로 정리되지 않는 소리를 토하듯 뿜어냈고, 돌아오니 막상 할 말은 하지 못했다는 생각과 상담 중에 튀어나온 뾰족한 감정들이 끊임없이 나를 찔러대서 더 고통스럽다. 그런데도 상담은 꼭 이어서 더 받을 거다. 이왕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지.

 감정의 널뛰기는 극에 달하고 있고 먹고 있던 약으로는 폭발 직전 정도로밖에는 진정이 되지 않는다. 일회성인 걸 알면서도 우는 애 달래는 심정으로 엽떡을 주문했다. 매운 것을 못 먹어서 순한 맛으로 시키면서도 엽떡을 찾는 이유는 마라로제 떡볶이의 신묘한 맛 때문! 그런데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마라로제를 시킨다는 게 로제를 시키고 말았다. 정말 순수한 맛 그 자체인데 느끼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니 덕분에 잠시나마 고비를 넘겼으니 고맙다 엽떡 로제야! 하지만 다음에 다시 만나지는 말자. 



2024_0402(화)

 불면의 고통 

 와, 이 정도로 극심하게 불면에 시달려 본 게 언제인지 아득하다. 어제 새벽 4시 30분까지 눈이 말똥말똥했다. 전날에는 그런대로 잘 자서 어젯밤도 잘 자겠거니 했지만 정반대였다. 자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해봐도 허사였다. 평소 잠이 잘 왔던 방법인 오디오북을 작은 볼륨으로 틀어두고 눈 감고 누워서 잠 청하기도 먹히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는다면 안 자리라 하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다가 다시 잠을 청해봐도 잠은 잡힐 듯 말 듯 밀당을 계속하며 끝내 내게로 와주지 않았다. 결국 항복하고 평소 먹던 약에 추가 약까지 더해 약의 힘을 빌려 겨우 잠들었다.

  네 시간가량 자고 멍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니 기분이 축 처지고 몸은 몸대로 좋지 않았다. 그런 몸을 이끌고 꽃이라도 보자 싶어 근처 공원에 갔는데 이제야 막 몽우리가 올라오는 수준이라 꽃구경을 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이러다 하루이틀 만에  활짝 필 거면서. 그리고 또 금방 질 거면서. 어젯밤 불면처럼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은 나무들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오늘밤은 잠과 기싸움하느라 힘 빼지 말고 항복하고 바로 약을 먹기로 했다. 트라조돈과 디아제팜 콤보로 강력하게 약을 먹고 쓰러지듯 잠들었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다! 흥~




2024_0403(수)

  감기도 막지 못하는 인간관계 

 요 며칠 컨디션이 엉망이었던 탓인지 감기몸살 기운이 확 느껴졌다. 콧물도 나고 두통에 목이 칼칼했다. 아 이러다 병을 키우면 곤란하지. 고민하지 않고 바로 집 앞 병원에 갔다. 증상을 물어보던 의사는 코로나는 아닌 거 같은지 물었다. 아니요. 아닐 거예요. 즉답을 하자 의사는 모든 환자들이 다 코로나는 아닌 것 같냐고 하면 100% 다 일단 아니라고 한다는 거다. 어떻게 확신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래, 의사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우선 나 같은 경우는 코로나만 3번을 걸렸는데 또 걸린다는 걸 상상만 해도 싫을뿐더러 3번이나 걸려봐서 이 정도 아픈 게 코로나인지 아닌지는 잘 알 수 있다고! 라고 답하려다 기운 빼기 싫어서 대충 뭐라 뭐라 아무 말 대잔치 하고 나서 주사 맞고 처방전 받아 들고 나왔다. 

 저녁에는 청첩장 받는 모임이 있어 감기는 약으로 눌러 놓고 꾸역꾸역 약속 장소로 나갔다. 심지어 제일 먼저 도착하기까지. 원래 지각쟁이인데 장하다! 사람들을 주기적으로 만나는 기회를 일부러라도 만들려고 노력 중인데 잡힌 약속은 당연히 가야지. 컨디션 좀 안 좋다고 예전처럼 망설이며 약속 취소하는 대신 1등으로 약속장소에 도착한 나 칭찬해. 막차 끊길 시간까지 있다가 나만 먼저 빠져나왔다. 서울 아파트 시세와 부동산 임장 이야기를 주야장천 들었더니 당장 이번주말에 어디론가 임장을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주말에는 더 쉬어야지.(어차피 평일에도 쉬지만;;) 얼른 감기와 이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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