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적신호를 알아차리는 일

: 내 마음의 적신호를 가장 먼저 알아차려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by 윤슬
그냥, 오늘은 인생에서 혼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무슨 일이 있던 것도 아니었던 평범한 출근길 아침, 물론 아침부터 할아버지가 옆을 보지 않고 차선을 변경하려고 하는 바람에 사고가 날 뻔했지만 그 일을 제외하고도 그냥 마음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날이었다. 알 수 없는 시기에 찾아오는 알 수 없는 무기력함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이유를 알면 해결하면 좋을 텐데 그저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올 때면 혼자 훌쩍 떠나고 싶어 진다. 직장인의 신분으로는 훌쩍 떠나는 일이 쉽지 않기에, 미리 휴무를 맞추고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다시 한번 시무룩해졌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유를 얻는 동시에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다는 사실이라는 걸 한번 더 인지하게 되었던 날이었다


매일 성실하게 출근을 해야 하고, 매달 성실하게 카드값을 납부하는 어른이 되었다. 경제적으로도 나를 책임져야 할 일이 기본이 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물론 존재한다. 직장에서도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들에 감정이 소비되곤 할 때면 돈을 벌기 위해 내가 인내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서도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유난히도 타인의 눈빛과 감정에 예민한 나는, 모른 척하고 싶어도 읽히는 감정들 때문에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곤 한다. 누군가의 감정을 마주하고 공감하는 일은 나에게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면 단점이 되기도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어도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방전되는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에너지가 방전될 때마다 그저 마음속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을 달라고 외치곤 하지만 그마저도 내 체력과 시간이 허락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가 움직이든, 움직이지 않든 흘러가는 시간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채우려면 나는 어떤 마음을 비워내고 어떤 마음을 채워 가야 할까 매일 밤 고민하곤 한다

차근차근,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곤 한다


우리 집이 불편해진 이유


삼십 대가 되고 언니의 결혼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부모님의 결혼 압박이 나에게 돌아왔다


우리 부모님은 결혼에 대해 압박을 주지 않으리라 믿었다. 특히 아빠는 딸들의 결정을 존중해주시리라 믿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부모님은 아직 결혼 생각이 없는 나에게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집안에 선을 보라는 이야기부터 친구의 아들들 이야기를 자주 꺼내신다. 부모님의 마음은 잘 알고 있다, 딸들이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딸들이 정말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해야만 행복할까?


사실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삼십 대 초반인 지금은 결혼에 대해 조급함을 덜 느끼곤 한다. 하지만 삼십 대를 지나 사십 대를 바라볼 때면 나는 조급함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내가 원해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의 나는, 결혼보다는 나의 삶에 더 관심이 많다. 결혼은 불완전한 두 사람이 만나 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의 생각은 반대편에 가깝다. 개인으로 완전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관계라면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아직은 결혼은 해서 행복하기보다 스스로의 삶을 행복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때 선택을 고민할 것이다. 아직은 경제적으로 불안하고, 내 마음이 자주 흔들리고 있다. 누군가 나를 안아주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스스로 나를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은 불안하고 부족하지만 조금씩 단단해질 테니 나를 믿고 조금씩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싶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


한 달이라는 스케줄표 안에서 온전히 나를 위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나를 위해서 온전히 쓸 수 있을까 말까 했는데, 그 시간마저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는 이유로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충전이 되기보다 방전이 되고 있었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이 내 마음을 채우기도 하지만, 나는 혼자 스스로 나를 마주하고 해야 할 일들을 다 해냈을 때 마음이 더 든든해지는 편이다. 어떤 시간을 더 우선시할지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누구보다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나를 마주하는 일, 나의 마음을 마주하는 일, 나의 미래를 마주하는 일


내 마음을 스스로 마주하고 안아줘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타인에게 기대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성격상 누군가한테 투정을 부리는 일도 쉽지 않은 나는 그저 누군가 내 마음을 물어봐주기를 바랐나 보다. 인생에서 아무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만 같아 마음에 파도가 쳤던 모양이다


내 삶은 이렇게 파도에 흔들리고 있으니 내가 볼 수 있는 시야는 당연히 좁아졌던 며칠이었다


매일 밤 악몽 같은 꿈들을 꾸느라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했고, 면역력이 약해진 탓에 쉽게 두통이 와서 약을 먹는 일이 잦아졌고 매일 피로감이 쌓여 일상생활의 기쁨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매일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노트북을 켜서 글을 쓰는 일이 어찌나 어렵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뱉어내고 싶은 감정들이 수없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데, 나만의 공간이 없어 노트북을 킬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내 체력이 매일 밤 적신호를 키는 바람에 일찍 잠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마음의 병을 앓고 지내왔다


마음을 안아주는 일,

내 인생에서 가장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책을 읽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의 마음은 단단해지려고 노력하기보다 타인에게 의지하려고 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글을 쓰지 못했던 시간들은, 감정을 뱉어 내지 못해 끙끙 앓았고 감정적인 날들의 연속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던 요즘의 시간들이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


나에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단순히 즐기기 위한 취미 생활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꼭 해야 하는 일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저 취미로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나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꾸준하지도, 탁월하지도 않은 내가 글쓰기가 단순한 취미 생활이라면 난 꾸준히 쓰지도, 읽지도 못했을 것이다. 시간이 날 때 해야지가 아니라 시간을 내서 꼭 해야 하는 일, 그렇지 않으면 내일 상속에서 마음이 더 쉽게 흔들릴 테니까 말이다


단단하지 못한 내 마음을 스스로 안아주고 파도가 찾아와도 즐겁게 흔들릴 수 있는 유연한 사람이 되기 위해 그저 오늘도 책을 읽고 마음을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다행이다, 요즘의 내 마음이 답답했던 이유를 찾을 수 있어서 - 그리고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게 되어서 말이다






그냥, 오늘 내 마음이 불안하고 부족한 것만 같고 누군가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만 같아 서운한 날이라면,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길을 걷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마음을 한번 더 깊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우리이기를 바란다


내 마음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진다면 "잠깐 쉬어가자"라고 말할 수 있는 유연한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누구보다도 내 마음을 안아주고 사랑해줘야 할 사람이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살아가자, 누군가에게 기대하기보다 내 마음의 적신호를 가장 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