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 #청소 #단정한생활 #고요한삶 #그럼에도결혼을장려합니다
얼마 전 가수 브라이언이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했다.
우리 부부는 그 장면을 보면서 박장대소하고 웃었다.
브라이언은 사람을 싫어할 만큼 정리와 청소만큼은 확실한 사람이었다.
평소에 깔끔하고 정돈된 삶을 추구하고 그것이 깨어지는 것을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그런 그가 말했다. "I hate people."
같이 보던 남편을 바라보면서 내가 말했다.
"당신이랑 똑같아!"
남편이 웃으면서 말했다.
"브라이언 인스타 팔로우해야겠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확연하게 느꼈다. 남편이 정리정돈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잘 몰랐다. 그전에는 그저 정리 잘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면서의 생활은 정리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육아를 하면서는 살림을 온전히 하기가 힘들다. 정리와 정돈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그것이 잘 되지 않을 때마다 남편은 힘들어했다.
남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것은 고스란히 얼굴 근육에 나타난다.
눈썹과 눈썹 사이에 주름이 지고, 표정은 뚱해진다.
남편은 속으로 외쳤을지도 모른다. 'I hate people...'
"차량이 입차했습니다"
남편의 퇴근을 알리는 소리다. 5분 안에 남편은 현관문을 열 것이다.
"아빠 곧 오신다. 거실이랑 너희 방에 장난감이랑 책 정리하자"
아이들을 재촉한다. 두 아들놈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나름의 정리를 한다.
열한 살, 여덟 살 아들들의 정리를 믿을 수 없지만, 이래 봬도 태어나면서부터 자기가 놀았던 블록을 정리하고 치우는 훈련을 하면서 자라온 아들들이다!
남편은 집에 들어오면 손을 씻고, 옷을 걸어두고, 바로 부엌으로 가서 싱크대를 물로 씻어 내린다.
잠시 식탁에 앉아 간식을 먹으면서 아이들 방과 거실을 정리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얘들아, 장난감이랑 책 좀 정리해"
"여보, 이거 정리 한... 건... 데?"
"그래???"
남편과 나는 정리에 대한 기준도 다르고, 기대하는 정도도 다르다.
그래서 아직도 조율 중이고, 설득 중이다.
가끔 그의 기대를 듣고 있자면, 지금이라도 혼자 살게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기도 한다.
우리 집에는 피아노 치는 세 명의 남자들이 산다.
그들은 피아노를 치고난 후, 헤드셋을 제자리에 두고, 피아노 뚜껑을 잘 덮고, 방의 불을 끄고 나와야 한다.
샤워를 하면 물이 욕조 밖으로 많이 튀지 않아야 하고, 닦은 수건은 잘 펴서 걸어 놓고, 신발은 세워 두어야 한다.
이 모든 명령을 잘 수행하고 있는 내 아들들이 기특하다.
이 모든 명령을 잘 수행하도록 끊임없이 잔소리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남편도 대단하다.
어느 날 아침에는 이런 잔소리를 듣고 있기가 피곤하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자기의 삶을 자기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중이다.
조금씩 타협의 지점은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우선은, 우리 모두가 기특하고 대단한 하루를 잘 살아낸 걸로 하자.
그래야 조금은 서로를 향해 이해할 마음의 여지가 생기니까 말이다.