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의 지하철

떨어져 버려 한 순간이야

by 보라구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나를 견디기 힘들게 했던 건 러시아워에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이리 밀리고 저리 치이는 게 아니었다. 매일, 지하철이 승강장에 들어서는 순간마다 마음 한구석에서


뛰어내려, 그냥 뛰어내려버려 한 순간이야. 그럼 모든 게 끝날 거야.


이런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가끔은 어떤 미친 사람이 나를 일부러 밀어주길 바랄 때도 있었다. 내가 떨어진 게 아니라 사고로 떨어진 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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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으로 갈등을 하다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도착한 후 웃으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회의에 참석하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런 시기가 지나고 나서 지인에게 역으로 이런 상황을 겪었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고민을 할 거라고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서 의외였다. 그때 나는 뭐라고 답했던가. 나도 그런 적이 있다고? 아니면 그냥 아무런 말도 안 했던가 기억이 없다. 다만 나는 꽤 안도했던 것 같다.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사람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며 괴로워하는 일상을 버텼구나. 나는 유달리 괴로운 게 아니야. 어쩌면 이건 일상적인 스트레스가 높아서 그런 걸 거야. 업무가 너무 많아서, 글러먹은 상사들 때문에, 무능한 후배 때문에 힘들어서 그런 걸 거야. 그렇게 여기며 나의 우울을, 마음의 병을 별 것 아닌 것으로 넘겨버렸다. 아니 별 것 아닌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렇게 가볍게 여기지 않고, 더 상태가 안 좋아지기 전에 치료를 받으려고 했었다면 좋았겠지만 당시에는 상담이나 치료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치료의 문턱이 높지만 그때는 더 그랬고 나 스스로가 내가 문제가 있다고 낙인을 찍는 것 같아서 두려웠다. 아니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치료를 받으려고 용기 내서 갔는데 내 상태가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는 걸 확인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고 하는 게 맞겠다.


현실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고, 직면하고 부딪히면서 인정하는 것을 포기하고 살았다. 뻔히 내가 보이면서도 전혀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주인공이 모든 감정을 차단하고 감정을 느끼지 않는 상태로 들어간 것과 같았다. 그렇게 차단한 감정이 뒤늦게 밀려들어 눈물의 홍수 속에서 익사하게 될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우는 것은 나약한 것이며, 상담을 받거나 치료를 하러 가는 행위를 힘들다고 칭얼거리는 것이라 치부해버렸다. 그렇게 안으로 계속 곪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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