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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구름 Mar 31. 2024

20240328~0330

2024_03028(목)

 정말 오랜만에 수면 유도제 없이 잠들어서 8시간가량 자고 일어났다. 베개에 머리 대고 3초면 잠이 든다거나 어떤 꿈도 기억하지 않고 중간에 깨는 것도 없이 숙면을 취하다 개운한 아침을 맞는 게 일상인 사람들에겐 별 것 아닌 일이겠지만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나에게는 매우 소중한 일이다. 

 그래서였나, 한결 나아진 컨디션 덕분에 새로운 연재 브런치북의 세이브 원고를 2개나 작성해 두었다. 그것도 쉬지 않고 몰아서 썼으니 기분이 더 좋았다. 내친김에 서평까지 하나 더 쓰고 꽉 찬 오전을 마무리하고 나니 뿌듯했다. 읽고 쓰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이렇게 마음 편하게 읽고 쓰는 일을 즐기는 나를 보고 새삼 정말 이걸 좋아하는구나 깨닫는다. 누가 고료를 주는 것도 아니고 청탁을 받은 게 아니라서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한동안은 글 쓰는 일에서 멀리 떨어져서 생업에 몰두하며 지냈다. 기자로 지냈던 시절, 열심히 들어온 청탁원고를 쓰던 시절은 까마득히 잊은 채. 온라인 서점에서 책소개와 리뷰 작성, 리뷰 심사를 업무로 할 때도 아득하게 잊은 채로. 그러다 오히려 이렇게 일이 아닌 글쓰기를 하는 것이 나에게 자유로움과 안정감을 가져다주기도 하는구나 싶다. 마음에 차지 않는 글도 남들에게 내보일 용기를 갖게 되었고, 그래서 무슨 글이든 일단은 쓸 수 있게 되었다. 너무 잘 쓰려고 애쓰지 않는 대신 쉬지 않고 매일 쓰는 나, 칭찬해. 





2024_03029(금)

 수면유도제 없이 잠들었고 어제와는 다르게 다시 피곤한 상태로 돌아와 버렸다. 그래도 너무 힘든 게 아니라면 수면유도제는 가급적 먹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약으로 잠을 부르는 상태가 되면 정말 벼랑 끝 직전으로 몰리는 것 같아서 더 우울한 기분이 든다. 물론 삶의 질을 높이려고 애를 쓰는 중이라 그 정도가 되면 미련 없이 약을 먹긴 하겠지만 약에 쉽게 의존하지 않는 나, 칭찬해. 

 어제 늦은 저녁 넷플릭스 <삼체> 시즌 1을 몰아보기 했다. 가끔 너무 압도적인 작품을 만나면 기가 질려버리는데 <삼체>가 그랬다. 원작 소설을 다 읽어보지 못해서 원작과 넷플릭스 시리즈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작품의 세계관과 설정 자체가 넘사벽이다. 그러니 원작을 쓴 류체신 작가가 휴고상을 받았겠지. SF 장르를 별로 선호하지 않음에도 <삼체>는 시즌1 내내 나의 집중력을 온전히 가져가버렸다. <듄 2>은 끝내 보지 않았지만.

 오늘의 피곤함을 낮잠으로 상쇄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나는 낮잠에 자주 실패하는 사람이다. 낮잠을 달게 자 본 경험이 인생을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로 별로 없다. 아파서, 며칠 잠을 못 자서 기절하는 정도로 쓰러지는 게 아니라면 낮잠을 잘 수 없는 성격의 사람인 것이다. 얼마나 불안도가 높으면 낮잠 한 번 편히 못 잘까 싶어 씁쓸해진다.

 낮잠을 망한 탓에 초저녁잠이 제대로 들어버렸다. 저녁도 대충 먹고 7시 반쯤 침대에 들어가 누웠다가 잠이 들어서 새벽 2시 반에 껬다. 불금이고 뭐고 초저녁에 쓰러지듯 잠이 들고 말았다는 점에서 망연자실. 하지만 깨어서 이렇게 또 열심히 글을 쓰고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랄까. 다시 잠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동이 트기 전에 잠깐만, 아주 잠깐만 더 자고 싶다. 




2024_03030(토)

 10년 만에 기질검사 

 우연히 동네책방 중 심리전문가가 운영하는 책방이 있음을 발견하고 너무 반가워서 놀러 갔었다. 거기서 TCI(기질 및 성격) 검사와 해설 및 상담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예약을 해둔 것이 바로 오늘. 요새 너무 이런저런 일정을 많이 잡아서 그랬는지 예약 시간을 1시간 잘못 알고 일찍 나와서 잠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검사를 하러 갔다. 10년 만에 하는 검사라 아마 기질적인 부분은 타고나는 거라 큰 변화는 없을 거고 성격적인 부분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하면서 검사를 마쳤다.

 이후 검사 결과지를 받아 들고 심리상담가이자 책방 주인이신 분께 해석을 들으며 상담을 했다. 검사 결과 및 상세 내용은 별도로 포스팅할 예정이라 여기서는 간단하게 기록해 둔다. 말이 참 많은 나는 이때도 참 조잘조잘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1시간 남짓으로 예정되어 있던 검사결과 해석과 상담 시간은 2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30분을 향하고 있었다. 물론 후반부에 조금은 다른 이야기도 했지만. 

 내 마음에 여유가 별로 없는 편이라는 점과 이는 최근의 내 상황, 직전에 겪은 일에 대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직은 내가 편한 게 아니지. 무리해서 자꾸 편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없는 마음의 여유를 쥐어짜듯 비튼다고 여유가 나올 리 없다. 이런 상황일 때는 나를 위해 좀 기다려 주는 것, 재촉하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이해하고 알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나,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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