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이라는 파도가 밀려올 때

당신의 마음을 마주하고 안아주어야 할 때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by 윤슬

여름과 가을 사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올 것만 같은 계절이다. 낮에는 조금 더운 날씨지만, 조금은 시원해진 바람 덕분에 산책하기 참 좋은 날씨의 연속이었다. 요 근래 비가 자주 왔지만, 어느새 맑아진 하늘을 마주하는 날에는 가을 하늘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9월이 찾아왔고, 이번 연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나의 31살,

나는 어떤 꿈을 가지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걸까


사실 31살에게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들은 남자 친구는 있는지, 남자 친구의 직업은 무엇인지, 결혼은 언제쯤 할 예정인지, 결혼할 돈은 모아놨는지 등등 나에게는 영양가 없는 질문들을 하는 사람들만이 늘어간다


나는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으며, 31살인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은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채워 나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고 앞으로 나는 어떤 삶을 꿈꾸는지에 대한 고민인데 그 누구도 나에게 앞으로의 인생 계획을 묻지 않는 현실이 슬퍼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매 순간 혼자의 삶과 함께의 삶을 고민하고 있기에 아직은 결혼이라는 단어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오늘의 나에게 "결혼도 때가 있는 법 "이라고 말하며 내 걱정을 하는 척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키려고 하는 무례한 사람들 앞에서, 그저 여자 나이 31살이면 결혼할 나이가 되었고 좋은 조건의 남자에게 시집을 가야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으려고 한다. 혼자의 삶이든,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이든 어떤 삶을 살든 모든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요즘 나의 일상들은,

앞으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으며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나는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할지의 고민의 연속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강의를 듣지만 여전히 나는 부족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때면 마음이 더 부지런히 움직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럴 때일수록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모든 일을 멈추는 일이다. 가장 조급한 순간, 가장 느려져야 할 때라고 믿는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일은 생각이 많아지고 행동이 느려지는 일이다


내가 조급해질수록 내 주변 환경이 어수선 해지기 시작한다

생각이 많아지고, 나만 뒤쳐져 있는 것만 같아 불안해지고, 나름대로 꾸준히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온다. 내가 그저 그런 사람이라고 인정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 나는 이 순간이 제일 두렵다


생각은 많아질수록 행동을 미루게 될 테지만 괜찮다,

오늘 하루는 생각을 마음껏 하자. 오늘 생각이 너무 많다고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 말자


오늘은 행동할 에너지가 없으니 나의 마음과 마주하는 날이다. 오늘의 에너지가 없는데 벌떡 일어나 힘을 내며 오늘이라는 시간을 애써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 오늘의 생각들의 진심을 마주할 수 있도록, 행동보다 생각에 집중한다. 내가 왜 오늘 이렇게 생각이 많은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지 말이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겠지만,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나와의 대화는 꼭 필요한 일이기에.


상처를 덮는다고 상처가 나아지지 않는다,

마음도 비슷하다고 믿는다. 오늘의 나의 마음을 마주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내 마음의 상처가 깊어지곤 한다






내가 나를 알아가는 일을 포기해버리고

누군가 나를 알아주기만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일에 집중하는 날이 올까 두렵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는 일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일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그저 사람마다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고, 나는 누군가 나를 알아주는 일보다 내가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동안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저녁이 되면 제법 바람이 쌀쌀해졌고, 실내의 에어컨 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여름과 가을 사이, 나는 매년 몸과 마음이 자주 약해지는 편이다. 눈부셨던 여름이라는 계절을 보내고 차분하게 가을을 맞이 하고 싶은데, 나의 마음의 바다는 유난히도 짙은 회색이 되어 흔들리곤 한다


나의 존재가 확실하게 빛나야 한다는 압박감에 나의 마음이 파도에 흔들린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조급 해지는 일을 경계해야겠다. 회사에서 특별한 업무를 맡고 있지도, 무엇 하나 특별하게 잘하는 일이 없어도, 수많은 일들을 경험하면서 특별히 빛내지는 못하더라도 괜찮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에 흔들리지 말자, 나는 그저 나답게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으면 된다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서,

그저 최선을 다하는 사람.


오늘이라는 시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해내는 사람.


오늘의 내가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침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고 출근을 했고 나의 업무를 충실히 해낸 내가 자랑스럽다. 식사 시간 중간마다 글쓰기를 꾸준히 하려고 했던 오늘의 내가 대견하다. 피곤할 텐데도 여전히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고민하는 내가 참 멋지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꾸준히 글쓰기를 이어 가는 내가 사랑스럽다. 오늘이라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내가, 나다운 삶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내가 소중하다


마음이 조급해지려고 하는 순간,

가장 먼저 나의 손을 잡아주었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나의 조급함을 가장 먼저 알아줄 사람은 나라는 사람이기에, 나의 마음을 가장 먼저 안아줬으면 좋겠다. 짙은 회색빛 바다에서 높은 파도를 만나 흔들리는 나를 가장 먼저 바라보는 사람도 나이기를 바란다. 생각도 많아졌을 테고, 많이 조급 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당신은 삶을 깊게 마주하는 사람이기에 때로는 조급함을 느끼기도 하고, 자주 파도를 만나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 것뿐이다


당신은 삶에 대한 애정도가 높은 것, 단지 그뿐이다.


당신이 부족하고, 답답하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저 당신은, 삶을 더 깊게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고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며, 당신에게 가장 관심이 많은 한 사람일 뿐이다. 자주 파도에 흔들리고, 어두컴컴한 길을 걸어 두렵겠지만 괜찮다. 당신은 지금까지 잘해 왔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다. 누구보다 당신은 마음이 단단하고 튼튼한 사람이 될 것이다


오늘의 내가 조급해지려고 한다면 모든 걸 멈추고 나와 마주했으면 좋겠다.


오늘은 그저 평소보다 조금 더 높은 파도를 만나 흔들린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당신은 누구보다 삶에 대한 애정도가 높은 사람이며 오늘의 파도가 잘 지나간다면 내일은 또다시 맑은 날이 찾아올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